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스즈키 토모야의 [TV의 실패]에서 이루어 낸 대역전극 (2)을 소개했는데, 그 글의 모두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다.
MLB가 뉴미디어 전략을 추진해 나가는 가운데, 가장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은 TV 방송국이었다. 그 이유는, TV 방송국은 MLB에게 거액의 방영권 수입을 안겨다 주고 있는 최대의 비즈니스 파트너였기 때문이다. 현재, MLB는 지상파인 FOX와 7년간 총액 18억 달러에, 케이블인 ESPN과는 8년간 총액 23억 7천만 달러, TBS와는 7년간 총액 7억 달러에 TV 방영권(전국 방송) 계약을 맺고 있다. 단순 계산으로는 연평균 약 6억 5천 3백만 달러를 TV 방영권료의 수입으로 얻고 있다.
MLB는 2005년에 스포츠 전문 케이블 방송국인 ESPN과 2006년부터 8년간의 연장 계약을 체결한데 이어서, 2006년 7월에는 올스타전에 즈음해서 지상파 방송국인 FOX와 케이블 방송국인 TBS와 2007년부터 7년간 각각 총액 18억 달러와 7억 달러에 이르는 새로운 계약을 맺었다. 이 연속된 3건의 계약에서 주목할 점은 TV 방영권이 지상파에서 케이블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 계약 기간 | 방송국 | 총액 | 연평균 | 계약 기간 | 방송국 | 총액 | 연평균 |
| 2001~2006 (6년) | FOX | 2500M | 416.7M | 2007~2013 (7년) | FOX | 1800M | 257M |
| 2000~2005 (6년) | ESPN | 851M | 141.8M | 2006~2013 (8년) | ESPN | 2370M | 296M |
| - | - | - | - | 2007~2013 (7년) | TBS | 700M | 100M |
위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전까지 MLB 중계는 지상파인 FOX와 케이블인 ESPN이 독점하고 있었다. 그리고, 연평균 방영권료에서 볼 수 있듯이 지상파인 FOX가 케이블인 ESPN에 비해서 거의 약 3배에 이르는 금액을 지불하고 있었다. 이러한 금액의 차이는 ESPN이 시즌 경기만 방영하고 있었던 것에 비해서, FOX는 시즌은 물론이고, 올스타전이나 포스트 시즌 등 고시청률이 보장된 이벤트도 독점 방송할 권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ESPN의 시즌 경기 시청률이 1%대인 것에 비해서, FOX는 약 3% 정도이고, 올스타전이나 포스트시즌 등은 10%대이다.
하지만, 2007년부터는 상황이 완전히 역전되었다. 새로운 계약을 통해서 FOX는 이전에 비해서 무려 159.7M이 줄어든 연평균 257M이지만, 케이블 방송국인 ESPN과 TBS는 합계 396M을 연평균 방영권료로 지불하고 있다. 처음으로 MLB의 TV 방영권료에서 케이블이 지상파를 추월한 것이다.
이러한 역전 현상이 벌어진 것은 당연히 세부적인 TV 방영권에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계약을 통해서 FOX는 여전히 올스타전과 월드시리즈에 대한 독점 방영권을 유지했지만, 리그 챔피언쉽 시리즈의 일부 - 7년동안 NLCS는 4회, ALCS는 3회만 방영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을 뿐, 나머지 리그 디비젼 시리즈나 리그 챔피언 쉽 일부(NLCS 3회, ALCS 4회)에 대한 권리를 잃게 되었다. 반면에, 새롭게 TV 방영권을 가지게 된 TBS는 매주 월요일 오후에 벌어지는 시즌 경기(26경기)와 리그 디비젼 시리즈를 전국에 방송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은 변화가 생기게 된 것은 막대한 TV 방영권료에 비해서 시청률이 저하하고 있는 관계로, MLB 중계를 계속해야할지 모르겠다고 FOX가 울고 불고 난리를 쳤기 때문이다. 실제로 FOX는 단순히 방영권료를 낮추기 위해서 액션을 취한 것이 아니라, MLB를 더 이상 중계하지 않으려고 하였다. 왜 갑자기 이전까지 장기 계약을 맺었던 FOX가 못해 먹겠다고 난리를 치게 된 것일까?
