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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수 생활에 접어든 지도 어느 새 한 달여, 그 사이에 생활이 많이 게을러졌습니다.

  사실 올해 기존의 학원일을 계속하던지 또는 새 학원 자리를 구해서 일하게 되던지를 전제 조건으로 해서 심판일을 한 해 내지 그 이상을 쉬면서 선수로도 뛰어 봐야지 하는 희망이 있었는데 졸지에 백수가 되면서 잠시 접으려 했던 심판일을 올해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상황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변화를 가져 보고 싶었는데 시운이 잘 안 맞는구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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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끄적여 볼까 하는 소재는 "**에 있어 심판의 숫자는 몇 명이 가장 좋을까?"... 입니다. 그리고 이 질문은 곧 "심판들이 그라운드에서 효과적인 재정을 내리기 위해 어떤 동선으로 움직여야 하는가?"로 전이됩니다.

  우리나라에서 국가대항전 때 가장 많은 관심을 끌어 모으는 축구 종목의 경우 그라운드에 들어가는 심판의 숫자는 세 명, 선수교대 및 잔여 시간 등을 담당해 주는 대기심까지 치면 총 4명이 투입되죠. 우리나라 겨울철 프로 스포츠의 꽃 중 하나로 인정받는 농구의 경우 아마추어는 플로어에 2명, 프로는 3명의 심판이 담당합니다. 배구는 주부심 1명씩에 라인 선심 4명까지 쳐서 총 6명이 경기를 주재하죠(물론 가장 중요한 판정의 몫은 주심이지만). 핸드볼은 88년 올림픽 이후 관심을 많이 갖지 못해서 까먹었지만 아마 2명이 주재하지 않나 싶네요.
  배구와 탁구, 배드민턴, 테니스의 경우 심판의 위치는 항상 정위치죠. 약간의 움직임이 있을 수는 있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벗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죠. 반면 축구와 농구, 핸드볼은 항상 움직이면서 판정을 내려야 합니다. 물론 통상적으로 어느 위치다, 어느 동선을 잡는다 하는 가이드 라인(축구는 대략 어느 방향으로 움직인다라고 하는 동선은 알겠는데 다른 종목은 확실히 모르겠네요)은 있겠지만 그 외에 있어서는 심판들의 자의적인 움직임을 가진다고 보는 것이 편하겠죠.

  그렇다면 야구에서는? 세칭 '다이아몬드'라고도 불리는 내야에 위치한 4개의 베이스에 항상 심판원이 대기하고 있어야 하니 4명이 꼭 필요하다라던지, 베이스에서만 일어나는 상황을 처리하면 되니 움직일 필요가 없으니 야구심판은 매우 편한 환경에서 재정을 내리는 것 아닌가, 그런데 왜 매년 오심 시비에 휘말리고 있어야 하는가 등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특히 학연-지연 등에 대한 시비가 대표적인)가 나오게 되죠. 사실 십 년 이상 2명의 심판으로 경기를 주재하는 2심제에 익숙해져 있는 제 입장에서도 그러한 비난성 이야기들에 나름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명색이 프로세계의 심판이라면 그러한 시비는 안 나오는 것이 좋겠죠. 하지만 정작 심판으로 교육받아 그라운드에 실전 투입되어 고생하신 분들은 그런 말씀이 잘 안 나옵니다. "알면 알수록 어려운 세계가 [심판]의 세계"이기 때문이겠기에 그런 것이겠죠. 물론 다른 종목도 예외적이진 않을 테고요.
  야구에서는 과연 몇 명의 심판이 있어야 좋은가? 규칙서 안에는 "적어도 2명 이상의 심판이 있어야" 한다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1명의 심판만 있어도 관계가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엘리트 학생야구 및 대학야구(현재 실업야구는 사실상 없는 형편이니), 그리고 프로야구처럼 반드시 4명의 심판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라는 거죠(혹은 6명도). 마치 4개의 베이스(1루, 2루, 3루 그리고 홈플레이트)가 있기에 4명이 필요한 것처럼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랍니다.
  이 점은 MLB도 마찬가지라서 기본적으로 4명의 심판이 한 조로 투입되지만 만약 경기 중에 부상자가 발생하면 남은 3명의 심판이 경기를 주재합니다. 하지만 3명 이하로 경기에 들어서게 되면 타구의 방향에 따른, 그리고 주자들의 움직임을 체크하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4개의 베이스에서 플레이가 발생할 때 어느 심판이 그 위치를 책임지느냐가 중요해집니다. 사실 4명의 심판이 투입되어 운영되더라도 멀리 날아가는 타구가 발생했을 때 심판 중 한 명은 그 타구에 대한 정확한 판단(파울이냐 페어냐, 홈런이냐 그라운드 룰 투 베이스냐, 캐치냐 노 캐치냐 등에 대해)을 내리기 위해 타구를 쫓아가야 하므로 다이아몬드 안쪽 - 내야가 되죠 - 에는 어찌 되었거나 3명의 심판이 4개의 베이스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체크해야만 합니다. 3명의 심판이 투입되는 3심제의 경우에는 한 명이 그렇게 타구를 쫓아나가면 내야 안에는 2명의 심판이 주재하는 셈이죠. 사실상 [2심제] 로 운영되는 것이죠. 그래서 제가 심판 교육을 받았던 90년대 중반의 KBO 심판학교에서는 기본으로 2심제에 대한 교육을 중점적으로 했고 그 뒤 제가 소속된 심판부에서 자체 강습을 벌일 때도 2심제에 대한 집중적인 교육을 합니다.
 
