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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미스테리나 불가사의, 외계인 등에 심취했던 적이 있기에, "X-FILES"을 거의 한편도 빼놓지 않고 몇 번이나 본 열광적인 팬 중의 한명이다. "X-FILES"의 기본 구조는 어두운 개인사(어릴 때에 동생이 외계인에게 납치되었다고 믿고 있다)로 인해 초자연현상을 긍정하고 있는 폭스 멀더와 의사이며 과학적인 사고를 하는 데이나 스컬리가 설명하기 어려운 미해결 사건을 통해서 숨겨진 진실에 다가간다는 내용이다. "X-FILES"의 시리즈물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당연히 야구와 연관된 시즌 6의 제20화인 'The Unnatural 인간이 된 외계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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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대의 신문을 체크하고 있던 폭스 멀더는 1947년에 마이너리그에서 미친듯이 홈런을 양산하면서 한 시즌 최다인 61홈런을 기록한 로스웰 그레이스의 조쉬 엑슬리가 외계인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품게 된다. 그 당시에 KKK단으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검은 베이브 루스'인 그를 보호하던 전 보안관 아서 데일스을 방문해서 진상을 듣는다.  

흑인인 조쉬 엑슬리는 자신을 보호하던 백인인 아서 데일스에게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두 사람 사이에는 인종을 넘은 우정이 생기고, 조쉬 엑슬리는 아서 데일스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 놓게 된다. 자신은 인간이 아니라 지구에 온 외계인으로, 우연히 접한 야구의 매력에 빠져서 직접 선수로 뛰고 있다고 말하였다. 그가 백인이 아닌 흑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이유는 인종차별이 상식이던 시대였기에,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을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쉬 엑슬리는 한 시즌 최다인 61홈런을 친 후에 외계인 킬러에게 살해당한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조쉬' 엑슬리라는 이름과 희대의 '홈런왕', 그리고 '검은 베이브 루스'라는 말에서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누구를 모델로 한 것인지 눈치를 챘을 것이다. 바로 니그로리그의 전설적인 홈런왕인 조쉬 깁슨이다. 즉, 깁슨의 '조쉬'와 타이틀인 '엑스'를 합쳐서 만든 이름이 조쉬 엑슬리이다.

외계에서 온 검은 홈런왕

1920년대가 메이저리그의 베이브 루스의 시대였다면, 그와 바톤을 터치해서 1930, 40년대를 주름잡은 홈런왕이 니그로리그 등에서 활약한 조쉬 깁슨이다. 홈런포를 양산하는 그를 당시의 사람들은 '검은 베이브 루스'라고 불렀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베이브 루스야말로 '흰 조쉬 깁슨'이라고 칭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18세이던 1930년에 니그로리그의 명문인 홈스테이드 그레이스에 입단한 조쉬 깁슨은 17년간 현역으로 뛰면서 베이브 루스는 물론이고, 행크 아론이나 배리 본즈도 아직 미치지 못하는 통산 962홈런을 기록하였다고 말해지고 있다. 또한, 1931년에는 한시즌 71홈런에 기록한 후에 1934년에는 믿을 수 없게도 한시즌에 84홈런을 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게다가, 그의 포지션은 가장 체력부담이 큰 포수였고, 니그로리그에서 2번의 타율왕과 함께 통산 타율은 0.373(혹은, 0.391)라는 설도 있다.