기본적으로 야구장에서 야구를 보려면 입장료를 내야만 한다. 하지만, TV나 라디오 등을 가지고 있으면 누구나 공짜로 볼 수 있다(TV 시청료 등을 내고는 있지만, 그 금액이 그렇게 커지는 않다). TV나 라디오를 통해서 시청자가 무료로 야구 등을 볼 수 있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광고 덕분이다. 자신들의 상품을 보다 많이 판매하기 위해서 기업들은 탁월한 선전 효과를 가진 TV에 막대한 광고료를 지불하고 있다.
반대로, 방송국의 입장에서는 높은 시청율을 기록하거나 그러할 것으로 예상되는 컨텐츠를 확보하게 되면, 광고 수익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런 컨텐츠의 대표적인 것이 확실한 팬층을 가진 영화나 스포츠 등이다. 결국, 방송국은 스포츠나 영화 등 고시청률이 예상되는 컨텐츠를 확보하는 댓가로, 방영권료를 지불할 수밖에 없다. 이 방영권료가 미디어 밸류의 상승과 함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고등하고 있다.
또한, 스포츠의 입장에서는 TV나 라디오 등으로 경기가 중계된다는 것은 선전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되고, 게다가 거액의 방영권료까지 챙길 수 있기에, 한 마디로 꿩 먹고 알 먹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삼각구도의 기본이 되는 것은 메이저리그의 흥행이다. 메이저리그가 단순히 골수 매니아들의 스포츠라면, 높은 시청율이나 그에 따른 엄청난 금액의 광고 수주는 동반되지 않는다. 즉, 야구의 저변의 유지, 혹은 확대는 단순히 경기 티켓 등을 판다는 의미 이상이 있다.
이러한 저변의 유지 및 확대를 위한 노력의 대표적인 예가 '블랙 아웃 룰' 제도이다. 흔히들 '블랙 아웃 룰'이라고 하면, "경기가 시작되기 72시간 전까지 입장권이 매진되지 않으면, 경기장을 중심으로 반경 120km 이내에서는 로컬 TV의 경기 중계가 금지되는" NFL을 조건 반사적으로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NFL의 블랙 아웃 룰이 주요 수입원인 티켓의 판매에 중심을 둔 것인데 비해서, MLB의 블랙 아웃 룰은 전혀 다르다.
MLB에서 행해지고 있는 블랙 아웃 룰은 로컬 방송국과 그 외의 방송 - 전국 방송국이나 인터넷 방송 등과 경기 중계가 겹칠 경우에는 로컬 TV를 시청할 수 있는 에이리어 안에서는 글자 그대로 시커먼 화면만이 나올 뿐이다. 이것은 각 구단의 기반인 프랜차이즈의 독점권을 인정하고, 한발 더 나아가서 그 독점권을 유지 및 확대시키기 위한 조치이다. 예를 들면, 펜웨이파크에서 벌어지는 보스톤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의 경기를 전국 방송인 FOX와 보스톤의 로컬 방송국인 NESN이 동시에 중계하였을 때에, 보스톤 지역에서는 FOX를 통해서는 이 경기를 볼 수 없고, 오로지 NESN의 중계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전국 방송보다는 지역 방송을 우선시하는 MLB의 방침과 NFL을 비롯해서 대학 스포츠나 골프, 격투기 등 라이벌 스포츠나 영화, 음악, 드라마 등의 발전 -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TV 채널을 선택할 폭이 넓어지면서, FOX의 MLB 시청률은 3%대(케이블 방송국은 1%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로 추락하였다. 게다가, MLB의 최대 이벤트인 올스타전은 이미 2002년 이후로 한자리 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고, 월드시리즈 역시 2007년에 10.6%로 하락하는 등 몇 년안에 한자리 수로 떨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1996년 이후로의 올스타전과 월드시리즈에서의 시청률
| - | 1996 | 1997 | 1998 | 1999 | 2000 | 2001 | 2002 | 2003 | 2004 | 2005 | 2006 | 2007 |
| All Star Game | 13.2 NBC |
11.8 FOX |
13.3 NBC |
12.0 FOX |
10.1 NBC |
11.0 FOX |
9.5 FOX |
9.5 FOX |
8.8 FOX |
8.1 FOX |
9.3 FOX |
8.4 FOX |
| World Series | 17.4 FOX |
16.8 NBC |
14.1 FOX |
16.0 NBC |
12.4 FOX |
15.7 FOX |
11.9 FOX |
13.9 FOX |
15.8 FOX |
11.1 FOX |
10.1 FOX |
10.6 FOX |
