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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경문 감독은 올시즌을 앞두고 홍성흔의 포수로서의 생명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더이상 그를 포수로 기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외야수로의 전향을 준비하라는 것이 김경문 감독의 전언이었다. 세간에서는 김 감독이 젊은 선수들로의 세대교체를 추진하면서 채상병을 주전 포수로 기용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반면 홍성흔은 자신은 포수로 뛰는데 문제가 없으며, 포수로 쓰지 않으려면 차라리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 시켜달라는 입장을 보였다. 어느쪽 주장이 맞는걸까. 지난 일요일 문학에서 열린 SK-두산전을 보면 대답이 될지도 모르겠다. 개막전 이래 계속된 채상병의 부진에 김경문 감독은 2군에 있던 홍성흔을 불러올려 이날 선발 포수로 기용했다. 홍성흔은 타석에서는 예의 호쾌한 타격으로 4타수 3안타를 때려냈고, 마스크를 쓰고서는 상대의 세 차례 도루 시도 가운데 두번을 잡아내는 강견을 선보였다. 비록 팀은 패했지만, 포수 홍성흔의 건재를 알리기에는 모자람이 없는 경기였다.

홍성흔의 사례는 내가 오래전부터 의문시해오던 야구계의 속설 하나를 생각나게 했다. 그 속설은 '세상에는 두 가지 포수가 있다. 하나는 공격형이고 또 하나는 수비형인데, MLB로 치면 피아자는 공격형이고 어스무스는 수비형 포수다...' 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다시말해 포수의 수비력을 객관적인 수치로 비교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특정한 포수의 타입을 정형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생각은 상당히 널리 퍼져 있어서 어떤 팀에 주전 포수가 공격력이 강한 편에 속한다면 사람들은 자동적으로 그 포수는 '공격형'이라고, 그리고 그 팀의 백업 포수는 당연히 '수비형'일 것이라고 넘겨짚고는 한다. 나는 MLB의 대표적인 포수들의 사례를 통해 이런 속설이 잘못된 것이며, 포수의 능력을 절대화할 수 있는 잣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한번 증명해 보고자 한다.

포수의 수비력을 이야기하는 통계로 흔히 도루저지율(CS%)과 포수방어율(CERA), 그리고 패스드볼(PB)이 사용된다. 저 가운데 포수방어율은 해당 포수가 마스크를 쓴 동안에 팀이 기록한 방어율로 포수의 투수 리드 능력을 평가할 때 사용되고, 패스드볼은 폭투가 아닌데도 포수가 공을 뒤로 빠뜨려서 주자를 진루시킨 경우 주어진다. 만일 세간의 속설처럼 포수의 수비력이 객관적으로 측정이 가능하고 이를 토대로 포수의 유형을 구분하는 일이 가능하다면, 저 세 가지 스탯(CS%, CERA, PB)는 매 시즌마다 거의 편차가 없이 일관된 수치로 나타나야 마땅할 것이다. 다시 말해 A라는 포수가 수비형 포수로 평가된다면 그는 매년 뛰어난 도루저지율과 적은 수의 패스드볼, 그리고 낮은 포수방어율을 지속적으로 기록해야 한다. 또한 수비력이 약하다고 평가되는 포수라면 매년 저조한 도루저지율에 많은 패스드볼, 높은 포수방어율을 기록해야 할 것이다. 이런 주장이 다소 세부적인 점들을 무시하는 것일지는 모르지만, 속설에 의하면 그렇다(아니, 그래야만 한다).

