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글에서 심판의 숫자며 포메이션에 대한 잡설을 끄적였습니다만 솔직이 이곳에 찾아오시는 분들이 그 차이를 모르실 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명색이 야구에 대해 많은 애정을 가지고 계시다면 하다 못해 오심을 내린(또는 내렸다고 그 상황을 보는 사람 자신이 판단하고 난 다음) 심판을 까기 위해서라도 관심이 있으시겠죠. 어쩌면 오는 2월 3일부터 심판일을 나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싶었는데 그곳의 일정이 2주 뒤로 미뤄졌습니다. 뭐 배정이 될지 안 될지도 모르지만, 또는 17일과 24일에 자체 심판강습이 예정되어 있는데 지난 해처럼 조교를 다시 맡게 될런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숨돌릴 시간이 더 생긴 셈이라죠.
제가 지난 2002년과 03년, 그리고 지난 07년에 제가 소속된 명색이 국민생활체육협의회 산하 (전국, 서울) 야구연합회의 자체 심판 강습에서 조교 역할을 수행하면서, 그리고 신입 심판분들과 엮여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나가다 항상 이 말을 던집니다. 이 멘트를 드리게 되면 심판일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다소나마 벗어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하는 멘트인데 정작 그 멘트를 들으면 다들 입을 크게 벌려 웃으신다죠.
"...리그들이 자신들의 운영 자금 등의 한계로 2심, 심지어는 한 명의 심판이 그라운드 안의 모든 상황을 주재하는 1심으로 운영하도록 하고서는... 그리고 그 적은 수의 심판이 포메이션의 한계 안에서 죽을 동 살 동 하면서 열나게 노력하는데(안 그런 사람도 적잖이 있지만), 정작 경기에 뛰는 선수들이나 팀 관계자들은 자신들이 돈내고(이 부분을 폄하하기 위함은 절대 아님... 사람 사서 쓰는 것이니까 신처럼 완벽해야 한다 - 특히 자신들의 팀에게 불리한 쪽은 용서를 안 하죠 - 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 심판을 위촉한 것이니만큼 마치 MLB의 4심, 6심제에서 내려질 수 있는 재정을 원한다..."
위 문단의 이야기를 다 하진 못하고 짧게 한 문장으로 줄여 말하면 결국 이 문장이 이루어집니다.
"1심으로 세워놓고 MLB의 4심제(또는 6심제) 운영을 원한다"라고 말이죠.
사실 [1심]으로 심판을 들어서게 되면 일부 리그의 경우 구심 장비를 다 착용하고 포수의 뒤에서 스트라이크와 볼, 1-3루 선상의 파울 - 페어에 대한 재정에 집중을 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지만(규칙서 9조를 찾아보면 1심으로 설 경우 기본적으로 포수 뒤에서 보도록 권장합니다) 각 베이스에서 일어나는 주루 플레이에 대한 신속한 이동과 각도 선정을 이용한 위치 선정에 용이함을 살리기 위해 투수 뒤편에서 보는 경우가 일반적(바로 그 조항 뒤에 보통 투수 뒤에서 보아도 된다고 한다는)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즉 투수의 뒤에서 1심제로 들어서게 되면 투구가 타자와 홈플레이트를 통과하는 타이밍에서 정확히 홈플레이트를 통과했는지의 여부를 가리기가 쉽지 않죠. 특히 꺾임이 큰 브레이킹 볼이나 일반적인 사회인 야구계의 투수 분들이 구사하시는 "엄청나게 떨어지는 아리랑볼"의 궤적을 정확히 판단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는... 뭐 타자가 투수의 느린 몸쪽 공에 일부러 몸을 갖다대고 HBP를 유발하는 경우도 있고 하여간 별별 것들을 모두 혼자서 봐야 하니 심한 어필은 자제해 달라고 미리 이야기는 합니다만.
