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 읽은 것인지, 아니면 들은 것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시카고 컵스라는 구단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일화가 있다. 1945년에 8살이던 제리 프리티킨은 시카고 컵스의 팬이었다. 아버지가 시카고에서 열리는 월드시리즈의 티켓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고 있던 그는 당연히 "리글리필드에 데리고 가달라"고 몇 번이고 부탁했지만, 그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의 아버지는 실망하고 있던 그에게 "이번에는 들어줄 수 없지만, '다음'에는 반드시 가도록 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그 '다음'은 62년 동안 오지 않았고, 이제는 63년째가 되고 있다.
혹시나 싶어서 제리 프리티킨으로 검색을 해봤더니 YouTube에서 그의 동영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시카고 컵스가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정확하게 100년 전인 1908년이었다. 당시 '세 손가락의 마술사'인 모데카이 브라운을 앞세운 컵스는 '머클의 본헤드 플레이' 덕분에 기사회생해서 자이언츠를 제치고, 3년 연속 리그 우승을 달성하였다. 그리고, 월드시리즈에서는 전년도에 이어서 타이거스를 4승 1패로 격파하면서 최초로 월드시리즈를 2연패한 팀이 되었다. 그 이후로 컵스는 1945년까지 7번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였지만, 챔피언의 자리에 복귀하지는 못했다.
게다가, 1945년에 타이거스와의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는 염소와 함께 리글리필드에 입장하려는 관중을 구장 직원들이 봉쇄하였다. 이에 열받은 그 관중은 "두번 다시 리글리필드에서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못할 것이다"고 저주를 퍼부었다. 공교롭게도 그의 저주가 위력을 발휘한 것인지 컵스는 이후로 단 한번도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컵스의 전력이 약하디 약한 것만은 아니었다.
| Cubs | G | AB | R | H | 2B | 3B | HR | RBI | SO | BB | SB | CS | BA | OBP | SLG | OPS |
| 1953-1971 |
2528 |
9421 |
1305 |
2583 |
407 |
90 |
512 |
1636 |
1236 |
763 |
50 |
53 |
.274 |
.330 |
.500 |
.830 |
최근에는 시카고라고 하면 누구나 농구의 신인 마이클 조던을 떠올리지만, 그가 농구의 신으로 군림하기 전에는 어니 뱅크스가 시카고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1953년부터 1971년까지 19시즌을 컵스에서 보낸 어니 뱅크스는 에이로드 이전에 유격수로서는 역대 최고의 파워를 가진 선수였다. 역대 9번째로 500홈런 클럽(통산 512홈런)에 가입한 그는 홈런왕과 타점왕을 각각 2번 수상하였고, 1958년과 1959년에는 리그 MVP를 2연패하였다. 빌리 윌리엄스(통산 426홈런), 론 산토(342홈런) 등과 함께 가공할 클린업 트리오를 형성했지만, 오로지 컵스에서 선수 생활을 한 탓에(?) 500홈런 클럽에 가입한 선수 중에서 유일하게 포스트시즌을 밟지 못하였다.
| Cubs | G | AB | R | H | 2B | 3B | HR | RBI | SO | BB | SB | CS | BA | OBP | SLG | OPS |
| 1982-1997 |
2151 |
8379 |
1316 |
2385 |
403 |
76 |
282 |
1061 |
1259 |
761 |
344 |
107 |
.285 |
.342 |
.452 |
.894 |
1969년에 양대리그가 지구제로 재편된 이후로 컵스가 포스트시즌을 처음으로 밟은 것은 1984년이었다. 이 해에 리그 MVP를 수상한 선수가 제프 켄트에게 추월당하기 전까지 277홈런(통산 282홈런)으로 2루수로서는 역대 최다 홈런을 기록한 라인 샌드버그였다. 1981년에 필리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그는 1982년부터 컵스의 유니폼을 입고서, 1983년부터 1991년까지 9년 연속 골드글러브를 수상하였다. 또한, 홈런왕 1회와 통산 7번이나 실버슬러거상을 차지하는 등 1980년대를 대표하는 공수를 겸비한 2루수였다. 하지만, 1984년과 1989년에 리그 챔피언쉽에서 각각 파드레스와 자이언츠에게 덜미를 잡히면서 단 한번도 월드시리즈를 밟지 못했다.
| Cubs | G | AB | R | H | 2B | 3B | HR | RBI | SO | BB | SB | CS | BA | OBP | SLG | OPS |
| 1987-1992 |
867 |
3262 |
431 |
929 |
149 |
27 |
174 |
587 |
453 |
198 |
57 |
21 |
.285 |
.322 |
.507 |
.829 |
평생에 단 한번밖에 기회가 없는 신인왕을 1977년에 수상한 안드레 도손은 1987년에 엑스포스에서 컵스로 이적하였다. 이적 첫 해에 49홈런과 137타점으로 2관왕(홈런과 타점)과 함께 역대 최초로 지구 최하위 팀에서 리그 MVP를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개인 타이틀과는 1987년을 제외하고서는 인연이 거의 없었지만, 골드글러브와 실버슬러거를 각각 8번과 4번이나 수상했을 정도로 공수주를 겸비한 강타자였다. 엑스포스(1981년)와 컵스(1989년) 시절에 각각 한번씩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였지만, 리그 챔피언쉽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역대 3번째로 300-300 클럽(통산 438홈런-314도루)에 가입했지만, 아직까지 쿠퍼스타운의 문은 열리지 않고 있다.
