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MLB.com 메인 페이지. 몇 차례의 개편을 통해 온갖 수익모델과 서비스가 넘쳐나는 사이트로 발전해왔다.


개인적으로 90년대 중반 이후 한국프로야구의 인기 하락에는 케이블 TV의 등장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말해 프로야구 중계가 공중파에서 '사라지고', 보급률이 낮은 케이블 방송으로 옮겨 가면서 인기 하락이 동반되었다는 것이다. TV가 네 개 채널이던 시절에는 테레비를 틀면 어김없이 야구중계를 볼 수 있었다. 길을 가다 가전제품 매장 앞에 서면 멀티비전에는 해태-삼성전이 진행중이었고, 고깃집에 들어가면 구석진 곳에 걸린 TV는 한국시리즈를 모든 손님에게 '강제로' 보여주었다. 하지만 채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야구중계를 스포츠 채널이 전담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TV를 탁 하고 틀었더니 딱 하고 치는 소리가 들릴 확률이 작년 마해영 타율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면서 한때 '전국민적'인 관심사였던 프로야구는 점차 찾는 사람만 찾는 매니아들의 종목이 되어 갔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케이블 TV의 보급률이 현저히 낮았던 시절의 이야기다. 이제는 집집마다 커다란 접시 내지는 지 맘대로 골라보는 케이블 수신기가 설치되어 있다. TV를 켜면 KBS나 MBC가 나오는게 당연하듯, MBC ESPN이나 OCN이 나오는게 전혀 특별한 일이 아닌 시대가 됐다. 여기에 더해 각종 포털 사이트가 프로야구 인터넷 중계를 실시하고, 메인 화면에 프로야구 진행 상황을 알려주는 서비스까지 해준다. 과거 공중파 채널이 하던 '프로야구 강제로 보게 하기' 작업을 이제 포털 사이트에서 대신 수행하게 된 셈이다. 작년 프로야구 관중이 400만을 돌파했다는 뉴스는 이것과 정말 무관한 일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노출도가 높아지면, 관심도 증가하는 법. 아무리 매력없는 연예인도 TV에서 계속 보게되면 없던 매력이 생겨나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MLB TV 결제 페이지. 프리미엄 서비스와 일반 서비스 간에 차등을 두고 수익의 극대화를 꾀한다.


그래서 올시즌 프로야구 전경기가 TV를 통해 방송될 예정이라는 뉴스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지난 시즌만 해도 프로야구를 중계하는 두 개 채널(SBS 스포츠의 어이없는 작태로 인해 세 개가 아닌 두 개다)은 주로 삼성이나 기아, 롯데, LG와 같은 인기구단 위주로 중계방송을 편성했다. 하루에 두 경기 중계도 이전에 비하면 큰 발전이었지만, 구단마다 중계 빈도에 차이가 있다보니 일부 팬들로서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현대 유니콘스의 경우엔 방송사들의 노골적인 따돌림의 대상이었는데, 가뜩이나 불리한 위치에 놓인 구단이 미디어 노출까지 적다보니 이래저래 손해가 더 컸다. 물론 TV 중계가 없는 경우는 문자중계가 있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 문자중계는 야구를 보는 최악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MLB TV 같은 서비스를 보며 눈높이가 높아진 팬들을 만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4개 이상 채널을 통해 전 경기가 중계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이제는 우리담배건 롯데건 똑같이 TV에 노출될 기회를 갖게 된다. 이건 '홍보효과'라는 프로야구단의 존재 이유 가운데 하나를 완벽하게 충족시켜줄 수 있는 부분이다. 방송사들 입장에서는 시청률 경쟁을 통해 스스로의 중계방송 기술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MBC ESPN이 메이저리그 중계를 하기 전까지, 국내 방송사들의 프로야구 중계나 해설은 아프리카 방장 인터넷 방송 수준에 머물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MBC측이 MLB 중계 노하우를 활용해 젊은 감각에 맞는 파격적인 중계 방식을 선보이고, 해설자로 로테이션으로 기용해 가며 질적 향상을 꾀하며 좋은 반응을 얻자 다른 방송국들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아마도 작년 KBS N 스포츠를 본 야구팬이라면, 이 방송사가 2006년까지와 비교할 때 카메라 활용에서부터 레이아웃, 그래픽, 데이터 제공 등에 이르기까지 많은 면에서 향상되었음을 발견했을 것이다. 방송사간 '경쟁'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다. 아마도 올해는 SBS도 조금은 나아진 모습을 보이리라 예상되며, 메이저리그 중계 경험이 있는 엑스포츠도 끼어든 만큼 더 많은 질적 발전을 기대해볼 만 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KBO 공식 홈페이지의 KBO TV 페이지. 몇 가지 하이라이트 영상을 제외하면 볼 거리가 없다.