그와 함께 그레이스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검은 루 게릭'인 벅 레오나드는 생전에 "그만큼 멀리 타구를 날려 버리는 타자를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폴로 스타디움(메이저리그에서도 역대로 가장 넓은 외야를 가진 구장 중의 하나로 말해지고 있다) 에서 열린 어느 경기에서는 그가 친 타구가 장외로 날아가 버렸다. 한참 후에 야간 경비가 와서 '방금 누가 홈런을 쳤나? 역의 홈플레이트에 홈런볼이 떨어졌다. 아마도 180m는 족히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리고, 과거의 양키스타디움의 좌우익 관중석은 3층이었다. 이 구장에서 3층을, 그것도 우측보다 훨씬 넓은 좌측의 외야석을 훌쩍 넘긴 유일한 타자가 조쉬 깁슨이라는 증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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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에서는 그 후인 1963년에 역대 최고의 스위치히터인 미키 맨들이 우측 관중석 3층의 지붕을 때리는 홈런을 쳤을 뿐이다. 덧붙여서, 이 이야기에서도 미키 맨들이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자신을 찾아온 폭스 멀더에게 아서 데일스는 "미키 맨들의 통산 홈런수는 몇 개냐?"고 묻는다. 야구광으로 설정된 폭스 멀더는 "163개"라고 대답한다. 그의 어이없는 대답에 '꺼져'라는 식으로 쫓아낼려고 할 때에 폭스 멀더는 "그것은 우타석(에서 친 것이다). 좌타석에서는 373개로, 합계 536개"라고 말한다. 이 설정도 양키스타디움에서의 장외 홈런에 관한 일화에 배경을 두고 있고, 조쉬 엑슬리가 조쉬 깁슨임을 암시하고 있다.

1937년 이후 도미니카와 멕시코 등에서 활약하던 그는 1942년에 친정팀인 홈스테이드 그레이스에 복귀하였다. 이전부터 만성 편두통에 시달리던 그는 1943년 1월에 뇌종양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병원측은 즉각적인 수술을 권했지만, 그는 현역 생활을 계속하기 위해서 거부한다. 아픔을 술로 잊으면서, 1943년에는 홈런왕과 타율왕을 차지하였다. 1946년에도 홈런왕을 차지한 그는 1947년 1월에 35세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하였다. 1972년에 조쉬 깁슨은 사첼 페이지에 이어서 벅 레오나드와 함께 역대 2번째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니그로리거가 되었다.

조쉬 깁슨이 외계인으로 설정된 이유는 니그로리그의 기록이 정확하게 남아있지 않다는 점이다. 사실 그가 통산 962홈런이나 한 시즌 홈런수, 타율 등 모든 것이 증언 등에 의존한 불명확한 기록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사첼 페이지나 쿨 파파 벨 등 니그로리그의 모든 선수들의 기록은 전설이며, 니그로리그 자체가 신화의 세계이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신화 속의 인물들이 바로 니그로리거였다. 같은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였다. 그들에게 사이 영이나 월터 존스, 베이브 루스 등의 기록이 깨졌다고 해도 화이트리그의 우수성은 변함이 없다. 화이트리그의 스타들은 현실 속의 불완전한 인간이었지만, 니그로리그는 인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레이'스와 로스웰, 그리고 1947년

조쉬 엑슬리가 소속된 구단은 그레이스이다. 여기에서 그레이스는 두가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위에서도 언급한 니그로리그의 명문구단이었던 홈스테이드 그레이스를 암시한다. 즉, 조쉬 엑슬리가 조쉬 깁슨을 모델로 했음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둘째는 조쉬 엑슬리는 외계인종 중에서 '그레이'로, 외계인 '그레이'가 활약하고 있는 팀이라는 사실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그레이스의 프랜차이즈는 UFO의 세계에서는 성지와도 같은 로스웰이다. 로스웰은 1947년 7월에 일어났던 이른바 '로스웰 사건'을 의미한다. 로스웰 사건이란, 로스웰의 어느 한 목장에 UFO가 추락했고, 미국 정부가 외계인의 사체와 UFO의 기체 등을 회수했다고 UFO와 관련된 사람들이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미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기상 관측용 기구의 잔해라고 발표하였다가, 1994년에는 사실은 기상 관측용 기구가 아니라 핵실험과 관련된 군사 프로젝트였다고 해명하였다.