그러면 이제 MLB의 대표적인 수비형 포수로 평가받는 한 선수의 스탯을 보도록 하자. 살펴볼 선수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포수 브래드 어스무스(Brad Ausmus)인데, 이 친구는 매년 .250 이하의 저렴한 타율과 10개 이하의 홈런을 꾸준히 기록하는, 방망이를 두 개를 들어도 3할은 치기 힘든 타자다. 대신 수비에서는 글러브를 빼고 잡아도 골든글러브를 탄다는 평가를 받는 진짜배기 '수비형 포수'다. 그의 통산 수비 스탯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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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우측에 있는 도루저지율이다. 어느 해는 4할대를 기록하는가 하면 2할대로 추락해버린 시즌도 종종 눈에 띈다. 방어율 역시도 5점대를 넘은 시즌부터 3점대 초반을 기록한 시즌까지 편차가 심하다. 도루저지율이 가장 좋았던 해인 1997년의 경우에도 실책 7개와 패스드볼 6개로 결코 무결점 수비를 보였다고 말하기는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면 다른 '수비형 포수'의 경우엔 어떨까. 다른 사례를 하나 더 보자. 최고의 포수로 널리 알려져 있는 퍼지, 이반 로드리게스(Ivan Rodriguez)의 통산 수비 스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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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지의 통산 도루저지율은 굉장히 뛰어난 편이다. 5할대를 넘는 시즌이 허다하고 심지어 6할을 넘긴 시즌도 있으니 두말하면 잔소리다. 1994년 이후로는 상대의 도루 시도 횟수 자체가 줄어드는 것을 보게 되는데, 이는 뛰면 죽는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결과라 하겠다. 하지만 그런 퍼지조차도 결코 도루저지율에 있어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는 못하다. 첫 6할대 저지율을 기록한 다음해인 2002년, 그는 .366의 CS%로 전년도에 비해 크게 떨어진 송구 능력을 보였다. 상대가 전년도와 비슷한 갯수의 도루를 하는 동안 잡아낸 도루 수는 무려 20개가 줄어든 15개에 그쳤음을 주목하라. 이후로도 퍼지는 2003년과 2004년 지속적으로 도루저지율이 떨어져서 2004년에는 .322로 생애 최악의 CS%를 기록했다. 어깨가 닳았다는 증거일까? 하지만 2005년을 보면 그렇지도 않다. 이 해 퍼지는 다시 .515의 저지율로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고, 2006년에도 .510의 저지율로 리그 정상급의 어깨를 자랑했다. 그리고 다시 2007년에는 .309의 저조한 저지율을 보이며 소녀어깨로 변신했다. 5점대에서 3점대로 널을 뛴 포수방어율과 10개 이상의 패스드볼을 기록한 시즌이 다섯 차례나 된다는 사실은 더 말하면 키보드만 손상될 뿐일 게다.

이제까지 두 명만 살펴봤는데도 우리는 속칭 '수비형 포수'의 수비력이 결코 일관된 수치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두 명만으로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을까봐, 몇가지 사례를 더 살펴보기로 하겠다. 이번에는 형제가 모두 포수라는 3D 업종에 종사하는 것으로 유명한 벤지 몰리나(Bengie Molina)의 통산 수비 스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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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분명한 것은 몰리나의 수비력에 뭔가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이다. 2007 시즌 그가 기록한 패스드볼 수는 무려 16개, 실책이 8개다. 자이언츠의 지구 꼴찌에 몰리나도 단단히 한 몫을 차지한 셈이다. 또 몰리나 역시도 앞의 사례들과 마찬가지로 CS%와 CERA 수치가 널을 뛰는 경향을 보인다. 도루저지가 .449로 아주 뛰어난 시즌도 있었지만 .181로 소녀시대 윤아가 던져도 그보다는 잘 던질 듯한 송구력을 보여준 해도 있었다.

다음으로 살펴볼 선수는 오클랜드와 샌디에이고 시절 뛰어난 투수 리드를 자랑하는 것으로 평가받던 라몬 에르난데스(Ramon Hernandez)다. 그의 스탯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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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몬의 CS%는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편차가 심하다. 누가 .227의 저지율을 기록한 물어깨와 .510을 찍은 강견이 같은 포수라고 생각하겠는가. 또 과거 3점대의 방어율로 젊은 투수진을 잘 이끌었던 포수가 볼티모어에서 5점대 방어율로 내려앉으리라고 누가 생각했겠는가.