팬들로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이전까지 삼성-LG전을 시청하던 야구팬은 클리닝 타임이나 경기가 다소 처절한 지경으로 접어들었을 때, 채널을 돌려 홈쇼핑 또는 무한도전 재방송을 시청하는 것 밖에 선택지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잽핑(채널 여기저기 돌리기)을 통해 네 개 구장에서 벌어지는 경기를 '띄엄띄엄' 보는 것이 가능해졌다(물론 여전히 한 경기에 집중해서 시청하는 팬도 많겠지만. 나 역시 그런 타입이다). 이렇게 되면 자신의 응원팀만이 아니라 야구판 전체를 보다 넓게 조망할 수 있게 된다. 관심있는 팀이나 인기팀만이 아니라, 비인기팀의 잘 모르는 선수까지도 지켜보고 평가하는 일도 가능하다. 김성근 감독이 기껏해야 자신과 상대하고 있는 팀의 플레이밖에 볼 수 없다는 것과 비교할 때, 네 개 경기를 한꺼번에 손바닥 위에 놓고 본다는 것은 팬들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이런 변화는 KBO나 각 구단 홈페이지가 최근 스탯 정보 제공에 관심을 기울이는 현상과 맞물려, 팬들의 야구보는 눈을 한층 향상시켜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나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런 프로야구 중계방송을 KBO가 새로운 수익모델로 활용해볼 것을 제안하고 싶다. 모범사례가 있다. 바로 메이저리그 공식 사이트인 MLB.com이다. 양국 프로야구 역사가 100년 가까이 차이나는 것에 비해, MLB.com이 문을 연 것은 2000년으로 사실 KBO 홈페이지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하지만 MLB.com이 2007년 4억 5000만 달러의 수익을 내며 오픈 초기의 10배로 성장한 것에 비해, KBO는 여전히 수익과는 아무 상관없는 '관공서 홈페이지'처럼 운영되고 있다. 스탯은 출루율 나오는게 기적이고, 쇼핑몰은 제멋대로 따로 놀고 있고, 영상 제공 페이지는 인터넷에서 '싱아흉아'로 검색한 결과보다 훨씬 못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결정적인 것은 'MLB TV'의 존재일 것이다. 100만명이 넘는 유료 시청자를 확보한 MLB TV는 MLB.com 수익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노다지 광산이 된지 오래다. MLB TV의 수익 모델은 간단하다. 월 또는 시즌 단위로 결제를 하면, 로그인한 사용자는 벌어지는 전 경기 뿐만 아니라 지나간 경기까지도 전부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또한 경기마다 하이라이트 영상이 제공되고, 관계자 인터뷰나 드래프트, 스프링캠프 같은 특별한 행사까지도 전부 MLB TV를 통해 볼 수 있다. 또 최근에는 모자이크 서비스를 통해 여러 경기를 한 화면에서 동시에 보여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채널이 전국에 방송되는 한국과, 콜로라도 주민이 디트로이트 방송을 볼 수 없는 미국과는 다소 상황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야구 중계방송의 잠재력은 이미 곰TV나 네이버 라이브센터를 통해 충분히 입증된 바 있다. 자료에 의하면 곰TV의 한국야구 중계는 2007년 중반까지 누적 1000만명이 시청했고, '다시보기'만 해도 250만명 이상이 시청했다고 한다.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가 시작된 네이버 중계도 폭발적인 인기를 끈 바 있다. 문제가 있다면, 이 모든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된다는 것이다. 광고가 나오긴 하지만 그건 MLB TV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2억 달러 이상을 벌어다준 서비스가 한국에서는 완벽하게 공짜라는 사실, 뭔가 문제있다고 느껴지지 않는가? 아무리 한국이 '인터넷은 공짜'라는 생각이 만연한 곳이라고는 하지만 결코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엉뚱하게도 프로야구 중계방송의 떡고물은 네이버가 받아먹고 있다. 연간 10억이라는 비교적 '헐값'에 말이다.