어느 쪽이 진실일까? 사실 어릴 때는 UFO가 추락한 것이 명명백백한 사실이라고 믿었지만, 이후 로스웰과 관련된 다른 주장도 알게 되면서 음모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상황 증거 외에는 쥐꼬리만한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는 음모론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세계를 단순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해할 수 없기에 믿는 것이 종교라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믿는 것이 음모론이다. 사실 이 "X-FILES"이라는 드라마 자체도 그 방송국이 FOX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1970년대의 오컬트 신드롬과 마찬가지로 보수주의로의 회귀라는 정치적 메시지가 내포되어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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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조쉬 엑슬리가 61홈런을 기록한 연도로 1947년이 된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조쉬 엑슬리가 동료 외계인 킬러에게 살해당한 것처럼 그 모델인 조쉬 깁슨이 죽은 해이고, 두번째는 로스웰 사건이 일어난 해이다. 그리고, 세번째는 바로 재키 로빈슨이 20세기 첫 흑인 메이저리거로 첫발을 내딛은 기념비적인 시즌이었다. 사실 재키 로빈슨이 다저스와 계약을 맺기 전에 파이러츠가 조쉬 깁슨을 영입하려고 하였지만, 당시 커미셔너인 케네소 M. 랜디스의 반대로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돋보잡급의 신인이 다저스와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은 큰 충격이었다. 이 실망감이 그의 죽음을 재촉했다는 설도 있다.

즉, 1947년은 새로운 시대로의 터닝 포인트를 의미하고 있다. 1947년 4월 15일 브레이브스와의 홈 개막전에 재키 로빈슨이 출전하면서, 1884년 플리트 워커를 끝으로 화이트리그를 지배한 아파르트헤이트에 종언을 고했다. 이것은 극 중에서 조쉬 엑슬리가 시즌 61홈런을 친 후에 나타난 KKK단원들을 흑인들로 구성된 그레이스뿐만이 아니라 백인으로 이루어진 사우스웨스트 올스타즈가 함께 물리치는 것으로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당연히 이 드라마의 중심 소재인 '외계인'과 관련된 의미도 있다. 흔히들 외계인과의 만남을 4가지로 나누고 있다. 첫째는 제1종 만남으로 단순히 UFO를 목격한 것이고, 둘째는 제2종 만남으로 UFO의 착륙 흔적이나 파편 등과 같이 물질적인 증거가 있는 경우이다. 그리고, 세째인 제3종 만남은 외계인과의 직접적인 접촉이고, 끝으로 제4종 만남은 폭스 멀더의 동생과 같이 외계인에게 납치된 경우를 가리킨다.

여기에서는 UFO 등을 단순히 목격한 것이 아니라 조쉬 엑슬린과 아서 데일스의 관계에서 알 수 있듯이 제3종 만남, 즉 외계인과의 직접적인 조우라는 새로운 세계와의 접촉이다. 이 접촉을 킹콩이나 에이리언 등과 같은 영화에서는 '인간과 다른 모습을 한 타자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에 인간 자신이 말살될 수도 있다는 위협'에 근거하고 있지만, 여기에서는 아서 데일먼이 폭스 멀더에게 "뜨거운 열정이 존재의 본질이나 인간의 형태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나?"라고 물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에 대한 개념'의 확대를 추구하고 있다.

모든 것은 외계인의 탓

이 아서 데일먼의 말은 매우 중요하다. 여기에서는 외계인이지만, 외계인이라는 우주의 새로운 존재 대신에 극심한 인종차별이 상식이던 시대의 흑인(노예)을 대입해도 말이 된다. 즉, 저 말은 아파르트헤이트가 상식이던 시대가 끝났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니그로리그 시절에 그들은 더 이상 노예의 신분이 아니었지만, 고속도로도 이용할 수 없었고, 게다가 휴게소나 모텔 등도 이용할 수 없었다. 경기는 메이저리그의 구장을 빌려서 할 수 있었지만, 라커룸 등 부대시설은 사용할 수 없었다. 또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재키 로빈슨도 팀 동료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받거나 함께 필드에 서는 것을 거부당하기도 하였다. 카디널스와 같은 구단은 그가 나올 경우에는 다저스와의 경기를 포기하겠다고 메이저리그 사무국이나 다저스를 협박하기도 하였다.

