아 ... 요즘 배리 본즈의 홈런 기록을 기다리는 것도 힘든데, 여기저기에서 의미있는 기록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 정말 시간이 지난 후에는 2007년의 메이저리그는 기록의 잔치라고 평가되어질 것 같다.
뉴욕 메츠의 톰 글래빈이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1승을 추가하면서 역대 23번째로 통산 300승을 달성하였다. 현역 선수로서는 그렉 매덕스와 로저 클레멘스에 이은 3번째이고, 또한, 톰 글래빈은 메츠의 유니폼을 입고서 통산 300승을 올린 최초의 투수가 되었다. 메츠의 팬들로서는 어메이징 메츠의 상징과도 같은 톰 시버가 화이트삭스에서 통산 300승을 올린 아쉬움을 톰 글래빈을 통해서 달랠 수 있을 것 같다.
고교시절에 야구 뿐만이 아니라 아이스하키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톰 글래빈은 1984년의 드래프트에서 NHL의 킹스로부터 4라운드에 지명되기도 했지만, 자신을 2라운드(전체 47순위)에 지명한 브레이브스에 입단하면서 아이스하키가 아닌 야구를 선택하였다. 락커룸에 아이스하키의 스틱이 비치되어 있을 정도로, 아이스하키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남다르다.
계약 후에 마이너리그의 루키레벨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은 그는 1985년에 1A에서 26경기에 선발 등판해서 9승 6패 방어율 2.35 등을 기록하였다. 특히, 174개의 탈삼진을 뽑아내면서 168과 2/3이닝 동안 허용한 사사구는 73개에 불과했다. 스트라이크 존의 구석 구석을 넓게 공략하는 안정감 넘치는 톰 글래빈의 투구 스타일은 이 때부터 자리를 잡았다고 할 수 있다. 2A로 승격된 1986년에도 11승 6패 방어율 3.41 등으로 서던리그 올스타에 뽑히는 등 메이저리그의 미래를 빛낼 스타 후보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3A에서 시즌을 맞이한 1987년에도 방어율 3.35로 여전히 안정된 모습을 보였지만, 승운이 따르지 않으면서 승리는 6승에 불과했고, 반면에 패전은 그 두배인 12패를 기록하였다.
불운한 한해라고 할 수 있었지만, 8월에는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에 승격되었다. 8월 17일 애스트로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하면서 톰 글래빈은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지만, 메이저리그라는 부담감 때문인지 3과 2/3이닝동안 10피안타와 5사사구를 허용하는 등 6실점하면서 패전의 멍에를 썼다. 투수는 패전이라는 열매를 먹어면서 성장한다는 말처럼 그는 8월 22일의 파이러츠의 홈경기에 2번째로 선발 등판해서 7과 1/3이닝동안 3실점하는 호투로 데뷔 첫승을 거두었다. 애틀란타-풀턴 카운티 스타디움을 메운 22,173명의 관중들과 경기에 나선 양팀의 선수와 코칭스탭 등은 이 1승이 오랜 메이저리그의 역사 속에서 20명 정도가 기록한 300승의 시작일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모든 기록의 시작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가운데에서 조용히 시작될 뿐이다.
톰 글래빈의 중요 승리 일자
| Win | DATE | Team | OPP | IP | R | ER | H | HR | SO | BB |
| 1 | 1987-08-22 | Braves | Pirates | 7.1 | 3 | 3 | 7 | 1 | 0 | 2 |
| 100 | 1994-05-18 | Braves | Reds | 7.0 | 0 | 0 | 2 | 0 | 3 | 2 |
| 150 | 1997-08-20 | Braves | Astros | 7.0 | 0 | 0 | 2 | 0 | 9 | 5 |
| 200 | 2000-07-30 | Braves | Astros | 8.0 | 3 | 3 | 7 | 0 | 1 | 1 |
| 250 | 2003-08-15 | Braves | Rockies | 6.0 | 0 | 0 | 3 | 0 | 3 | 4 |
| 300 | 2007-08-05 | Mets | Cubs | 6.1 | 2 | 2 | 6 | 0 | 1 | 1 |
9번의 선발 등판해서 2승(4패)을 거둔 톰 글래빈은 1988년에는 선발 로테이션의 한축을 담당하는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나서서 7승(17패)를 거두었다. 1989년에는 리그 톱인 4완봉승(6완투)을 포함해서 14승 8패 방어율 3.68 등을 기록한 톰 글래빈은 12승(11패)을 거둔 존 스몰츠와 함께 행크 아론 이후 존재감이 전혀 없던 브레이브스의 미래를 책임질 원투펀치로 자리를 잡았다. 톰 글래빈과 존 스몰츠는 1990년에도 2년 연속으로 두자리 수 승리를 거두었지만, 브레이브스는 3년 연속으로 지구 최하위에 머물렀다.