어떤 면에서 올시즌 전경기 중계방송은 KBO에게는 기회다. 야구에 대한 노출도를 한껏 높여서 인기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은 물론이고, 중계방송을 활용한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네이버로부터 연간 고작 10억원 가량을 받고 중계권을 내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보다는 가능하다면 빠른 시일 내에 KBO가 자체 사이트를 통해서 인터넷 중계방송을 '유료'로 서비스하는 것이 어떨지 제안하고 싶다. 인터넷 중계를 지금처럼 무턱대고 공짜로 보도록 하는 게 아니라, 하다못해 연간 만원씩이라도 받고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지나간 경기를 통째로 다시 볼 수 있는 서비스와 인터뷰, 분석과 같은 다양한 자체 컨텐츠가 있다면 더욱 좋겠다. 이렇게 해서 얻은 수익은 각 구단에 분배하거나 야구계 발전을 위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전제가 있다. 바로 프로야구가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확실하게 인기를 회복하는 것, 그래서 팬들이 인터넷 중계를 위해 지갑을 열 만한 상황을 조성하는 것이다. 분위기는 좋다. 작년 시즌 메이저리그를 중계하던 엑스포츠가 프로야구 중계에 뛰어들었다는 것은 국내야구의 시청률이 전보다 나아졌다는 증거일 수 있다. 현대 사태를 겪으며 야구팬들이 '프로야구 살리기' 운동을 자발적으로 하는등 결속력을 다진 것도 나쁘지 않은 징조다. 또한 SK의 스포테인먼트가 성공을 거두고 다른 구단들이 이를 많은 부분에서 벤치마킹하는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SK는 올시즌을 앞두고 시즌티켓 구매자가 4,000명을 돌파했는데, 이는 2년전보다 144배 증가한 것이라고 한다. 이는 다른 구단들에도 팬들을 위해 투자하면 흥행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매우 의미있는 결과다. 메이저리그 역사를 보면 야구중계의 시청률은 야구장 관중 수 -야구 인기- 와 반비례가 아닌, 정비례 관계를 이뤘다고 한다. 올해의 전 경기 중계방송을 통해 한국프로야구가 어떤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부연. 물론 야구를 경험하는 최상의 방법은 글러브와 배트를 들고 나가서 직접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햇볕을 쬐고 바람을 쐬며 운동장에 나가 온 몸과 정신으로 야구를 느끼는 존재론적인 경험 말이다. 야구장에서 경기를 관전하는 것은 차선책에 불과하고, TV 중계방송 시청은 그야말로 '피치 못할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하루 4시간 자며 일할 것을 요구받고 태안 자원봉사처럼 뛰어다닐 것을 지시받는 이 피튀기는 시대에, 야구를 사랑하지만 차마 모든걸 다 바쳐 사랑할 수 없는 우리들이 택하게 되는 차차선책 말이다.


Copyright by 기호태

Daum 블로거뉴스
블로거뉴스에서 이 포스트를 추천해주세요.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기호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