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은 지나 있고 발목은 어마어마하게 쑤시고 눈은 다시 천근만근이지만, 지금 써 두지 않으면 요즘같이 여유가 없을 때 정리할 시간도 없을 것 같아 잠시 눈붙여졌다가 떠진 이 시간에 끄적여 봅니다.
...다섯 경기가 잡힌 일산 모 구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평소 대중교통으로 움직일 때보다는 여유있게 방을 나섰습니다. 카풀로 태워주기로 한 분과 만나는 장소는 합정역.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약 10분 정도 일찍 도착했고 바로 이어 그분의 차가 도착... 자유로를 타고 목적지로 향하는데 생각했던 시간보다 약 10분 가까이 늦게 도착해서 아찔하기도 했다죠. 일산 호수공원 쪽으로 들어가거나 민자(민간자본으로 만들어 통행료가 유료인) 도로로 갔으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는데, 전에 자주 배정되던 **중학교에서 그 구장으로 가는 길만 알고 계신 터라 그 길로 가는 통에 한참을 돌아가고 마침 신호등 블로킹은 꼬박꼬박 당하면서 늦어졌다는... 그나마 일찍 나선 덕에 항상 마지노선으로 여기는 경기 시작 30분 전에는 구장에 들어설 수는 있었다죠. 역으로 생각하면 그만한 시간을 더 썼기에 이야기는 더 많이 나눌 수 있었는지도 모르죠.
2심으로 두 경기, 1심으로 세 경기가 벌어지는 통에 시즌 초라 여유있게 인원이 배정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저를 포함 세 명만이 배정되었습니다. 다섯 경기가 예정되었다지만 한 명 당 많아야 세 경기, 통상 두 경기만 하면 되는 것이니 경기 배정 수 자체에는 문제가 있는 정도는 아니었지만-한 명은 1심제 경기 하나, 2심제에서 구심과 루심 한 번을, 다른 두 명은 1심제 경기 하나와 2심제에서 구심으로 하건 루심으로 하건 한 경기를 담당하면 투입 조정은 무난하다 여겼음- 저 외의 두 사람에 대해서는 불안감 투성이였죠. 한 분은 지난 해 이 일을 시작하셔서 1심으로 실전경기를 본 경험이 전무한(연습경기는 여럿 보셨다지만), 또 한 분은 년차는 저보다 위이자 나이로도 한참 위인 심판학교 동기이시지만 기본 자세나 포메이션에서 한계를 드러내 계신 분이라 아무 문제없이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구나 윗선의 결정으로 (내부적인 갈등이 있어서 대회 진행에 문제가 생겼다는) 인천 쪽 대회에 1심 말뚝 배정(잘 하는 분들 위주로 이루어졌을 테니) 이 이루어졌다는데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뭐 그렇다고 저 스스로에 대해서는 믿음이 강했느냐... 전날 밤샘의 여파로 전반적으로 몸이 무거웠던 데다 1심제 공식 경기는 수 년만의 일이라 감각이 무뎌져 있다는 점에 첫 경기부터 제가 들어가야만 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니 불안한 출발이었죠.
2심제로 들어갔던(제가 구심, 지난 해 시작하신 분이 루심) 경기에서 아웃이냐 세이프냐를 놓고 심판들 간에 콜이 엇갈려 팀으로부터 이의제기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타자가 때린 공이 중견수 쪽 라인드라이브로 날아가는데 중견수의 글러브에 들어갔다가 땅에 떨어졌다는...
여기서 타구를 쫓아 앞으로 나선 제 눈에-구심-는 "타구를 잡은 후 (약간 점프해서 잡은 정도) 글러브엔 확실히 들어갔는데 다음 스텝에서 공을 잡은 글러브-오른손잡이라 왼손에 글러브가 있었음-를 내려 오른손으로 공을 꺼내려는 동작에서 떨어뜨렸으니 다음 플레이에서 떨어뜨린 것이기에" 아웃으로,
(2심제 심판들의 포메이션대로라면 타구 방향을 확인한 뒤 타자주자의 움직임을 위주로 체크하기 위해 내야로 들어와 줘야 할) 루심이 타구 방향을 계속 따라가서 보고 "야수가 타구를 잡는 자세가 불안해 보였는데 공을 잡고 바로 떨어뜨린 것으로 생각해서" 노 캐치를 콜한 것이죠.
