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배 고교야구 8강전인 배명고와 광주일고가 이틀간에 걸쳐서 연장 19이닝의 혈전을 펼쳤다. 15회까지 1 : 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양 팀은 5월 2일에 16회부터 경기를 재개해서, 연장 19회초에 배명고가 2득점을 올리면서 기나긴 영의 행렬에
종지부를 찍었다. 연장 19이닝을 펼치는데 소요된 시간은 5월 1일의 4시간 15분을 합쳐서 총 5시간 22분이었다. 이 경기를
보면서, 문득 생각난 것은 1984년 5월 8일과 9일에 서스펜디드 게임으로 치뤄진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밀워키 브루어스의
경기였다.
야구는 끝이 없는 경기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경기는 메이저리그 역대 최장 시간인 8시간 6분이 소용된 게임으로, 개인적으로는 후에 녹화 테이프로 볼 수 있었는데, 정말 야구가 지겹다는 생각이 든 몇 안되는 경기 중의 하나이다. 브루어스의 선발 투수는 통산 324승으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백전노장 돈 서튼이었고, 그에 대항한 화이트삭스는 그 해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애송이 밥 팔론이었다. 당연히 경기 전에는 브루어스의 승리가 예상되었지만, 밥 팔론이 호투를 펼치면서 범상치 않는 경기가 될 조짐을 보였다. 미리 이 경기의 스코어 등을 공개하면 다음과 같다.
1 : 1 동점이던 9회초에 브루어스는 선두타자로 나선 로빈 욘트가 2루타에 이어서 3루 도루 중에 포수의 악송구를 틈타서 동점의 균형을 깬 후에, 안타에 이어서 와일드 피칭으로 2루에 진루한 테드 시몬스를 벤 오글리비가 적시타로 불러들이면서 점수 차이는 2점으로 벌어졌다. 그리고, 브루어스는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인 롤리 핑거스를 투입하였다.
멋들어진 카이저 수염으로 유명한 롤리 핑거스는 통산 341세이브로 지금 현재 역대 9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고, 1969년부터 공식적으로 세이브가 취급된 것을 생각하면 소방수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다. 1972년부터 1974년까지 어슬레틱스가 월드시리즈 3연패를 달성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하였고, 1977년에는 파드레스로 이적한 후에 1981년부터 브루어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특히, 1981년에는 6승 3패 28세이브 방어율 1.04로, 리그 세이브왕을 비롯해서 리그 MVP와 리그 사이영상까지 수상하였다. 하지만, 이 날만큼은 그의 무대가 아니었다.
선두타자인 톰 패셔렉의 평범한 플라이를 우익수인 찰리 무어가 에러를 범하였다. 무엇인가 알 수 없는 손에 의해서 경기가 진행되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롤리 핑거스는 이후 두타자를 중견수 플라이 아웃과 삼진으로 처리하면서, 게임 오버까지 단 하나의 아웃카운터를 남겨두었다. 그러나, 2사 이후에 화이트삭스는 훌리오 크루즈의 2루타로 한점을 쫓아간 후에, 루디 로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스코어보드에는 21회까지 11이닝 연속으로 '0'만이 새겨졌다. 그렇다고 해서, 찬스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브루어스는 연장 10회부터 11번의 공격에서 무려 6번이나 선두타자가 진루하였다. 특히, 연장 13회에는 안타로 진루한 짐 갠트너는 희생 번트로 안전하게 2루를 밟았다. 하지만, 짐 갠트너는 어이없게도 투수 견제구에 아웃을 당하였고, 공교롭게도 타석에 있던 짐 선드버그는 좌전 안타를 기록하였다. 만약 2루 주자가 횡사하지 않았다면, 결과적으로 결승점을 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 화이트삭스 역시 연장 14회에 3안타로 1사 만루의 찬스를 맞이했지만, 후속 타자들이 범타와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팽팽한 동점의 균형은 계속되었다.
당시 아메리칸리그에는 오전 1시 이후로는 새로운 이닝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었다. 5시간 29분을 쉼 없이 달려온 연장 17회가 끝났을 때에는 1시 5분이었다. 결국, 서스펜디드 게임으로서 9일에 열릴 예정이던 야간 경기에 앞서서 이 경기를 속개하는 것으로 되었다.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다
5월 9일에 재개된 18회초 브루어스는 선두타자의 2루타에 이은 희생번트로 1사 3루의 호기를 맞이하였다.절대절명의 위기에 봉착한 화이트삭스는 후속타자인 로빈 욘트를 고의사구로 거른 후에, 세실 쿠퍼를 병살타로 처리하면서 위기를 벗어났다. 이 경기에서 화이트삭스가 기록한 더블 플레이는 단 한개로, 가장 결정적인 장면에서 연출되었다. 위기 뒤의 찬스라는 말처럼 화이트삭스는 19회말에 2사 만루의 기회를 잡지만, 칼튼 피스크가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경기는 계속되었다. 0의 행렬에 종지부가 찍힌 것은 연장 21회였다.