지금까지 살펴본 선수들은 비교적 '수비형'에 가깝다고 평가되는 포수들이다. 그러면 이제부터는 정반대의 '공격형' 선수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포수로서는 이례적으로 빠른 발을 자랑하는 제이슨 켄달(Jason Kendall)의 스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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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켄달에 대한 평가는 '투수 리드 능력은 뛰어나지만 도루 저지가 떨어진다'는 식이다. 분명 2007년 1할대를 기록한 송구 능력에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그가 바로 전 시즌만 해도 3할대의 비교적 인간다운 CS%를 기록했다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장점이라는 투수 리드는 어떤가. 작년 시즌 컵스에서 그가 기록한 4.27은 같은 팀의 신인 포수 지오바니 소토(Geovany Soto)의 3.62과는 '넘사벽'이 있는, 그리고 같은 공격형이라는 마이클 배럿(Michael Barrett)의 4.17보다도 낮은 수치다. 같은 피츠버그 시절인데도 2001년 방어율은 5.16이고 다음해인 2002년은 4.12로 무려 1점대 가량이 낮아졌다. 발전의 증거일까. 하지만 그렇다기엔 2003년 기록한 9개의 PB와 10개의 실책, 그리고 4.46으로 다시 높아진 방어율이 마음에 걸린다. 다음 살펴볼 차례는 보스턴의 안방 마님 제이슨 베리텍(Jason Varitek)의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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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텍의 기록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도루저지율의 일관성이다. 16년 동안 외길 인생을 살아온 달인처럼, 베리텍은 12년 동안 꾸준히 2할대의 한심스런 도루저지율을 고수해 왔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패스드볼 갯수인데, 주전 포수가 되어 팀 웨이크필드와 호흡을 맞춰야 했던 1998년부터 3년간은 거의 유격수 실책 갯수에 버금가는 패스드볼을 기록했다. 그나마 미라벨리가 보스턴에 합류한 2001년 이후부터 패스드볼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장점이라는 투수 리드의 경우 3점대 초반으로 좋았던 해가 있는가 하면 우승 다음해인 2005년처럼 5점대를 찍은 해가 있을만큼 변덕이 심하다. 특히 2005년의 경우엔 그가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해이기도 한데, 5.03의 방어율과 7개의 패스드볼, 그리고 .244의 도루저지율은 도무지 황금장갑을 허락하기 힘든 스탯이다.

이제 살펴볼 선수는 베리텍처럼 한 팀에서만 포수 생활을 계속해온 인디언스 안방 마님, 빅터 마르티네스(Victor Martinez)다. 스탯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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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가 풀타임 캐처로 뛴 해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 4년 정도다. 그의 도루저지율을 보면 상당히 재미있다. 2005년까지 2할대의 도루저지율을 기록하던 빅터는 2006년 무려 100개의 도루를 허용하며 연예인 시구만도 못한 어깨를 자랑했다. 특히 이 시즌 방어율은 4.48로 클리블랜드 투수진이 붕괴되는데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가 2005년 베리텍을 제치고 <스포츠위클리> 선정 최고 포수로 선정되었음을 감안하면 의아한 결과다. 하지만 켈리 쇼팩이란 경쟁자가 등장하고 겨우내 절치부심하면서 빅터는 2007년 화려하게 복귀한다. 생애 처음으로 3할대의 도루 저지율에 4.01의 -아메리칸 리그에서는- 뛰어난 포수방어율을 기록한 것이다. 빅터 마르티네스의 경우는 '노력' 여부에 따라서 같은 포수가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뉴욕 양키스의 강타자 호르헤 포사다(Jorge Posada)의 기록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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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포사다의 미트질이 썩 훌륭하지 않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그는 매년마다 10개 이상의 패스드볼을 기록해왔으며 심지어 2001년처럼 무려 18개를 기록한 시즌도 있다. 팀에 웨이크필드가 있는 것도 아닌데도 그랬다. 하지만 같은 해 포사다는 3.77의 생애 가장 낮은 포수방어율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도루저지율도 .290으로 다른 시즌에 비해 괜찮은 편이었다. 생각해볼 점은 포사다의 수비력이 라이벌팀의 베리텍에 비해 엄청나게 욕을 먹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심하게 부진했던 2007년을 제외하면 그의 도루 저지는 오히려 베리텍보다 나은 수준이고, 포수방어율 역시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특히 그가 마땅한 백업 포수도 없이 2000년부터 거의 8년간 매해 1100이닝 이상을 꾸준히 뛰어왔다는 점은 인정받아야 한다.