하지만 이 정도는 투정에 불과하답니다. 투수 뒤에서 재정을 내릴 경우 스트라이크-볼을 더 정확히 보겠답시고 투수 뒤로 바짝 붙었다가 타구에 발목이나 정강이, 심하면 가슴팍에 맞아 버리는 경우도 생기니 타구에 대한 동체시력이나 피할 수 있는 순발력이 없으면 뒤로 물러나야 하고 그러면 스트라이크-볼 판정은 더욱 부정확할 가능성이 커지게 되죠. 저 역시 1심을 보면서 도저히 피하기 어려운 타구에 위의 경우를 한 번씩 당해 보았다는...;;; 야수의 송구에 맞거나 주자나 수비수와 부딪치거나 하면 심판계 속어로 "옷벗어야 한다"고 놀리기도 하지만 타구에 맞는 경우는 예외죠.
그렇지만 제일 심각한 경우는 파울-페어 판정입니다. 타구가 높이 뜬 플라이볼이 되어 날아가면 그 체공 시간 동안 최대한 이동을 하거나 횟가루를 라인기를 이용해서 정확하게 미리 그려 놓은 파울-페어 라인을 이용해서 여유있게 재정을 내릴 수도 있겠죠만 빠른 라인 드라이브나 날카로운 타구가 베이스 위를 타고 지나가 버리면, 심지어 파울-페어 라인이랍시고 빨랫줄로 박아놓았다던지 아예 라인도 그려놓지 않은 형편에서 벌어지면 이건 판정에 있어서 복불복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죠. 하지만 급박한 상황에서 선수들과 팀 관계자들의 시선은 공을 따라가면서 유리한 재정을 원하는데 심판이 조금만 자신없이 재정을 내리면 심판 자질을 운운하고 강력하고 과감하게 재정을 내려도 오심일 가능성이 높고... 실제 빠르게 베이스를 타고 나가는 땅볼 타구에 어느 한쪽(파울 또는 페어)의 재정을 내렸다가 공격-수비 중 한쪽의 불만 가득한 소리와 시선을 한몸에 받은 적이 많았다죠. 제 경우야 어느 정도 면역이 되어 상대방들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물러서지만 처리가 미흡한 분들은 대판 싸움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생길 수가 있다죠.
또 하나의 어려움은 주자가 두 명 이상일 때(한 명이면 관계없습니다), 타자가 친 볼이 플라이볼이 되어 주자들의 태그 업에 의한 다음 베이스 진루가 시도될 경우 한 명의 주자를 체크해서 아웃-세이프 판정을 내리는 사이 다른 주자가 정상적인 태그 업을 했는지 어필이 들어오면 타구의 방향과 주자의 위치가 시선 안에 한번에 안 들어오면 판독불가라는... 그런 심판의 고충을 아는지 모르는지 수비팀은 천연덕스럽게(아니 간절한 심정으로) 어필 플레이를 하고서는 "아니 그것도 못봤느냐? 당신 심판 자질이 있는 것이냐 없는 것이냐?" 하고 나잇살 뱃살 내밀어 대며 따진다죠.
거기에 역시 안타에 따른 홈플레이트에서 플레이가 벌어질 때, 홈에서 떨어져서 판정을 시도하면 정확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홈플레이트에서의 득점과 관계된 플레이가 중요하다고 여겨서 가까이 가면 중간에 커트 플레이를 한다던가 다른 베이스로 향하는 주자를 아웃시키려고 송구하는 등으로 인해 도저히 그쪽으로는 가까이 가지 못하고 무려 20~30m 밖에서 재정을 내리는 경우도 생긴다죠. 심한 경우에는 평소에는 잘 뛰어다니면서 판정내리던 사람이 왜 딱 자기들 타이밍에서만 멀리서 보느냐고 타박을 놓는 경우도 당했더랬죠.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제가 소속된 심판부에서는 위촉을 희망하는 리그가 1심제일 경우 수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지만 혹시나 이곳을 찾는 분들 중 자신이 선수로 뛰는 리그가 1심제로 운영될 경우 1심이 비교적 쉽게 재정을 내려 판단할 수 있는 규칙에 대해서는 어필을 언제건 해야겠지만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는 상황을 가지고 내리는 재정에 대해서는 그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고 바라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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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 글을 끄적이면서 이 글이 손윤 님이 개설하신 [Yagoora]의 리스트로 올라가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전후사정을 다 알고 찾아오셔서 분류를 확인하고 보는 분들은 확인에 어려움이 없겠지만 이곳이 초행이신 분들께서 블스 등의 메인에서 제목을 클릭해서 들어오는 분들은 다소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이 글은 제 닉네임을 박스 안에 달아놓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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