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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애틀의 좌투수 에릭 베다드(Erik Bedard)가 주전포수 조지마 켄지(Kenji Johjima)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하며, 제이미 버크(Jamie Burke)를 전담포수로 붙여줄 것을 요구했다. 사실 그간 시애틀 투수들의 대부분이 조지마의 리드에 대한 불신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내 왔음을 생각하면 놀랄 일은 아니다. 포수는 단지 공만 받아주는 역할이 아니라 투수를 독려하고 안정시키는 역할, 많은 대화를 통해 투수의 장점을 이끌어내는 역할까지 해낼 수 있어야 한다. 이 점에서 잉글리쉬 후렌들리하지 못한 조지마가 핸디캡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특히 베다드의 경우에는 조지마와 호흡을 맞춘 경기에서 유독 경기중 불안해하거나 포수 사인에 고개를 젓는 모습을 자주 보여왔다. 이런 문제점은 베다드의 올시즌 기록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 조지마가 홈플레이트에 앉았을 때와, 버크가 앉았을 때 베다드는 전혀 다른 투수가 되곤 했다. 한번 기록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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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아래가 같은 투수의 기록이라고는 도무지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조지마와 호흡을 맞췄을 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본즈놀이 수준에 가까운 피장타율인데, 포수가 투수에게 앙심을 품고 홈런코스로만 볼을 요구해도 좀처럼 나오기 힘든 높은 수치다. 베다드와 조지마 간의 호흡에 얼마나 심각한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며, 포수교체를 요구할 수밖에 없었던 베다드의 입장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간다. 아마도 코칭 스태프 역시 이런 문제를 파악했기에 좀처럼 하기 힘든 백업 포수의 전담 기용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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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재미있는 의문이 생긴다. 과연 이게 베다드-조지마만 갖고 있는 문제일까.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속 부부들처럼 궁합이 전혀 맞지 않는, 카를로스 잠브라노-마이클 배럿처럼 으르렁대는 투수와 포수가 얼마든지 더 있지 않을까. 그래서 '야구라의 뻬이쓰볼'에서는 올시즌 풀타임 선발로 출전한 투수들의 포수 궁합을 조사해 보았다. 올해 8경기 이상 선발 등판한 투수들 가운데, 포수에 따라 투구내용이 현격한 차이를 보인 선수들만 따로 추려냈다. 표본이 지나치게 작을 경우 생기는 문제를 없애기 위해 백업 포수가 2경기 이상 호흡을 맞춘 경우에만 포함시켰고, 피OPS 차이가 .100 이내로 별다른 의미있는 격차를 보이지 않았을 때도 목록에서 제외했다.

다음은 올시즌 포수에 따라 기록에 큰 차이를 보인 투수들의 명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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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팀에서 빅터 마르티네스와 배터리를 이룰 것을 강요했다면, 올시즌 클리프 리의 눈부신 초반 호투는 보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빅터 마르티네스와 함께한 경기의 기록도 수준급이긴 하지만, 쇼팩과 함께한 경기에 비할 바는 아니다. 로이 할라데이 역시 바라하스와 호흡을 맞춘 경기에서 방어율에 상당히 손해를 봤다. 그렉 자운과는 9경기에서 단 2개만 허용했던 홈런이, 바라하스와 함께한 3경기에서는 무려 3개를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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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카 오윙스는 몬테로와 배터리를 이룬 경기에서 동네북으로 변신했다. 몬테로일 때의 피OPS는 스나이더와 함께한 경기 OPS의 두배에 가깝다.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소낸스타인은 나바로와 배터리일 때는 단 1개의 홈런을 허용했지만, 젊은 포수 리건스와 함께했을 때는 무려 7개의 홈런을 얻어맞았다. A.J. 버넷은 로이 할라데이와는 반대로 그렉 자운과 호흡을 맞췄을 때 속절없이 난타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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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츠의 젊은 에이스 존 메인은 라울 카사노바의 지명할당이 못내 아쉬울지 모르겠다. 카사노바와 호흡을 맞춘 경기에서 연신 호투를 거듭하던 메인은 슈나이더가 부상에서 돌아온 이후로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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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치엔밍도 그렇지만, 앤디 페티트 역시 포사다가 DL에서 돌아오는 날을 두려워하고 있진 않을까. 포사다의 투수 리드는 지난해부터 양키스 투수들 사이에서 불만의 대상이 된지 오래다. 브라이언 배니스터와 채드 빌링슬리는 백업포수들과의 호흡이 원활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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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뷰레스는 기예르모 퀴로즈가 주전 포수가 아니라는 것이 아쉬울지 모르겠다. 주전 포수 라몬 에르난데스와 배터리를 이뤘을 때 평범한 투수로 전락한 뷰레스는 퀴로즈를 상대로는 비교적 안정된 투구를 펼쳤다. 인디언스의 우완 에이스 카모나는 클리프 리와는 정반대다. 클리프 리가 켈리 쇼팩과 더 좋은 투구를 펼쳤던데 반해, 카모나는 주전포수 빅터 마르티네즈를 선호하는 것처럼 보인다. 올해 오클랜드 돌풍의 주역인 다나 이브랜드 역시 주전 커트 스즈키와 좋은 호흡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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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바로를 선호하던 소낸스타인과 달리 맷 가르자는 신예 포수인 리건스와 함께일 때 특급 투구를 선보였다. 올해 부진한 모습인 고젤라니는 백업 포수들과 손발이 맞았다면 조금 더 나은 성적을 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워싱턴의 존 래넌은 로두카-에스트라다를 다 제쳐두고 주로 니에베스와 배터리를 이뤘는데, 그 이유가 성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플로리다 앤드류 밀러의 기복 심한 투구내용은 포수가 자주 바뀌는 것도 한가지 원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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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대로라면 니키 놀라스코 선발시에는 무조건 폴 후버를 포수로 앉혀야 한다. 앤드류 밀러의 경우에도 그랬지만 백업 포수 라벨로는 놀라스코에게도 그다지 좋은 안방 마님이 아니다. 그라인케, 배니스터와 마찬가지로 루크 호체바 역시 존 벅과 호흡을 맞추는 것이 호투하는 비결이다. 탬파베이 백업 포수 마이크 디펠리스가 마스크를 썼을 때 에드윈 잭슨은 최고의 투수로 변신했다. 에드윈 잭슨 입장에서는 디펠리스의 방망이가 약한 것이 아쉽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전담 포수를 앉혀야 하나?