지금까지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포수 8명의 사례를 살펴보았다. 하나같이 오랜기간 활동해온, MLB의 대표적인 포수들이니만큼 표본으로서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위의 사례들에서 우리는 같은 포수라도 매 시즌마다 수비 스탯이 상당한 수준의 차이를 보이며, 어떤 해에는 뛰어난 수비수였던 포수가 다른 시즌에는 형편없는 돌글러브로 변신했음을 볼 수 있었다. 물론 다른 포지션도 시즌마다 수비율이나 수비범위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포수처럼 극심한 차이를 나타내지는 않는다. 어째서 시즌 도루저지율 1할대이던 선수가 다음 해에는 3할대의 선수다운 선수로 둔갑하고, 방어율 3점대의 선수가 이듬해 5점대 방어율의 '돌대가리'가 되는 것일까. 어째서 도루저지율과 포수방어율, 패스드볼 갯수는 매년 같이 가는게 아니라 제각기 따로 널뛰기를 하는 것일까.

여기에 대한 대답은 포수가 투수와 '상생'하는 포지션이라는 언급으로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 쉽게 말해, 포수의 수비는 상당부분이 투수의 역량에 좌우되게 마련이라는 얘기다. 가령 도루저지율을 생각해보자. 물론 퍼지처럼 선천적으로 로보트 어깨를 지닌 선수가 있는가 하면, 베리텍처럼 체격에 안 맞는 아동 어깨의 소유자도 존재한다. 하지만 도루저지는 포수의 어깨만 가지고 하는게 아니다. 여기에는 투수가 주자를 베이스에 묶는 능력, 퀵모션의 빠르기, 견제와 구별되지 않는 투구폼의 구사 능력 등이 모두 연관되어 있다. 위에서 베리텍의 스탯을 주의깊이 살펴보면 2006년 그의 도루저지율이 .220으로 최악이었지만 실제 상대팀의 도루 갯수는 다른 시즌보다 크게 줄어든 것을 보게 된다. 보스턴 투수들의 셋 포지션에서 투구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상대팀이 쉽게 뛰지 못했다는 증거다. 아무리 600만 달러 사나이같은 어깨의 소유자라도 투수들이 주자를 마구 뛰도록 내버려두고, 견제구를 던지는지 투구를 하는지 뻔히 보이는 투구폼을 지녔고, 와인드업과 별로 차이없는 속도로 공을 던진다면 포수가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

이렇게 본다면 포수방어율의 편차 역시도 쉽게 이해가 된다. 이 역시 포수의 능력만이 아니라 그가 상대하는 투수진의 역량에 크게 좌우된다. 아무리 영리한 포수라도 투수진 전체가 다니엘 카브레라인 팀을 이끌고  3점대 방어율을 기록하는 마법을 부릴 수는 없는 법이다. 또한 쿠어스 필드나 알링턴에서의 포수방어율이 펫코파크나 RFK와 똑같은 수치를 기록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운 얘기다. 기본적으로 메이저 무대에서 뛰는 포수라면 어느정도 수준의 볼배합이나 상대 타자를 읽어내는 능력, 투수의 장점을 파악하는 능력은 갖고 있게 마련이다. 그게 되지 않는 포수라면 이미 메이저에 올라오기 전, 마이너리그에서 일찌감치 포지션이 변경되었을 것이다. 나머지 부분을 좌우하는 것은 리그의 공격력, 사용하는 구장, 투수진의 능력, 투수들과의 궁합 같은 것들이다. 이런 부분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제아무리 아이큐가 430인 허경영이 포수를 보더라도 얻어맞는 것은 어쩔 방법이 없다.

