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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올시즌 시작 전만 해도 NL 서부지구의 강력한 최하위 후보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자이언츠가 리그 전체에서 최악의 승률을 기록하는 팀이 될 것이라고 단언하기까지 했다. 시즌 뚜껑이 열리고 39경기를 치른 5월 13일 현재 자이언츠의 성적은 16승 23패로 지구 3위. 예상을 뒤엎을 정도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경기당 석점 내기가 버거운 타선의 허약함은 예상 그대로지만 의외로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한 선발진과 새롭게 재편된 불펜이 제몫을 해내고 있다. 지금 그대로의 성적만 유지한다면 시즌이 끝난 뒤 꼴찌 자리에 자이언츠가 있을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

그런데 자이언츠의 성적에는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이들이 거둔 승수와 패수 간의 차이는 '7'. 작년 시즌 역대 투수 최고액에 데려온 배리 지토(Barry Zito)가 당한 패전의 숫자와 일치한다. 왕년의 20승 투수 지토는 올시즌 총 8경기에 나서서 승리없이 7패에 방어율 6.44만을 기록하고 있다. 5월 13일 휴스턴전에서는 6회초 시작 전까지만 해도 승리투수 요건을 눈앞에 뒀지만 랜스 버크만에게 동점 투런을 허용하고 물러나면서 또다시 승수 추가에 실패했다. 만일 지토가 등판한 8경기 중에 4승만 거뒀더라도 자이언츠의 지금 성적은 20승 19패로 지구 2위를 달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토의 승패 숫자가 뒤바뀌었더라면 자이언츠는 23승 16패로 애리조나에 반게임차 뒤진채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을 게다. 에이스의 부진이 얼마나 팀에 큰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보여주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왕년의 사이영상 위너 지토가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일단 많은 전문가들이 눈에 띄게 하락한 그의 직구 구속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실제 그는 방어율 14.92를 기록한 올 시범경기 당시부터 좀처럼 직구 구속이 85마일을 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첫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한 13일 경기에서도 지토의 직구 최고구속은 86마일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토는 전성기에도 최고 90마일에 평균 87마일 정도의 직구로 타자를 마음껏 요리하던 투수였다. 단지 구속이 몇 마일 떨어졌다는 것만으로 사지 멀쩡한 젊은 에이스가 이렇게 망가졌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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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토의 진짜 문제는 직구 구속이 아니라 불안한 컨트롤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건 단지 올시즌 지토의 9이닝당 볼넷(4.13개로 2007년의 3.80개, 2006년 4.03보다 많다)만 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잘 나갈 때의 지토는 환상적인 바깥쪽 커브볼과 타자의 스윙을 유도하는 아웃사이드 직구 조합으로 성공을 거두곤 했다. 타자 눈에서 가장 먼 곳에서부터 스트라이크존으로 떨어져내리는 지토의 커브에, 타자들은 볼인줄 알면서도 배트를 내밀 수밖에 없었다. 또한 그 다음에 던지는 배팅볼 수준의 느린 직구에는 타이밍을 빼앗겨 빗맞은 타구를 양산해 내기 일쑤였다. 이런 피칭을 하려면 정교한 컨트롤, 특히 낙차 큰 커브의 바깥쪽 제구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지난 시즌부터 이상하리만치 지토의 커브가 제대로 제구되지 않는 날이 많아졌다. 지토의 커브는 바깥쪽 어림없는 코스로 빠지거나, 한복판으로 먹기 좋게 들어와서 타자의 먹이감이 되곤 했다. 자이언츠에서의 첫 스프링캠프에서 투구폼을 개조하려다 실패한 후유증이 커브볼 제구의 난조로 나타난 것이다. 투구시 보폭을 넓혀 직구 구속을 무리하게 높이려던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커브의 릴리스 포인트가 자주 변경되었고, 이게 결국 특유의 높은 타점에서 떨어져내리는 커브 구사에까지 악영향을 끼친 셈이다. 올시즌 초 연패를 거듭하는 동안 지토의 커브 구사율은 전성기 15%~20%보다 훨씬 줄어든 10% 이하에 머물렀다. 커브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버린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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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지토가 부활할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일까. 이대로 연패를 거듭해서 브랜든 웹의 20승 달성보다 빨리 20패 투수가 되는 불명예를 안게 되는 걸까. 그리고 역사상 최고의 먹튀 순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되는 것일까. 다행히 불펜으로 강등되었다가 선발로 복귀한 뒤 치른 최근 두 경기에서 지토는 약간은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단 투구내용 자체가 5이닝 2실점, 6이닝 3실점으로 시즌 초에 비하면 그나마 사람다운 경기를 했다고 할 만하다. 또한 13일 휴스턴전에서는 비록 노 디시전이 되긴 했지만 5회까지는 무실점 투구를 했고 올해 급격히 늘어난 볼넷도 6이닝 동안 1개로 줄이는데 성공했다. 5, 6회 들어 갑자기 커브볼 구사가 줄어들면서 통타당한 것이 아쉬운 부분인데, 이는 앞으로 점차 커브 비율을 높여 나가면서 해결해야 할 숙제인 것으로 보인다. 13일 경기에서 지토의 커브 비율은 시즌 초보다는 다소 높아진 10.67%였다.

또 지토가 전통적으로 여름 이후에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는 것도 기대를 갖게 하는 부분이다. 지토는 거의 언제나 후반기에 강한 투수였다. 가령 2004, 2005년 그의 4월 방어율은 모두 6점대 후반이었고 2006년에도 그의 4월 방어율은 5.93에 그쳤지만 후반기에는 방어율을 3점대로 끌어내리며 소속팀 오클랜드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결정적인 몫을 해냈다. 부진했던 작년에도 후반기 방어율은 4.11로 전반기 4.90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였다. 그리고 올시즌 지토의 4월 방어율은 7.61이었던 반면 5월 들어서는 현재까지 11이닝 5실점으로 4.09를 기록 중이다.

사실 지토만큼 매력이 넘치고 인간적으로 호감이 가는 선수도 드물다. 특히 클럽하우스에서의 행동이나 사회 봉사 활동, 팬들을 대하는 태도 등 모든 면에서 지토는 다른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기 충분하다. 올시즌 초반 부진으로 인해 비웃음거리가 된 지토의 상황은 그래서 더욱 안타깝기만 하다. 하지만 앞서 살펴봤듯이 분명 지토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그는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프로 정신이 투철한 선수이고, 지금 현재도 자신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시즌 중반의 언젠가 지토의 승수와 패수가 거의 같아지는 날이 온다면, 자이언츠는 자신들조차도 깜짝 놀랄 만한 성적으로 NL 서부지구에 이변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그날이 반드시 오기를 기원한다. 그러니 힘을 내요, 배리 지토.


이 글은 미디어다음 해외야구에 기고한 원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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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기호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