약 1초의 시간차를 두고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제가 먼저 콜을 했지만 구심인 저를 등지고 공에 시선이 따라간 루심 분도 자기 나름 콜을 하는데 시간차가 생긴 것이죠. 당연 시비가 발생할 밖에요. 하지만 루심을 보신 분이 돌아서자 저는 오른손 검지와 중지 손가락을 제 눈으로 향하면서 "(심판들끼리 타구에 따라 움직이도록 하는) 포메이션에서 구심인 내가 판정할 사안이었으니 내 판정에 따라 달라"는 시그널을 준 후 아웃 판정에 따라 (자신들의 입장에서) 손해를 입게 된 공격측 팀원들에게 아웃 판정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해서 정리가 이루어졌다는... 다행히 양팀이 승부보다는 경기의 내용적 부분을 즐기는 분위기였기에 무난히 넘어갈 수 있었다는... 스트라이크-볼 재정에서 포수들이 가끔 억울해 하는 부분도 있었는데(2심제 경기는 선수 출신자가 2명, 3명이 뛸 수 있는 리그였기에 투수들의 구속과 위력이 꽤 되기에 자칫 존 형성에 실수가 있으면 두고두고 욕먹기 십상이죠) 웃으면서 "빠졌는데 미트질로 끌어들이면 더 아닌 걸로 보여요" 했더니 밉지 않은 미소를 지으면서 계속 경기에 집중하더라는...
걱정했던 것에 비하면 무난히 지나간 하루였다는 생각입니다. 그간 자주 1심을 봐 오다가 근 3년여 동안 우리 심판부의 "1심 투입 리그 기피 결정, 2심제 이상 보장되는 리그에만 위촉 요청 수락"으로 인해 쉬어 오던 1심제 공식전에 출장했다는 불안감과 혹시라도 투수 뒤에서 스트라이크-볼 재정을 내려야 하는데 타자의 타구에 맞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으로 콜업 자세가 순간순간 흐트러지는 경우가 (거의 저 혼자만 그런 느낌이었던 듯) 간간이 나왔다는 점을 제외하면 말이죠. 한 분은 약속이 있어 세번째 경기까지만 계셨다가 들어가셔야 하고 또 한 분은 아직 미덥지 못한 부분이 있어 첫번째 경기인 1심제 경기부터 들어가야 했고 날이 풀리기 전인 아침 경기라 복장 문제도 나오고 시간제한에 걸려 여유있게 종료될 수 있었을 법한 상황에서 더블 플레이가 터져 나와 두 시간을 꽉꽉 채우는 통에 힘이 더 들더라는... 예상못한 상황들이 속출해서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고독한 재정을 내려야 했던 1심제 경기들과는 달리 2심제로 진행한 경기들은 경기 시작 1시간 40여 분 만에 7이닝 경기가 종료될 정도로 신속하고 깔끔하게 (어필 거의 없이) 진행되어 대비가 되었다는... 1심제 경기를 진행하면서 파울-페어를 판정내리기 위해 플라이 타구가 라인 선상으로 뜰 때마다 신속히 움직이고 주자가 두 명 이상 루상에서 진루를 시도할 때 어느 주자에 대한 플레이를 우선으로 처리할 것이냐를 생각하고 움직이는데 송구가 악송구가 되거나 해서 몸을 위협할 때는 아찔했다죠.
대기심으로 밖에 있을 때 리그에서 기록 및 운영을 겸하는 분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습니다. 전날 원치 않은 밤샘을 하고 나왔기에 으스스한 봄바람에 떨며 졸다가 감기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더 나았죠. 그분도 야구에 미친 삶을 같이 지내온 분이라 그런지 요즘의 사회인 야구 현실과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모습, 박찬호 등의 소식에 서로 공감을 나누기가 편했다죠. 사실 일요일 야구심판일을 위해 나서면 경기에 투입되어 재정을 내리는 것보다 자주 보기 힘들었던 사람들과 만나 야구관련 수다를 떠는 일이 더 반가운 지도 모르겠구나 싶었답니다. 같은 주제를 공유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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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벽 방을 나서기 전에 고시원 방의 책상에 놓인 책들의 배치를 새로 했습니다. 05시에서 06시에 이르는 시간 동안 진행했는데 결과적으로 "트인 느낌엔 만족, (공간확보 목적을 달성했느냐에는) 갸웃거려짐"이었다는... 운동화를 구입할 때 받은 상자에 잘 안 읽는 책을 넣고 큰 바퀴가방에 넣어두고 전원 플러그가 놓인 자리에 두꺼운 책들을 받침대를 놓아서 밀어붙이니 그나마 보이는 느낌은 만족이라죠. 약이나 물건을 구입할 때 어지럽게 정리해 둔 것들을 다시 재배치한 것은 다소 맘에 들진 않았지만 말이죠. 거기에 구입을 고려 중인 복합기를 놓을 공간이 되겠느냐에 있어서는 부족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 전원 플러그 있는 쪽에 두꺼운 책들을 옮겨 놓으니 가끔 플러그를 새로 꽂았다 뺐다 하는 것이 쉽진 않겠다도 아쉬운 부분이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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