이에 더해 패스드볼 역시 포수의 블로킹 능력도 능력이지만, 와일드피치와 쉽게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해야겠다. 흔히 패스드볼과 와일드피치를 가르는 기준은 기록원의 마음이라고 이야기한다. 와일드피치라도 패스드볼로 기록될 때가 있고, 분명한 패스드볼인데도 와일드피치가 될 때가 있다는 얘기다. 특히 팀에 너클볼이나 포크볼을 장기로 삼는 투수가 있다면 포수가 패스드볼을 저지를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고 해야겠다. 패스드볼조차도 포수 개인의 역량만이 아닌, 투수진의 능력에 크게 좌우된다는 것이다.

그외에도 부상으로 인해 포수의 플레이가 영향을 받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가령 팔꿈치 부상을 당한 포수라면 그 해에는 제대로 된 2루 송구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무릎 부상이 있는 경우라면 당연히 원바운드 블로킹에 문제가 있을 것이고, 손가락 부상의 경우에는 미트질을 원활하게 하기가 어려울 게다. 이런 경우엔 부상에서 회복되면 다시 원래의 기량을 되찾으리라는 기대를 할 수 있다. 한편 마땅한 백업 포수가 없어서 충분한 휴식을 갖지 못하는 경우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포수는 중노동이다. 투수의 공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내야땅볼이 나올 때마다 1루 쪽으로 뛰어가서 백업을 해야 한다. 적절한 체력 안배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여름 이후에 체력과 집중력이 급락할 수밖에 없다. 가령 과거 박경완이나 최근 강민호의 경우 지나친 '혹사'가 문제로 제기된 적이 있는데, 이런 경우 아무리 뛰어난 포수라도 수비력이 저하되는 것을 막기 힘들다.

또 하나의 변수는 지나치게 오랜 기간 주전 포수로 활약하면서 생기게 되는 '매너리즘'이다. 지난 2004년 삼성에는 현재윤이라는 똘똘한 백업포수가 나타나서 진갑용의 빈 자리를 훌륭하게 메꾼 적이 있다. 시즌 초반 진갑용이 리드할 때 얻어맞던 투수들은 현재윤이 마스크를 쓰자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현재윤이 진갑용보다 뛰어난 포수여서일까. 아니다. 단지 상대 타자들에게 '생소'했기 때문이다. 진갑용은 오랜기간 삼성의 주전 포수로 거의 전경기를 뛰다시피했고, 그러다보니 새로운 볼배합을 연구하거나 변화를 시도할 여유가 없었다. 상대 타자들에게 '익숙'해졌던 것이다. 시간이 좀 지나자 현재윤의 볼배합은 상대에게 읽히기 시작했고, 이때 다시 돌아온 진갑용은 한층 발전된 투수 리드로 팀을 한국시리즈까지 이끌었다. 이처럼 한 포수가 오랜 기간 플레이트를 지킬 경우 포수 본인도 타성에 빠지기 쉽지만, 무엇보다 상대 타자들이 볼배합을 간파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해마다 널뛰기를 하는 포수들의 방어율에는 이런 부분도 얼마든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은 무엇을 시사해주는가? 세간에 널리 퍼진 '공격형/수비형 포수'라는 이분법이 실제로는 적용되지 않으며, 메이저(또는 1군) 무대에서 뛰는 수준의 포수들에게는 수비력에 있어 현격한 차이를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분명하게 차이를 보이는 것은 도루저지율 정도일텐데, 이마저도 포수의 당해 컨디션이나 투수진의 기량에 따라 얼마든지 나빠질 수도 있고 향상되기도 한다. 포수의 수비력은 여러가지 주변 여건 -투수진의 능력, 부상 유무, 동계훈련량, 팀 분위기- 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여기서 포수의 개인 기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흔히 '공격형'이라고 불리는 포수를 선발로 내세웠을 때의 승률이 '수비형'인 포수 선발 때보다 더 높게 나타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어차피 같은 투수진을 데리고 야구를 하는만큼, 실제 경기에서 드러나는 두 포수들의 수비력이 별다른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어째서 마이크 피아자(Mike Piazza)가 그 극악의 도루저지율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포수로 기용되었겠는가? 도루저지를 제외한 나머지 수비 스탯(CERA, PB등)에서는 리그 평균보다 낫거나 평균과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고의 수비형 포수라는 마이크 매써니의 통산 CERA보다 피아자 쪽이 훨씬 더 좋은 방어율을 기록해 왔다. 좋은 포수와 나쁜 포수를 구분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어쩌면 '수비형 포수'라는 말은 실제로는 무능력한 포수를 긍정적으로 포장하기 위해 쓰이는 표현인지도 모른다.