브레이브스의 젊은 영건 듀오인 톰 글래빈이 자신이 가진 퍼텐셜을 폭발시키면서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성장한 것은 1991년이었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전까지 17번의 선발 등판해서 12승 4패 방어율 1.98 등을 기록한 그는 올스타전에서 내셔널리그의 선발 투수로 등판하였다. 후반기에는 페이스가 떨어졌지만, 시즌이 끝났을 때에 그가 거둔 성적표는 20승 11패 방어율 2.55 등이었고,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처음으로 200이닝 이상인 246과 2/3이닝을 소화하였다. 또한, 첫 개인타이틀인 리그 다승왕을 차지한 그는 사이영상 투표에서도 47세이브를 거둔 카딩널스의 리 스미스를 큰 표 차이로 앞서면서 내셔널리그 최고의 투수로 우뚝 섰다. 브레이브스 출신으로 사이영 상을 받은 경우는 1957년의 원렌 스판 이후로 처음이었고, 애틀란타로 연고지를 이전한 후로도 처음이었다.
톰 글래빈을 축으로 존 스몰츠와 스티브 에이브리, 찰리 라이브랜트 등이 막강 선발 마운드를 구축한 브레이브스는 지구 꼴찌에서 일약 지구 수위로 도약하면서, 9년만에 가을에도 야구를 할 수 있었다. 파이러츠와 리그 챔피언쉽에서는 톰 글래빈은 타선의 지원 등을 받지 못하면서, 2경기에 등판해서 방어율 3.21 등을 기록했지만, 2패만을 기록하였다. 하지만, 완벽한 피칭을 보인 스티브 에이브리와 존 스몰츠의 활약 등으로 브레이브스는 7차전까지 가는 혈전 끝에 파이러츠를 물리치고 월드시리즈 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트윈스와의 월드시리즈에서도 톰 글래빈은 3차전에서 4피안타 3실점(1자책)으로 호투를 펼쳤지만,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패전의 멍에를 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5차전에서는 17안타 14득점을 올린 타선의 엄호 속에 포스트시즌 첫 승을 신고하였다. 그의 승리로 브레이브스가 3승 2패로 앞서면서 우승 반지가 눈 앞에서 어른거렸지만, 커비 퍼켓과 잭 모리스가 투타에서 활약한 트윈스에게 2연패를 당하면서 월드시리즈 우승은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1992년과 1993년에도 톰 글래빈은 각각 20승과 22승으로 리그 다승왕 3연패에 성공하지만, 사이영상 투표에서는 1993년에는 한솥밥을 먹게 되는 그렉 매덕스 등에게 밀려서 2위와 3위에 머물렀다. 막강 투수진을 앞세운 브레이브스는 1993년까지 3년 연속으로 지구 수위를 차지하지만, 1992년에는 월드시리즈에서 블루제이스에게 패배하였고, 1993년에는 리그 챔피언쉽에서 필리스에게 덜미를 잡혔다. 톰 글래빈이 우승 반지를 낄 수 있었던 것은 1996년이었다. 시즌에서 16승 7패 방어율 3.08 등을 기록한 그는 인디언스와의 월드시리즈에서 2차전과 6차전에 선발 등판해서 14이닝 동안 단 2실점하는 짠물 피칭으로 2승을 거두는 활약으로 브레이브스를 38년만에 챔피언의 자리에 이끌었다. 또한, 팀을 우승으로 주역인 톰 글래빈은 시리즈 MVP에 선정되었다.
1996년에는 36경기에 선발 등판해서 방어율 2.98 등을 기록했지만, 승운이 따르지 않으면서 톰 글래빈은 15승(10패)을 올리는데 그쳤다. 그래도, 브레이브스는 투수 3인방의 활약 속에 2년 연속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지만, 뉴욕 양키스에게 2승 4패로 무릎을 꿇어면서 시리즈 2연패에는 실패하였다. 1997년에는 14승 7패를 기록한 후 오프시즌 동안에 무릎 수술을 받은 그는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1998년에는 20승(6패)으로 4번째 리그 다승왕과 함께 개인 통산 2번째 사이영상을 수상하였다.
