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퇴근하기 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웬일인지 정말 오래간만에 일기예보대로 날씨가 진행 중이라는] 상황에 맞물려 새벽-아침까정 오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사회인야구 쪽의 상황을 아시는 분들이시라면 이런 날씨 속에서 야구경기가 진행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제가 마침 배정받은 구장은 "폭우가 몇 시간 동안 쏟아져도 경기 시작 전 두 시간 남짓 전에 날이 개이면 간단히 홈플레이트와 마운드, 베이스 주변만 살짝 정리하고 나서 무난하게" 경기를 진행할 수 있는 구장이라 아침 8시 경기에 라이프 사이클을 맞추고 준비를 해야만 했습니다.
문제는 제가 일반적인 "9 to 5, 6" 스타일의 직장을 다니는 것이 아니라 평일은 새벽녘에, 토요일은 밤 시간대에 즈음해서 퇴근해서 귀가하는 곳을 다니는 터라 일요일 배정을 받고 더구나 사회인야구처럼 하루 온종일을 그라운드에서 시간을 쏟아내야 하는 경우 마음 편하게 잠을 자는 것은 글렀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상황을 몇 년 째 지속해 왔다는 점이랍니다. 20시 정도 전후로 방에 들어오면 바로 드러누워 두세 시간을 잔 다음 준비를 천천히 하기도 하지만 22~23시 경에 들어오면 잠을 청했다가 늦잠이라도 자서 펑크를 낼까 하는 두려움이 커서 밤샘을 택해 버린다는... 간신히 눈을 붙이려고 해도 거의 1, 20분 간격으로 눈이 떠져 버리는 터라 어차피 숙면의 효과는 없다고 봐도 무방할 듯... 그런 경우 다행히도 02년 후반기 새로운 직종의 일자리를 구한 쪽의 시간대가, 월요일 출근이 오후라는 점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나 할까요. 일요일 늦은 밤에 돌아와서 몸을 추스리고 개인정비를 한 다음 이부자리 속에 들어가 뻗어 버려도 다음 날 해가 중천까지 떠 있는 것을 보고 슬슬 몸을 추스려 채비를 하면 되니 말입니다. 하기는 예전에 정상적인 시간대의 직장을 다닐 때라던지 학교 여름방학 기간이라던가를 만나면 토-일요일 간에 걸친 심판으로서의 하루는 그야말로 초죽음 상태가 다름없는 날이었다는... 그런데다가 심판장비와 갈아입을 옷가지가 들은 가방을 바퀴달린 여행용 가방으로 바꾼 뒤(재작년까진 일반 야구선수용 장비가방을 어깨에 둘러메고 다녔는데 십 몇 년 째 어깨에 가방을 메는 것이 이젠 한계더라고요)로는 버스나 지하철 이동을 위해 계단을 이용할라 치면 정말 고역이 겹이더라는...
뭐 이 정도까지야 이 일이 좋아서 하는 것이지 하는 자조 속에 견뎌내는데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어제-오늘과 같은 상황이죠. 배수가 그다지 좋지 않은 구장에 배정이 되면 전날 온 비 정도로도 충분히 취소 통보가 되어 휴식을 취하거나 작업 등에 전념할 수 있을텐데, 배정이 너무 잘 되는 곳을 만나면 당일 아침에 비가 쏟아져도 리그 쪽에서 취소 연락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편도 한 시간 반이 소요되는 구장을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찾아가고, 현장에 도착해도 비는 계속 오는데 리그 담당자는 개이면 바로 할 수 있으니 기다리라고만 하고(마음편히 숨돌리면서 휴식 내지 모자란 잠을 조금 자면서 기다릴 수만 있다면야 감지덕지이지만 예전 모 리그는 위장막 씌운 벤치의자에서 기다리라고 하니 환장하겠더라는)... 몇 년 전 신림동의 고시원에서 지내던 시절에는 바로 위와 같은 경우를 매년 여름이면 계속 겪다 보니 아예 배정담당하는 총무님에게 협박전화를 넣어서 "더 먼데라도 좋다, 그곳은 절대 보내지 말아 달라"고 청까지 넣었을까나요. 보통은 리그 쪽에서 "*** 심판은 문제를 자주 일으켜서 리그의 여러 팀원들에게 원망 및 기피대상이 되어 있으니 보내지 말아주세요." 하는데 저는 제가 못나가겠다고 거의 협박으로 요청할 정도였으니까요.