21회초 브루어스는 2사 1, 2루에서 벤 오글리비가 우측의 2층 관중석에 떨어지는 대형 3점 홈런을 기록하였다. 아마도 사람들은 이것으로 기나긴 승부에 끝이 났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화이트삭스는 21회말에 상대의 에러 이후 3안타를 몰아치는 집중력을 보이면서 다시 동점을 만들어내는 저력을 과시하였다. 그런 가운데 이 경기와 관련해서 최장 시간만큼이나 자주 거론되는 상황이 연장 23회말에 벌어졌다. 1사 1루에서 톰 패셔렉의 중전안타를 쳤고, 1루 주자인 데이브 스테크먼은 2루를 돌아서 3루로 향했다. 이 때 브루어스의 중견수인 릭 매닝이 펌볼을 범하였고, 이 장면을 본 당시 3루 코치이던 짐 릴랜드는 홈을 노리라고 달려오는 주자에게 지시하였다.
하지만, 재빨리 볼을 다시 잡은 릭 매닝은 홈으로 송구하였고, 타이밍 상 데이브 스테크먼은 아웃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주자가 횡사할 상황에 당황한 짐 릴랜드는 무심코 몸으로 홈을 향하는 데이브 스테크먼을 멈추게 하였다. 당연히 브루어스의 감독은 심판에게 항의를 하였고, 짐 릴랜드의 몸이 주자와 부딛친 것으로 판단한 심판은 아웃을 선언하였다. 1사 1, 3루가 될 장면이 2사 1루가 되었고, 게다가 다음 타자인 밴스 로도 우전안타를 기록하였기에, 짐 릴랜드의 판단 미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나무에서 떨어진 짐 릴랜드를 구한 것은 해롤드 베인스였다.
1977년에 전체 1순위로 화이트삭스의 유니폼을 입은 해롤드 베인스는 1980년부터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출전해서, 1982년에는 타율 0.271, 25홈런, 105타점 등의 활약을 보이면서 화이트삭스의 중심 타자로 발돋음하였다. 개인상을 단 하나도 수상하지 못한 그이지만, 매년 20홈런과 100타점에 근접한 안정된 성적을 남긴 꾸준함의 대명사와 같은 선수이다. 부상으로 인해 1987년 이후로는 주로 지명타자로 나선 그는 2001년까지 22시즌을 메이저리그에서 뛰면서, 2,866안타, 384홈런, 1628타점, 타율 0.289 등을 남겼다. 1989년 7월말에는 레인저스로 트레이드되었는데, 당시 그의 상대로 화이트삭스의 유니폼을 입은 선수는 새미 소사와 윌슨 알바레즈 등이었다. 또한, 그의 공적을 높이 평가한 화이트삭스는 트레이드와 동시에 그의 등번호인 '3'번을 영구결번시키는 파격적인 조치를 취하였다.
연장 25회말 1사 후에 타석에 들어선 그는 척 포터가 던진 이 경기에서의 753구째를 펜스 너머로 날려 버리면서, 8시간 6분의 길고 긴 승부에 막을 내렸다. 연장 25이닝은 아메리칸리그 최다 이닝 기록으로, 메이저리그 기록은 1920년 5월 1일에 열린 브룩클린 다저스(현 LA 다저스)와 보스톤 브레이브스(현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연장 26이닝이다. 이 경기에서 승리 투수는 연장 25회에 등판한 톰 시버로, 그는 이어서 열린 경기에서도 선발 등판해서 8과 ⅓이닝을 3피안 4실점으로 승리를 거두면서, '1일 2승'이라는 진기록을 달성하였다.
덧붙여서, 서스펜디드 게임이 아닌 오로지 중단없이 계속된 최장 시간 경기로는 1964년 5월 31일에 열린 뉴욕 메츠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게임이다. 이 날 양 팀은 더블헤더를 가졌는데, 첫 경기에서는 자이언츠가 메츠를 5 : 3으로 격파하였고, 두번째 경기에서는 내셔널리그 최장 시간 기록인 7시간 23분 동안 연장 23회를 가진 끝에 자이언츠가 8 : 6으로 승리를 거두었다. 또한, 기네스북에 등재된 최장 시간 경기는 1981년 4월 18일 3A인 포터컷 레드삭스와 로체스터 레드윙스는 연장 33회까지 가는 혈전 속에서 펼친 8시간 25분이다. 확실히 야구에서 이닝은 경기가 끝나지 않는 한 그 끝은 없는 셈이다.
이 글은 미디어다음 해외야구에 기고된 원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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