이 차별은 지금도 여전하다. 단지 더욱 더 교묘해져서 인종 차별인지 아닌지 그 경계가 애매할 뿐이다. 베이브 루스의 통산 홈런을 갱신할 즈음에 행크 아론은 생명의 위협을 받았고, 스테로이드와 관련된 의혹을 받고 있던 배리 본즈는 빈볼 세례를 받기도 하였다. 게다가, 그 빈볼을 던진 러스 스프링어 등가 퇴장당할 때에 기립박수를 보내는 야구사상 최대의 오점을 볼 수 있었다. 차라리 "뉴욕의 셰이 스타디움에 지하철을 타고 가는 것은 베이루트를 자동차로 가로질러서 가는 것과 같다"나 "내가 뉴욕을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외국인들 때문이다" 등으로 노골적으로 말한 존 로커가 솔직하게 느껴진다.

사실 이 극화의 엔딩을 장식하고 있는 폭스 멀더와 데이나 스컬리가 배팅 박스에서 타격을 하는 모습은 감동적이다. 이데올로기적으로 양극단인 두사람이 하나가 되어서 날아오는 볼을 향해서 배트를 휘두르는 모습은 그라운드에서는 그 성별이나 국적, 인종, 연령 등을 불문하고 누구나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야구라는 스포츠가 가진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다. 게다가, 폭스 멀더가 입고 있는 유니폼에는 20번이라는 등번호와 함께 '깁슨'이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다. 사실 FOX가 의도한 것은 가족주의와 인종 구분 없이 하나로 융화된 아메리카 만세이겠지만, 의도와는 달리 이 장면은 흑인야구가 처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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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후반에 백인 야구로부터 추방된 흑인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야구 팀을 조직하였고, 1920년부터 1960년까지 수많은 고난과 방해 속에서 독자적인 니그로리그를 만들어냈다. 그들은 화이트리그에 전혀 뒤지지 않는 열정과 기량을 마음껏 필드 위에 쏟아냈고, 화이트리그로서도 위협을 느낄 정도로 인기를 구가하였다. 하지만, 재키 로빈슨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것이 도화선이 되어서, 니그로리그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들이 차례로 이탈하면서 순식간에 몰락하였다. 이후로, 흑인 선수들이 나날이 늘어나던 메이저리그였지만, 지금은 전체 선수 중의 10%대에 불과하다. NBA나 NFL 등이 각각 80%대와 70%대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흑인 야구의 저변이 완전히 붕괴했음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흑인 청소년들이 야구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는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야구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박탈당하고 있는 현실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대도시에서 흑인 청소년들이 주로 다니는 공립학교 중에서 야구를 할 수 있는 넓은 그라운드를 가진 경우는 거의 드물다. 또한, 야구를 하려면 돈이 든다. 학교가 야구볼과 배트, 글러브, 포수 장비 등을 완전히 구비할 수 있는 자금이 되지 않기에, 어느 정도는 사비가 들 수밖에 없다. 반면에, 농구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매우 좁은 지역에서 볼 하나만 있으면 누구라도 즐길 수 있다. 예를 들면, 뉴욕시에 있는 리틀 야구 팀의 90% 이상이 교외에 있는 백인들이 살고 있는 곳에 있다고 한다. 흑인 청소년이 야구를 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 현실을 상품화된 조쉬 깁슨의 유니폼을 입은 백인 남녀가 배트를 휘두르고, 볼을 날리는 기계를 조작하고 있는 것도 백인 소년의 모습에서 엿 볼 수 있다.

결국,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한 영화 "The Natural 내추럴'에서 타이틀을 딴 "The Unnatural 인간이 된 외계인"은 KKK단을 조종한 것도 외계인이라는 설정에서 알 수 있듯이 인종차별이나 모든 사회적인 불평등은 "다 외계인 때문이다"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추가 : Youtube에 일부의 동영상이 있어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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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손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