오늘 배정이 예정된 곳도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배수는 일반 학교 운동장들 중에서는 특급에 해당하는 곳이라 - 지난 해 비 때문에 하루 전 경기가 취소된 적은 단 하루도 없었다는 - 방 밖의 창문을 두들기는 강한 빗소리에도 불구하고 연락이 없어 결국 새벽 여섯 시가 다 되어서 가방을 들고 나섰는데 전철역을 약 1~2분 정도, 개집표기에 도착하기 전에 전화가 와서 오전 경기가 취소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이곳은 지난 해 팀제로 운영되면서 일 년 내내(시험대비로 못 나가거나 대회 때의 특별배정을 제외하고는) 찾으면서 기록 및 운영관리하는 분과 동등한 입장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던 사이였기에 연락주셔서 고맙다, 있다가 시간되면 다시 출발하겠으니 변동이 생기면 연락을 달라는 등의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와서 이렇게 아침 시간을 버티는 중입니다. 같은 구장에 배정된 다른 심판원 분들께도 문자 띄우고 전화통화하면서 안부를 나누는 한편 오후 경기의 변동에 대해 연락을 중계하겠다는 등의 용건을 교환하고 방에 들어와 있다죠. 날씨가 쌀쌀하다 싶어서 겉옷 안에 입은 내의며 심판복 바람막이 옷이며 다 입은 상태로 말이죠. 시원하게 일단 탈의해서 옆에 놓고 한두 시간 눈을 붙이고 싶은데 제 스타일이 옷갈아입고 장비 챙기는데 시간소요가 제법 되는 터라 그러질 못하네요. 동료 심판 중 한 분이 카풀 시간과 장소를 맞추자고 하는데 돌아오는 길은 피로가 심하니 그러자고 하겠지만, 아침 가는 길은 책읽는 재미를 느끼고 싶어 대중교통(버스는 어렵고 지하철)으로 경기시간에 맞춰 갈 수 있다면 눈은 하루종일 감겨와도 후자 쪽이 속은 더 편하다죠. 그렇지만 아침 해가 떠오르는 상황에서 이렇게 눈이 감겨가는 상황에서 오후 경기를 위해 나서야 한다면 전철에서 한가하게 자리잡고 앉아서 책읽기는 어려울 테고(토일요일 아침과 오후 나절엔 자리잡아 앉는 것은 매우 어렵죠) 카풀을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지난 주에는 일하는 곳에서의 과중한 업무부담에 지쳐 "4주 연속 배정받았으니 한 주-이번 주-는 결단코 빼 주삼"해서 빠진 것인데 이번 주... 도 고생이네요. 다음 주는 작업이다 뭐다 해서 빠질까도 싶은 상황인데 이렇게 되면 다음 주 배정을 쉬는 일은 더욱 쉽지 않을 전망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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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리그 쪽 담당하는 분과 아침 6시 경에 문자주고받고 같은 구장에 배정된 심판분들과 모두 1차 통화를 마쳐 놓고 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 배정담당 총무님의 문자 도착, "**리그 오전 경기 취소, 오후 경기는 추후 통보"라고 말이죠. 이런 때는 배정담당자가 일괄 관리하는 것이 단점으로 작용하는 경우겠어요. 해당 구장 배정 팀으로 움직여서 이미 처리를 끝낸 다음에 사후약방문이니...
덧 둘. 만약 리그 담당자의 연락처를 모르고 제가 임의로 구장으로 출발했다면 이 문자를 받았을 시점은 제가 이미 구장에 도착하기 약 5~10분 전이거나 이미 구장에 도착한 다음이었겠죠. 그랬다면 비오는 학교 운동장 스탠드에서 비를 간신히 피하고 찬 바람을 맞으며 세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
덧 셋. 그렇게 되었다면 오후 경기는 차량으로 이동하는 분들에게 맡기고 강짜를 부려서 혼자 방에 돌아와 뻗어버리는 것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갑자기 해 보았습니다. 시나리오대로 전개되었다면 아침 피로는 극에 달했어도 오후-저녁에는 보다 멀쩡한 모습으로 지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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