스트라이크 존이 변경된 1999년에는 새로운 존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올스타 브레이크 전까지 7승 8패라는 극도의 부진을 보였지만, 어느 정도 적응한 후반기에는 7승 3패를 기록하였다. 또한, 결과적으로 브레이브스의 유니폼을 입고서는 마지막이 되는 월드시리즈에서는 3차전에 선발 등판해서 7이닝 동안 7피안타 5실점(4자책)하였고, 팀은 양키스에게 스윕을 당하였다. 톰 글래빈은 한번도 밟기 어렵다는 월드시리즈에 통산 5번이나 경험하였고, 8번의 선발 등판에서 4승 3패를 기록하는데 그쳤지만, 통산 방어율이 2.47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월드시리즈에서는 이상하게도 승운이 따르지 않았을 뿐이었다.
브레이브스의 투수 3인방의 90년대(1990~1999) 성적(손계산을 한 관계로 약간의 오차가 있을 수 있음)
| Player | G | GS | W | L | SHO | CG | IP | ERA | HR | SO | BB | QS | WHIP |
| T. Glavine | 327 | 327 | 164 | 87 | 14 | 38 | 2228.0 | 3.21 | 141 | 1465 | 764 | 218 | 1.286 |
| G. Maddux | 331 | 331 | 176 | 88 | 23 | 75 | 2394.7 | 2.54 | 111 | 1764 | 443 | 249 | 1.055 |
| J. Smoltz | 315 | 315 | 143 | 95 | 14 | 42 | 2142.3 | 3.32 | 170 | 1893 | 669 | 196 | 1.180 |
새로운 세기를 맞이한 2000년에도 톰 글래빈은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여전히 맹활약을 펼쳤다. 35경기에 선발 등판해서 21승 9패, 방어율 3.40 등을 기록하였다. 하지만, 사이영상 투표에서는 랜디 존스에게 뒤지면서 2위에 머물렀다. 톰 글래빈이 기록한 개인 통산 5번째로 거둔 20승 이상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33번째였고, 또한 개인 통산 5번째로 리그 다승왕을 차지하였다. 2001년과 2002년에도 각각 16승(7패)과 18승(11패)을 거두면서 브레이브스가 11년 연속으로 지구 수위를 차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데뷔 이래로 오로지 브레이브스의 유니폼을 입은 톰 글래빈은 워렌 스판의 후계자라고 불리는 등 인기와 실력을 겸비한 브레이브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였지만, 팀은 더 이상 톰 글래빈과 함께 하기를 원하지 않았고, 그는 지구 라이벌인 뉴욕 메츠로 이적하였다. 메츠의 유니폼을 입은 2003년에는 극도의 부진을 보이면서 9승 14패 방어율 4.52 등을 기록하였다. 이제 톰 글래빈도 끝났다는 주위의 평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2004년에 11승(14패)과 함께 3점대 방어율(3.60)에 복귀하는 등 부활하였다. 2005년과 2006년에도 각각 13승과 15승을 거둔 톰 글래빈은 2007년에도 컵스를 상대로 시즌 10승째를 거두고 있다. 이 10승째가 바로 개인 통산 300승의 마지막 조각이었다.
톰 글래빈을 이야기할 때에 빠지지 않는 점은 그의 타격이다. 1995년 8월 10일 레즈와의 경기에서 기록한 홈런이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친 유일한 홈런이지만, 1996년에는 0.286를 기록하는 등 솔솔한 안타 생산과 번트 등 작전도 잘 수행하는 투수 중의 한명으로 꼽히고 있다. 1991년과 1995년, 1996년, 1998년 등 통산 4번이나 실버슬러거상을 수상하고 있다. 그리고, 수비에서도 황금장갑을 독점하고 있는 그렉 매덕스라는 존재로 인해 골드글러브는 단 한번도 수상하지 못했지만, 수비 능력이 뛰어난 투수 중의 한 명이기도 하다.
톰 글래빈이 통산 300승을 달성한 이후로, 현재 통산 284승을 거두고 있는 랜디 존슨이 있지만, 그의 몸 상태 등을 생각했을 때에는 어쩌면 그가 마지막 300승 투수가 될 가능성도 완전히 부정할 수 없다. 어쨌던, 팬의 함 사람으로서 톰 글래빈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느림의 미학을 그라운드에서 보여주길 바라고, 또한 덤으로 한 때 동료였던 그렉 매덕스와의 300승 매치업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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