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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에서 2루수로서 한 시즌 최다 홈런은 42개이다. 1922년과 1973년에 각각 로저스 혼스비와 데이비 존슨이 기록하였다. 특히, 데이비 존슨은 대타로서도 1홈런을 쳤기에, 1973년 시즌에 기록한 총 홈런 수는 43개였다. 43홈런은 팀 동료로서 홈런왕의 대명사인 행크 아론보다도 3개나 더 많은 것이었다.

그런데, 올시즌 초반이지만, 필리스의 2루수인 체이스 어틀리의 방망이가 불을 뿜고 있다. 4월 17일 애스트로스 전을 시작으로 해서 5경기 연속 홈런을 포함해서 6홈런(이하 2008년 성적은 미국 시간으로 22일까지의 합계임)을 몰아치는 괴력을 발휘하면서, 지금 현재까지 10홈런으로 양대리그를 통틀어서 최다 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작년과 같은 뜻밖의 부상만 없다면, 2006년에 기록한 자신의 캐리어 최다인 32홈런은 물론이고, 2루수로서 한시즌 최다 홈런도 충분히 도전해 볼 수 있는 페이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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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MLB.com

반면에, 작년에 양대리그에서 홈런왕에 오른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프린스 필더는 각각 4홈런과 3홈런에 머물고 있다. 또한, 라이언 하워드와 데이빗 오티즈도 각각 4개와 3개밖에 치고 있지 않다. 작년에 행크 아론의 통산 최다 홈런을 갱신한 배리 본즈나 메이저리그에서 유일하게 60홈런 이상을 3번이나 친 새미 소사 등은 아직까지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페이스가 계속된다면, 체이스 어틀리가 1990년에 2루수로 홈런왕에 오른 라인 샌드버그 이래로 18년만에 2루수 홈런왕에 등극할지도 모르겠다.

한 때 행크 아론의 통산 최다 홈런 기록을 깰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켄 그리피 Jr.는 부상 등으로 예상보다 무려 4년이나 늦은 지금에서야 통산 600홈런을 눈 앞에 두고 있다.

홈런왕에 얽힌 '44'

행크 아론이 베이브 루스의 통산 최다 홈런 기록을 깬 것은 데이비 존슨가 43홈런을 친 다음해인 1974년이었다. 1973년까지 통산 713홈런으로 베이브 루스의 바로 턱 밑까지 도달한 행크 아론이 베이브 루스와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은 1974년 '4'월 '4'일이었다. 레즈의 홈구장인 리버프론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즌 개막전에서 1회초 첫 타석에서 장쾌한 3점 홈런을 날렸다. 그에게 홈런을 맞은 투수는 잭 빌링햄이었다. 개막전에 선발 투수로 나선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듣보잡 피쳐는 아니었다. 1973년과 1974년에 2년 연속 19승을 올리는 등 레즈의 에이스였다. 그런데, 그의 등번호는 '43'번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브레이브스의 홈 개막전이 열린 4월 8일 애틀란타 풀턴 카운티 스타디움에서 행크 아론은 구단 역대 최다 관중인 53,775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4회말 무사 1루에서 좌측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홈런을 기록하면서, 베이브 루스의 통산 홈런 기록을 갱신하였다. 당시 다저스의 투수는 좌완인 알 다우닝으로, 1971년에 20승을 기록한 명투수였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의 백넘버는 행크 아론과 같은 '44'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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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MLB.com

게다가, 행크 아론은 홈런왕이라는 명성과는 달리 단 한번도 한 시즌에 50홈런 이상을 친 적이 없었다. 단지 40홈런 이상을 8번 기록했는데, 그 중에서 '44'홈런을 '4'번 쳤다. 어쨌든 그를 추앙한 흑인 슬러거들이 앞다투어서 '44'번을 달았을 뿐만이 아니라, 파워에 자신이 있는 백인 선수들도 행크 아론과 같은 위대한 홈런 타자가 되겠다는 열망으로 '44'를 등번호에 새겨 넣었다. 이것은 메이저리그뿐만이 아니라 일본이나 한국에서도 한 때는 '44'번은 강타자의 상징과도 같은 숫자였다.

