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투수 부분 트리플 크라운이라고 하면, 다승과 방어율, 탈삼진이지만, 탈삼진이 아닌 승률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시대도 있었다. 사실 승률은 선발 투수가 완투를 하던 시대에는 평가 기준의 하나로서 취급되었지만, 더 이상 선발 투수의 완투가 미덕이 되지 않게 되면서, 퀄리티 스타트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퀄리트 스타트와 함께 2000년대에 들어서 종종 잡지 등을 보면, RS라고 하는 수치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야구에서 RS는 일반적으로 득점을 의미하는 Runs scored를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RS는 Run support, 즉 득점 지원이다.
RS는 글자 그대로 투수가 등판한 경기에서 타선이 9이닝 당 평균 몇 점을 엄호해주었는지를 나타내고 있는 수치이다. 그리고, 이 RS가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이 RS에서 그 투수의 방어율을 뺀 값(밸런스 수치)으로, 어떤 투수의 예상 승수를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밸런스 수치(RS - 방어율)는 크게 6가지로 구분되고 있다.
1. 밸런스 수치가 +2.0 이상인 경우 : 월등한 승수를 올린 경우 - 승률 0.750 이상이 대부분이다.
2. 밸런스 수치가 +1.0~+2.0인 경우 : 패수보다 2승에서 6승 정도 승수가 더 많다. 불펜진이 확실한 팀에 속한 투수의 경우에는 승률 7할대를 기록하는 경우도 있다.
3. 밸런스 수치가 0~+1.0인 경우 : 승수가 1승에서 3승이 더 많은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반대로 승수보다 패수가 1~3패 더 많은 경우도 있다. 불펜진이 강한 팀의 투수의 경우에는 5~6승 정도를 패수보다 더 거두기도 한다.
4. 밸런스 수치가 -1.0~0인 경우 : 3의 경우와는 정반대이다.
5. 밸런스의 수치가 -2.0~-1.0인 경우 : 역시 2와는 정반대로, 2~6패 정도의 패수가 승수보다 많다.
6. 밸런스의 수치가 -2.0 이상인 경우 : 패수가 승수보다 2배에서 4배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최악의 경우에는 전패를 기록하는 경우도 있다.
2007년에 김병현은 다이아몬드백스와 말린스, 로키스 등에서 28경기에 등판(선발 등판은 22경기)해서 방어율 6.09를 저조한 성적을 거두었지만, 메이저리그 데뷔 이래로 처음으로 두자리수 승수인 10승 8패를 기록하였다. 그가 방어율이나 피안타율 등이 높은데도 10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RS가 6.62라는 높은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의 밸런스 수치(RS - 방어율)는 0.53으로, 3번 타입에 해당하고, 실제로 그는 패전보다 2승을 더 거두었다.
또한, 필리스의 신인인 카일 켄드릭은 20번 선발 등판해서 10승 4패라는 호성적을 거두었다. 그의 방어율은 3.87이었고, RS는 7.74로, 밸런스 수치가 3.87이었다. 반면에, 2007년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불운한 투수 중의 한명으로 거론되고 있는 자이언츠의 맷 케인은 방어율 3.65를 기록했지만, 그의 RS는 3.51에 불과했고, 7승의 2배 이상인 16패를 기록하였다. 카디널스의 엔서니 레이예스는 방어율 6.04를 기록하였고, RS는 3.10이었다. 밸런스 수치가 - 2.94답게 2승 14패를 기록하였다.
확실히 최근에 RS가 각광을 받게 된 이유는 위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어느 정도 승패의 차이를 'RS - 방어율'로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당연히 이 'RS - 방어율'로 모든 투수들의 승패를 예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마운드가 분업화와 세분화가 이루어진 지금의 상황에서 선발 투수의 승패는 단순히 그 투수만이 아니라 불펜진의 성적과도 연관성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2004년에 레드삭스의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방어율 2.22에 RS가 6.03이었지만, 그가 거둔 승패는 14승 4패에 불과했다. 30개 구단 가운데 28위인 방어율 4.83 등을 기록한 불펜진이 최소한 4승 정도를 날려 먹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같은 레드삭스인 데릭 로는 7.26이라는 높은 득점 지원 속에 4.47의 방어율로, 17승 7패라는 호성적을 거두었다. 확실히 승패는 투수가 제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Player | Team | Pts | 1st | 2nd | 3rd | G | W | L | IP | ERA | HR | SO | BB | QS | BAA | RS | WHIP |
| C. Sabathia | CLE | 119 | 19 | 8 | 0 | 34 | 19 | 7 | 241.0 | 3.21 | 20 | 209 | 37 | 25 | .259 | 5.64 | 1.141 |
| J. Beckett | BOS | 86 | 8 | 14 | 4 | 30 | 20 | 7 | 200.7 | 3.27 | 17 | 194 | 40 | 20 | .245 | 6.59 | 1.141 |
| J. Lackey | LAA | 36 | 1 | 5 | 16 | 33 | 19 | 9 | 224.0 | 3.01 | 18 | 179 | 52 | 24 | .254 | 4.86 | 1.210 |
| F. Carmona | CLE | 7 | 0 | 1 | 4 | 32 | 19 | 8 | 215.0 | 3.06 | 16 | 137 | 61 | 26 | .248 | 5.02 | 1.209 |
그런 의미에서 2007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엔젤스의 존 랙키가 지나치게 저평가되었다는 일각의 주장이 타다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투표에서 4위를 기록한 파우스토 카모나까지 밸런스 수치는 각각 2.43(C. C. 사바시아), 3.32(조쉬 베켓), 1.85(존 랙키), 1.96(파우스토 카모나)이다. 존 랙키로서는 2004년의 페드로 마르티네스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빈약한 득점 지원에 그친 팀 타선을 원망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흔히들 어떤 투수에 대해서 '저 투수는 승리를 거둘 줄을 알고 있다' 등으로 말하는 경우가 있지만, 투수의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투수 자신의 능력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동료들의 협력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기량을 가진 투수라도 많은 승수를 거둘 수는 없다.
'손윤의 야리꾸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홈 필드 어드밴티지의 세계 (11) | 2008/01/30 |
|---|---|
| ESPN에서 투수 스탯 보는 법 (6) | 2008/01/28 |
| 승리를 거두는 투수와 승리를 거두지 못하는 투수 (12) | 2008/01/27 |
| 3점 홈런이 된 스트라이크 아웃 ?!?! (20) | 2008/01/25 |
| [게임] 세계의 홈런왕 푸우 (14) | 2008/01/24 |
| 오프시즌 중간 점검 (3) - 볼티모어 오리올스 (4) | 2008/01/23 |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이올린에 추천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