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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손 가는 대로] 끄적이는 일도 쉽지 않은데, [목적]을 가지고 끄적이는 일은 더 어렵네요. 방금 전에 출입해서 글을 끄적여 대던 모 사이트에 들어가서 모 블로거의 글을 보는데 거기에 달려진 댓글 공방 속에 자신의 포스트 주제와 어긋나는 방향으로 한참 등산하는 답글을 쓰고서도 자신의 오류를 눈치채지 못하고 적반하장으로 난 척하는 사람의 글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 저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자조가 먼저 떠오를 지경이니까요.

  이번 주 동안 이곳에 쓸 것으로 무엇이 좋을까 하면서 떠오른 첫 글상이 "과연 내 스스로 '의도적으로' 내린 오심이 있던가?" 였는데, 그러한 케이스로 스스로 아무리 집어 나가도 딱 한 건 이상 떠오르는 것이 없더군요. 물론 오심이야 매 경기를 복기해 보면 내가 잘못 재정을 내렸는지도 모르겠구나 하는 일이 자주 있지만, 대부분 빠르게 전개되는 상황에서 위치 상으로, 또는 도저히 상황 전개 속도를 쫓아가지 못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나름 최선으로 내린 재정이 타인들이 보기에는 오심으로 보여지는 경우에 들어가는 쪽이었거던요. 뭐 다른 선후배 심판들과 경기가 끝난 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분들의 경우 종종 무용담 삼아 '의도가 있었다' 하면서 자신의 무게감을 상승시키려는 모습도 적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실수담을 끄적이는 것도 두려운데, 의도적인 오심 에 대한 이야기는 더 두려운 법이죠.

  아마 몇 년 전이었을런가요... 2003년이었네요. 수원에 소재한 모 고등학교 운동장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구심으로 들어가 경기를 진행 중이었는데 한 팀 타자가 유난히 신경을 긁고 있었죠. 뭐 판정에 불만을 가지고 투덜댄다던가 방망이를 들고 설친다던가 하는 경우는 아니었습니다만 투수들의 피칭에 유난히 방해되는 자세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였던 것이죠. 타석 라인에서 홈플레이트 방향으로 바짝 붙어 서서 준비하는 것 까지야 상관없었지만 투수의 투구 동작이 마무리되려는 찰나 이 선수는 앞발(오른손잡이 타자이기에 왼발이죠)을 홈플레이트를 밟아 버리고 공을 때리려는 자세를 취하더라는...
  이런 자세를 취하는 것에 신경이 예민해지는 투수는 혹여나 몸에 맞는 공이라도 나오면 어쩌나(가끔 사회인 심판일을 하시는 분들 중에 일부 분들께서 '타자가 투구에 맞으면 피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무조건 1루로 내보내야 한다'고 재정을 내리는 분들이 종종 있기에) 해서 바깥쪽으로만 공을 던져야 하고 자연히 몸쪽 승부는 꿈도 못 꾸죠. 하지만 저도 고민되는 것이 이 타자가 이러다가 투구를 방망이에 맞추게 될 때(즉 타격행위가 이루어지는 임팩트 순간) 타자의 발 위치가 어디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는... 타격행위가 이뤄질 때 타자의 발이 정해 놓은 타자석의 라인을 벗어난 것이 확실하면 타자는 자동 아웃이 되는 룰이 있습니다만 또 "라인에 걸치는 정도는 아웃이 아니다"라는 룰도 있으니까요. 안 그래도 투수들의 공이 90% 이상이 아리랑 볼이거나 "떨어지는 느린 직구(패스트볼) 투성이인 경기이기에 스트라이크-볼 판정에도 이래저래 싫은 소리 계속 들어야 할 처지에 이런 경우를 만나면 참 속이 끓죠. 더구나 첫 타석에서 한 번 타격을 했는데 마침 타석의 라인을 밟고 친 것을 보아서 그냥 파울 콜을 했지만 결국 투수들이 바깥쪽으로 볼만 던지다 그 타자를 볼 넷으로 내보내는 장면(볼 넷이 되는 순간의 공은 정상적인 위치에서 기다리더라는...;;;)을 보니 괜히 부아가 치밀더라는...
  결국 다음 타석에서 그 타자의 차례가 돌아오자 마음을 독하게 먹었습니다. '이 타자가 계속 이런 자세로 나오면 투수와 타자의 정당한 승부는 이루어질 수 없다, 내가 욕을 먹더라도 일깨워줘야 한다'는 각오로 스트라이크 존을 바깥쪽으로 벗어나는 볼도 스트라이크로 잡겠다는... 기회는 오더군요. 투 스트라이크에 쓰리 볼 상황에서 투수가 던진 공은 정상적인 타자의 타석에서의 위치를 감안하면 도저히 스트라이크로 생각해서 방망이가 나갈 수 없는 공(즉 볼이죠), 때마침 타자는 그 공에 머리라도 들이받겠다는 듯이 앞발을 앞으로 내디뎌 홈플레이트를 완전히 밟아 버리더군요. 그리고 포수가 공을 잡자마자 '이것은 볼이구나, 1루로 나가야지.' 하고 나서려 했다는... 하지만 제 콜은 "스트라이크!"(쓰리 스트라이크였으니 삼진 아웃이죠)... 그 타자는 멍한 눈으로 저를 쳐다보더군요. 저는 '만약 따지려 들면 면박을 주겠다'는 마음가짐이었는데 조용히 물러서더군요. 아마 자신의 행동에 대한 자각이 있었는지 아예 야구를 모르는 것이었는지...
  그 선수가 벤치에 돌아가서 심판에 대해 무어라 궁시렁거릴까 하는 부분을 차단하기 위해 다음 수비를 위해 나온 그 타자의 소속 팀 포수에게 플레이 시작 전에 그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그 타자가 애시당초 규칙이며 매너에 어긋나는 플레이를 한다는 자각이 없는 것처럼 행동을 하기에 의도적인 징벌을 한 것이다. 그러니 그 타자가 무어라고 따지고 든다면 잘 타이르시라" 는 뜻을 전한 것이죠. 다행히 그 팀의 포수는 선수 출신이었기에 어느 정도 이해한 모양이더라는... 물론 그 의사가 제대로 전달되어 그 선수가 앞으로 그런 애먼 짓을 하지 않았는지는 알 수가 없네요. 그 리그에 두 번 다시 나갈 일이 없었기에...