행크 아론은 믿기지 않게도 행크 아론이 돈벌이를 위해서 세미 프로팀에 처음 입단했을 때에는 우타자이면서도 배트를 좌타자처럼 잡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 기본의 기본도 없는 타격폼으로도 타구를 펑펑 펜스 너머로 넘겼고, 그 모습을 본 그 팀의 관계자들은 그의 타고난 재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세계의 홈런왕'으로 오랫동안 군림했던 행크 아론은 배트를 쥐는 법도 제대로 몰랐던 풋내기였다. '44'번을 달았던 선수들은 행크 아론처럼 성공하기를 바랬지만, 실제로 그 후계자들 가운데 성공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가을의 사나이로 포스트시즌에서 맹활약한 레지 잭슨밖에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레지 잭슨은 브레이브스와 브루어스에서 영구 결번된 행크 아론처럼 양키스와 어슬레틱스('9'번) 2팀에서 영구 결번의 영광을 안았다.

행크 아론 - 레지 잭슨의 후계자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홈런타자의 대명사와 같던 '44'번이 투수와 포수, 혹은 홈런과는 거리가 먼 타자들이 달고 나오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올 시즌만 해도 '44'번을 달 수 있는 26개 구단 가운데 이 번호를 단 선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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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산 241홈런을 치고 있는 레즈의 아담 던은 행크 아론과 레지 잭슨의 적자라고 해도 무방한 존재이다. 반면에, 브루어스 시절에는 영구 결번된 관계로 26번을 달았지만, 매리너스로 이적한 후에 고대하던 '44'번을 단 리치 섹슨은 이제는 공갈포도 치지 못하는 관계로 행크 아론 - 레지 잭슨의 계보를 잇는 '44번의 슬러거'라고 말했다가는 행크 아론과 레지 잭슨으로부터 한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브래디 클락, 라스팅스 밀리지, 브랜든 모스 등 홈런왕의 대명사격인 '44'번을 달기에는 2%가 아닌 20% 이상이 부족한 느낌이 들지만, 무려 20명 가운데 13명이 투수라는 점이 의외의 결과이다.

게다가,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인 제이크 피비, 로이 오스왈트 등의 존재감을 생각하면, '44'번은 홈런 타자의 상징이 아닌 투수의 대표적인 등번호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결국, 행크 아론 - 레지 잭슨의 '44'번 계보를 잇는 것은 아담 던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색다른 존재(?)가 "무슨 그런 섭한 소리를 하느냐!"면서 나댄다. 바로 다이아몬드백스의 타격하는 투수인 마이카 오윙스이다. 마이카 오윙스는 올시즌에 4경기에 등판해서 모두다 승리를 거두었고, 방어율 2.42 등을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타격에서는 올시즌에는 아직 홈런이 없지만, 타율 0.308 등을 치고 있다. 웬만한 타자보다 더 잘 치는 투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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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MLB.com

작년에는 4홈런과 15타점, 타율 0.333 등에 장타율은 0.683이라는 놀라운 수치를 기록하면서, NL 실버슬러거를 수상하였다. 입단 당시부터 투수뿐만이 아니라 홈런 타자로서의 포텐셜을 인정받았던 그는 인디언스의 웰스 페렐이 1931년에 기록한 투수로서 한 시즌 최다인 9홈런을 갱신할 강력한 0순위 후보이다. 결국, 마이카 오잉스는 '44'번이 가진 행크 아론의 홈런타자 계보뿐만이 아니라 로이 오스왈트, 제이크 피비 등 에이스 포스도 계승하는 유일무이한 존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마운드에 오르지 않는 날이나 지명타자 제도가 있는 아메리칸리그 룰로 치루어지는 인터리그에서 지명타자 등으로 선발 출장한다고 해도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이 글은 미디어다음 해외야구에 기고된 원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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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손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