| Cubs | G | GS | W | L | CG | SHO | IP | ERA | SO | BB | SO/BB | H/9 | K/9 | BB/9 | WHIP |
| 1986-2006 |
302 |
298 |
133 |
112 |
47 |
14 |
2016.0 |
3.61 |
1305 |
547 |
2.39 |
8.76 |
5.83 |
2.44 |
1.245 |
은퇴 여부가 불확실한 로켓옹에 이어서 현역 2위(역대로는 9위)인 347승을 거두고 있는 그렉 매덕스는 컵스가 배출한 최고의 투수 중의 한명이다. 1992년에 20승으로 다승왕과 함께 첫 사이영상을 수상한 그는 1993년에는 브레이브스로 이적해서, 톰 글래빈, 존 스몰츠 등과 함께 브레이브스왕조를 구축하였다. 컵스를 포함해서 12번 포스트시즌이나 진출했지만,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맛본 것은 1995년 단 한번 뿐이었다. 통산 4회나 사이영상을 수상하였고, 17회의 골드글러브 등 화려한 성적을 거둔 그가 은퇴 후에 HOFer가 된다는 사실은 천재지변이 일어난다고 해도 변화가 없는 당연함 그 자체이다.
| Cubs | G | AB | R | H | 2B | 3B | HR | RBI | SO | BB | SB | CS | BA | OBP | SLG | OPS |
| 1992-2004 |
1811 |
6990 |
1245 |
1985 |
296 |
32 |
545 |
1414 |
1815 |
798 |
181 |
79 |
.284 |
.355 |
.569 |
.924 |
어니 뱅크스-라인 샌드버그에 이어서 '미스터 컵스'로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선수는 새미 소사이다. 1998년의 마크 맥과이어와 펼친 세기적인 홈런레이스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최초로 한시즌에 60홈런 이상을 3번이나 기록했지만, 공교롭게도 그 해에는 홈런왕을 타지 못하는 불운(?)도 있었지만, 2000년과 2002년에는 홈런왕을 수상하였다. 또한, 타점왕 2회와 리그 MVP 1회도 차지한 그는 레인저스로 이적한 2007년 6월 20일에는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컵스와의 인터리그에서 역대 5번째로 600홈런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말년에 코르크 배트나 스테로이드 등과 관련된 의혹으로 명예가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스테로이드 시대'를 빛낸 강타자임은 부정할 수 없다.
2003년에 시카고 컵스는 메이저리그 역대 한시즌 최다인 팀 탈삼진 1,404개를 기록하였다. 그 중심에는 각각 266탈삼진과 245탈삼진을 기록한 케리 우드와 마크 프라이어가 있었다. 케리 우드-마크 프라이어-카를로스 잠브라노-맷 클레멘트 등 선발진 4명이 두자리 수 승리를 거두는 등 컵스의 팬들은 파이어볼러들의 등장에 열광하였고, 그들이 '염소의 저주'를 봉인시킬 것이라고 기대를 하였다. 하지만, 케리 우드와 마크 프라이어가 생각하지도 못한 부상에 드러 누우면서 컵스를 지배하고 있는 '저주'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 한 때 한 경기 최다인 20탈삼진을 기록한 케리 우드는 2008년에 클로저로서 부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마크 프라이어는 컵스가 아닌 파드레스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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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은 커녕 포스트시즌도 아직 밟아 보지 못한 레이스나 월드시리즈를 제패하지 못한 매리너스, 레인저스, 내셔널스, 로키스, 파드레스 등이 있다. 하지만, 월드시리즈에 우승하지 못한 햇수로만 볼 경우에는 컵스에 이어서 2위인 인디언스가 올시즌으로 60년이 되는 것을 생각하면, 100년이 그 팬들에게는 얼마나 고통스러운 시간들이었는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가 있다. 저주의 트라이앵글을 형성하던 레드삭스와 화이트삭스가 벗어난 점을 생각하면, 컵스에게도 충분히 그 기회가 올 것이다. 하지만, 컵스의 팬들은 너무나도 오랫동안 "다음"을 기다려왔다.
100년만에 월드시리즈를 제패하기 위해서는 일단 NL 중부지구와 내셔널리그부터 접수하지 않으면 안된다. 과연 컵스에게 그것이 가능할까? 시카고 컵스에게 필요한 것은 더 이상 길을 헤매지 않고 월드시리즈로 곧바로 달려갈 수 있는 네비게이션이다. 누가 시카고 컵스의 네비게이션이 될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목적지를 찾지 못하고 빙빙 돌아다니는 헛수고만 할 것인지 그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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