한편 위 표에 포함되지 않은 조쉬 베켓, 팀 헛슨, 벤 시츠, 알만도 갈라라가, 제이크 피비, 쟈니 쿠에토 등은 올해 내내 단 한 명의 포수와만 호흡을 맞춘 투수들이다. 이들 가운데 갈라라가와 쿠에토를 제외하면 리그 정상급 에이스 투수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전담포수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특권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아마도 갈라라가와 쿠에토의 경우엔 팀 일정상  어쩌다보니 같은 포수와 계속해서 배터리를 이루게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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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162경기를 치르는 MLB의 특성상, 시즌 내내 한 명의 포수가 전 경기를 책임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기에 더블헤더나 밤경기 후 낮경기도 자주 치르게 되고, 포수 가운데 부상자도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메이저 구단은 연간 3~4명의 포수를 40인 로스터에 포함시켜서 돌아가며 기용한다. 그 가운데는 공격력은 좋지만 투수를 편안하게 해주는데는 약점이 있는 포수도 있고, 수비는 안정적이지만 멘도사 라인을 헤매는 포수도 있다. 하지만 시즌 전체를 무사히 치러내기 위해서는 백업포수를 적절히 활용해가며 주전 포수의 체력을 안배해 주어야 하며, 대부분의 메이저리그 투수들 역시 자신이 원하는 포수와만 배터리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

사실 위의 표 내용대로 포수에 따라 성적의 차이가 심한 투수라고 하더라도, 실제로 포수를 골라가며 마운드에 설 수 있는 수준의 투수는 흔치 않다. 전담포수는 팀내 최고의 에이스, 설사 전담포수가 물방망이라서 공격에 전혀 보탬이 되지 못하더라도 투구내용으로 이를 만회해 줄 수 있는 수준의 투수에게만 허용된다. 바로 서두에 언급한 에릭 베다드처럼 말이다. 사실 시애틀 투수들의 대부분이 베다드처럼 포수를 가리고 싶은 맘이 있겠지만, 베다드는 어디까지나 특별 케이스다. 바티스타가 베다드와 같은 대우를 바랄 수는 없다.

오히려 대부분의 투수들은 포수를 가리기보다는, 잘 맞지 않더라도 최대한 서로간에 많은 대화를 나누며 최대한의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의 개인 성적에서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주어진 조건 하에서 동료 포수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진정으로 팀을 위하는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훌륭한 농부가 연장 탓을 하지 않듯이, 정말 좋은 투수는 포수가 누구이건간에 자신의 공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마이크 피아자와 로저 클레멘스처럼 서로 안죽이고는 못사는 견원지간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부연. 위에 나와있는 데이터들은 단순히 재미삼아 또는 참고삼아 보실 것을 권합니다.
 

이 글은 미디어다음 해외야구에 기고한 원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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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기호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