다시 홍성흔 얘기로 돌아가 보자. 홍성흔은 정말 김경문 감독의 말처럼 포수로서의 생명이 끝난 선수였을까? 그의 도루저지율이 매년마다 계속해서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주전 자리를내준 2007년에도 그의 수비 스탯은 채상병보다 양호한 수준이었다. 2007년 홍성흔의 도루저지율은 .250으로 .235를 기록한 채상병보다 앞섰다. 특히 채상병은 패스드볼 8개로 리그 최하위를 기록했고, 패스드볼과 구분이 불분명한 폭투 숫자가 31개에 달했다(홍성흔의 경우엔 PB-WP가 똑같이 7개씩이었다). 투수리드에 있어서도 채상병의 방어율이 3.54였던데 비해 홍성흔은 3.35로 리그 평균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홍성흔 스스로 '포수가 아니었다'고 말할 만큼 형편없었던 시즌에도 홍성흔의 포수 수비는 (기록상으로는) 채상병보다 나았다는 얘기다. 김경문 감독의 홍성흔에 대한 평가절하가 정말로 포수 수비 때문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아무튼 이제라도 두산이 홍성흔을 다시 포수 자리에 앉힌 것은 늦었지만 잘한 결정이다. 채상병과 홍성흔은 일단 공격력에서부터 상대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앞서 살펴봤듯이 실제 주전급으로 뛰는 포수들 간의 수비력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고, 실제 수비력 자체도 홍성흔이 채상병보다 뛰어나다는 것이 스탯으로 입증된다. 무엇보다 지난 몇년간 홍성흔의 문제는 수비력 자체에 있기보다는 잦은 부상과 그로 인한 컨디션 저하에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포수의 수비력은 매 시즌 투수진 사정에 따라, 그리고 본인의 컨디션과 훈련량에 따라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부상에서 어느정도 회복하고 겨우내 많은 훈련을 소화한 홍성흔이 올시즌 포수로서 기량을 회복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게다. 뒤늦게나마 자기 자리를 되찾은 홍성흔이 예의 활기 넘치는 플레이로 부진에 빠진 팀을 구하고, 팬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선사하기를, 그리고 포수로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 보이기를 기대한다.


부연.
그렇다고 해서 피아자와 어스무스 간에 수비력 차이가 없다는 식의 주장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분명 어떤 포수는 다른 포수에 비해 뛰어난 수비력을 지녔을 수 있다. 하지만 이조차도 다른 선수들 -특히 투수- 의 능력과 지원에 크게 영향을 받게 마련이라는 것이 이 글에서 말하고 싶은 점이다. 포수의 역량은 단순히 도루저지율이나 방어율 같은 몇 가지 수치만을 갖고 쉽게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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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기호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