  만약 그라운드 안에 3명 이하(경우에 따라서는 4명이 있어도 마찬가지)의 심판이 있는데 어느 주자에 대한 태그 플레이가 베이스 상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그 베이스에서의 플레이에 대한 재정을 내려줄 수 있는 심판이 근접해 있지 않으면 정확한 판정은 내려지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고, 다시 말해 심판들 세계의 속어로 [펑크]가 나게 되는 것이죠. 뭐 어떤 경우에는 한 베이스에서의 플레이에 두 명의 심판이 모두 어정쩡한 위치에 있어 동시에 다른 재정을 내리는 경우도 있기는 합니다만(지난 해 우리나라 프로야구 시즌 막판에 저런 경우가 나왔다고 하더군요. 저도 TV 리플레이만 보았는데 두 사람이 엇갈린 재정을 내리는 화면이 동시에 잡히진 않았더군요).

  제가 활동하는 심판부(국민생활체육협의회 전국-서울 야구연합회 심판부)에서는 위촉 요청이 들어온 리그의 연중 리그 경기와 연합회 주관의 토너먼트 대회 예선(4강전 및 결승 제외)은 2심제를 들어가는 것을 기본으로 합니다. 뭐 KBO 총재배 대회와 근 2년 간의 MBC ESPN 연예인 리그에서는 4심제를, 연합회 주관 대회의 4강전 및 결승전은 3심제 및 4심제로 들어갑니다만 그런 경기들의 수는 한 해 투입되는 총 경기 수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 부를 만하죠. 뭐 4, 5년 전의 모 리그에는 하루종일 벌어지는 모든 경기에 1심으로 투입되어 속칭 [말뚝=(하루종일 모든 경기를 혼자서 주재하는)]으로 보내는 날도 있었지만 요즘은 많이 사라졌습니다. 물론 저희 심판부 외에 다른 조직, 또는 개인의 자격으로 다른 리그에서 그렇게 경기를 주재하는 분들도 적잖이 계시기는 합니다만.
  어찌 되었거나 한 해 투입되는 상당수의 경기들을 "두 명의 심판이 움직이면서 재정을 내리는, 다시 말해 그라운드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 그리고 4개의 베이스에서 일어나는 상황들을" 2심제로 운영하다 보니 그라운드에 투입된 심판들 상호간에 약속된 움직임이 필요해집니다. 이른바 [포메이션]에 대한 이해와 "커뮤니케이션"이 통해야 한다는 말이죠. 위의 문단 말미의 내용처럼 서로 간의 의사소통이 원활치 않으면 한 베이스에 두 명의 심판원이 서로 다른 재정을 내릴 수도, 꼭 재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어느 심판도 그 상황을 보지 않고 다른 곳에 신경을 쓰고 놓쳐 버리는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저도 토너먼트 대회에 루심 - 구심이었는지 기억이 안 나는군요 - 으로 투입되었을 때 한 차례, 선배 심판과 한 베이스 상에서 서로 다른 재정을 내려 바로 합의판정을 해서 재정을 다시 내려야 했던 전력이 있었다는). 이러한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기에 그라운드에 투입되는 심판들 상호간의 친밀도도 매우 필요하죠. 서로 친하지 않은 이들끼리, 혹은 양성과정이나 출신이 다른 심판들끼리 경기를 들어가면 위와 같은 상황에서 충돌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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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처음 마음먹은 주제는 심판들이 (몇 명이 투입되었을 때) 어떤 포메이션으로 움직여야 하는가, 포메이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떤 상황이 전개될까에 대한 이야기를 끄적이려 했는데 쓰다 보니 대체적인 이야기만 끄적이고 말았네요. 역시 처음 주제잡기가 어려운 것이 글쓰기 같습니다. 시즌 중의 일지 형식으로 끄적이게 되면 포메이션 내지 심판으로서의 재정이 그날 그날 잘 이루어진 것이나 잘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한 실제 사례를 곁들이면서 끄적이는 것도 가능할 법한데 비시즌 중이다 보니 그러한 기억을 되살려 내기가 쉽지 않네요. 아쉽기는 하지만 이 글에서는 대략의 얼개만 잡고 다음 번에 글을 끄적이게 되면 1심제, 2심제, 3심제 등등으로 투입되었을 때의 포메이션이나 어려움 등을 하나하나 생각해 보는 쪽으로 시도해 볼까 합니다.

  하여간에 주제를 떠올리는 것도 쉽지 않지만 그것들을 사례들과 경험, 감상과 버무려서 구성하는 것이 더욱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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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rotz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