  그러고 보니 이런 케이스가 아닌 다른, 그러니까 양팀 선수들이 지극히 정상적이고 매너있는 플레이를 하는데 심판 스스로가 잘못된 마음가짐을 가지고 오심을 저지르는 경우가 진정 있을지 없을지 괜시리 반추해 보게 되는군요. 제가 아는 한에서는 그런 일을 벌일 사람은 없다! 라고 생각하는데 어찌 되었건 사람 사는 세상에서 사람을 믿기가 제일 어려우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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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 며칠 케이블 TV의 SBS스포츠 채널에서 지나간 프로야구 경기를 플래시백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몇 개 보았는데 한 번은 이런 장면이 나오더군요. LG의 이상훈의 투구에 삼성 류중일 선수가 체크 스윙을 했는데 결국 공은 안 맞고 포수의 미트를 맞췄다는... 하지만 심판은 타격방해를 선언하지 않고 그냥 류중일 선수의 삼진 아웃을 선언했는데 그 장면에서 삼성 측의 어필(항의) 장면에 대한 방송사 측의 할애라던가 중계진의 의미있는 설명은 나오지를 않더군요. 뭐 그 중계들의 경우 오히려 캐스터보다 해설위원의 상황설명이 얼마나 좁은 부분을 보여주는지 시청자가 알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겠죠. 사실 정상적인 타자의 스윙궤적(체크 스윙이라도)이라면 포수가 그 정도 미트를 내미는 정도에 방망이 끝이 닿게 해서는  안 되는데...
  그러고 보니 몇 년 전인가 김포 쪽의 모 구장에 서울시 대회 심판 차 나가서 구심을 보는데 야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사회인 선수 한 분의 스윙이 완전 "골프채 스윙"이라 불안했는데 바로 위 문단의 일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죠. 수비 팀에서는 "저건 정상적인 선수의 스윙 동작이 아닌데 타격 방해를 선언당하면 억울하다"고 하고 공격 팀에서는 "타자의 제대로 된 배팅은 아니지만 그래도 닿았잖느냐(타격 방해를 선언해 주세요)" 하면서 읍소하더라는... 정작 타자는 자기 스윙이 정상적인 스윙이 아님을 알기에 차마 말은 못하고... 결국 이번은 규칙서의 내용대로 하자고 수비측을 설득(?)해서 타격 방해를 선언했다죠. 다행스럽게도(?) 그 타자는 다음 타석에서 아예 타석의 맨 앞부분에 나가 서서 어느 정도 불이익을 감수하겠다는 매너있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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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현대 인수 의사 철회(즉 프로야구 참여 거부죠)가 기사로 나오면서 여기저기 들끓는군요. 저야 이쪽 일에는 딱히 무어라고 할 말이 없다는... 어차피 우리나라의 프로스포츠 출범 자체부터가 무언가 맞아 떨어지는 것이 없었고 그간의 과정 속에서 발전할 수 있는 노력조차도 하지 않았으니 당연한 귀결이겠죠. 제가 속해 있는 심판부 역시 발전을 위해 이른바 [총대]를 메는 범위가 어디까지여야 할까에 대한 논의도 여러 가지 분야에 걸쳐 있는 것이라 어려우니까요.
  뭐 7개 구단으로 가건 하다 못해 6개 구단으로 가건 결국은 "우리 사회를 둘러싸고 있는 제 요소에 대한 심도깊은 논의와 거기서 불거져 나올 갈등 조정 등을 통한 해결 노력"이 있지 않고는 언제고 사라질 수 있는 신기루가 우리 옆에 있다 여기면 되지 않을까요? 저도 자신있는 영역에서도 아직 부족함을 느끼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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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rotz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