시청률은 광고 단가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MLB에 막대한 방영권료를 지불한 FOX는 시청률의 하락으로 CM의 단가 하락 등으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게 된 것이다. 즉,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MLB는 FOX와 중계권을 줄이는 대신에, 부담할 비용도 줄이는 빅딜을 성사시키게 된 것이다. 이것을 MLB의 입장에서 보면, TBS를 새롭게 중계 파트너로 영입함으로서 MLB 중계에 손을 떼려고 한 FOX의 움직임을 저지한 것이 된다. 그런데, 이러한 케이블 방송국이 지상파를 우위를 점하게 된 것은 단기적으로는 TV 방영권료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황금알 낳는 거위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메이저리그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치명적인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전통적으로 방송국과 스포츠의 관계는, 방송국의 경우에는 시청률을 보장된 (광고를 유치해서 돈을 벌 수 있는) 중요한 컨탠츠였고, 반면에 스포츠로서는 텔레비젼을 통해서 무료 선전 효과와 방영권료를 챙길 수 있는 한 몸을 가진 샴쌍둥이였다. 그런데, 케이블 TV와 같은 유료 방송이 출현하면서, 이 상황에 변화가 생겼다. 유료 방송이란, 글자 그대로 방송을 볼려면 돈을 내라는 것이다. 즉, 원론적으로는 유료 방송은 돈만 내면 그전까지 지상파에서는 방영하지 않았던 프로그램들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유료 방송의 출현으로 소수의 매니아 층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들 - 예를 들면, 일본이나 미국의 드라마나 K1이나 프로 레슬링 등과 같은 스포츠를 TV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유료 방송은 마이너적인 요소와 메이저적인 요소를 동시에 가진 극과 극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유료 방송이 오로지 지상파가 외면하고 있는 소수의 매니아 층을 타겟으로 한 마이너적인 컨탠츠만 취급할 경우에는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유료 방송은 다수의 대중이 즐기는 메이저적인 컨탠츠의 확보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높은 시청율이 보장된 킬러 컨탠츠에 유료 방송은 거액의 방영권료를 지불하면서까지 독점하려고 하고 있는 이유이다.
결국, MLB의 TV 중계에서 지상파보다 케이블 방송이 차지하는 비율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대중과 접촉할 수 있는 창구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에서 TV를 소유하고 있는 세대수는 약 1억 600만 정도이고, 반면에 케이블 방송의 대표주자인 ESPN을 수신하고 있는 세대수는 약 7,700만정도라고 말해지고 있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2,900만 세대가 MLB로부터 멀어지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이러한 상황이 악화 - 지상파가 MLB 중계를 포기하는 대신에, 케이블 등 유료 방송이 대세가 될 경우에는 케이블 가입자가 늘어난다고 해도 2,000만 세대 이상은 메이저리그로부터 단절될 수밖에 없다.
혹시나 "로컬 방송이 지상파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MLB가 중점을 두고 있는 로컬 방송은 그 지역에 한정될 뿐이다. 예를 들면, 보스톤의 지역민들은 로컬 방송을 통해서 레드삭스의 경기 상대로서 나머지 29개 구단을 만날 수 있을 뿐이다. 즉, 이러한 로컬 우선시는 지역 팀의 충성스러운 팬을 만드는데는 효과적이지만, 메이저리그(혹은, 야구)의 보급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매우 부정적이다. 결국, MLB의 TV 중계에서 지상파를 케이블 방송이 추월한 것은 단기적으로는 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겠지만, 야구의 보급이라는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리스크가 분명히 존재한다.
앞으로 MLB가 어떠한 변화를 통해서, '수익성'과 '저변의 확대'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을 두고 살펴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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