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올스타전은 7월 15일에 양키스의 홈구장인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릴 예정이다. 2009년부터 양키스가 사용할 새로운 구장이 한창 건설중이기에, 1923년에 개장된 양키스타디움은 최후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사실 뉴욕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존재가 양키스이지만, 1901년에 아메리칸리그가 출범할 때에는 볼티모어를 프랜차이즈로 한 오리올스라는 팀이었다. 1903년에 뉴욕으로 이전하였지만, 당시의 팀 명은 하이랜더스였다. 지금의 양키스가 팀 명으로 정착한 것은 1913년부터로, '신문의 타이틀로 노출되기 쉽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팀 명을 바꾸는 등 난리법석을 피웠지만, 하이랜더스나 양키스나 1919년까지 리그 2위를 두번 차지한 것을 제외하고서는 항상 하위권을 맴돌았을 뿐이었다. 같은 기간 동안에 원래부터 뉴욕에 있던 자이언츠는 내셔널리그를 6번 제패(월드시리즈 우승은 1번)한 것과 대조를 이루면서,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겠지만, 양키스는 '뉴욕의 수치'라는 야유를 받기도 하였다. 그런 '굴러온 미운 오리 새끼'이던 양키스가 화려한 백조로 변신한 것은 1920년에 레드삭스로부터 베이브 루스를 영입하면서부터였다.
'베이브 루스의 집'인 양키스타디움
1920년에 당시로서는 천문학적인 금액인 12만 5천달러에 빨간 양말에서 핀스트라이프로 갈아 입은 베이브 루스는 54홈런을 쳤고, 1921년에는 59홈런을 기록하였다. 베이브 루스의 홈런쇼와 함께 양키스는 터줏대감인 자이언츠와 다저스를 밀어내고, 뉴욕을 대표하는 구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당시에 양키스는 1913년부터 자이언츠의 홈구장인 폴로그라운즈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베이브 루스 효과를 발판으로 삼아서 양키스는 1020년에 메이저리그 최초로 한시즌 100만명의 관중을 동원하는 등 자이언츠보다 더 많은 관중을 동원할 수 있었다. 뉴욕의 최고 구단이라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자이언츠는 일방적으로 "앞으로 폴로 그라운드를 사용할 수 없다"고 양키스에게 통보하였다.
이에 양키스는 자신들의 집을 짓기로 결정하면서, 탄생한 것이 양키스타디움이다. 흔히들 양키스타디움을 '세계 최초의 스타디움'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 말은 '스타디움'이라는 단어를 야구장에 사용했다는 의미이다. 개장 당시에는 최대 5만 8천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지만, 1923년 4월 18일에 레드삭스와의 첫 공식전이 치루어졌을 때에는 수용 인원을 훌쩍 뛰어넘는 74,217명이 입장하였고, 게다가 2만명 이상이 입장하지 못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이러한 건설 경위로 인해 양키스타디움은 '루스가 세운 집'이라고 불려지게 되었다.
양키스타디움의 최대 특징은 좌우 대칭이 아닌 '루스의 집'답게 좌우 비대칭이라는 점이다. 베이브 루스가 홈런을 조금이라도 더 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홈 플레이트에서 라이트 펜스까지는 상대적으로 짧은 89.9m였고, 또한 결정적으로 좌중간은 '죽음의 계곡'이라고 불릴 정도로 140.2m라는 광활한 거리를 자랑하였다. 결국, 이 '죽음의 계곡'으로 인해 전통적으로 양키스에 베이브 루스를 비롯해서, 루 게릭, 미키 맨들(스위치 히터), 로저 매리스 등 좌타자가 강세를 보일 수 있었던 배경이었다.
몇 번의 개장 등으로 홈플레이트에서 펜스까지의 거리가 조정되었지만, 전체적으로 좌우 비대칭 구조는 변화가 없었다. 1923년 이후로 10번 정도 펜스까지의 거리가 변화했는데, 크게 4시기로 나눌 수 있다.
제1기(1923~1936년)는 베이브 루스의 시대이고, 제2기(1937~1975년)는 조 디마지오와 미키 맨들의 시대이고, 제3기(1976~1987년)는 1976년에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하면서 '루스의 집'을 빗대서 오너인 '스타인브레너의 집'으로 불린 시기이고, 끝으로 지금 현재인 제4기(1988년 이후)로 구분할 수 있다. 제3기에 거의 그 흔적만을 남기게 된 '죽음의 계곡'이 1988년 이후로는 흔적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실 우측이 짧은 관계로 베이브 루스의 홈런 기록에 대해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가 1923년부터 1934년까지 양키스타디움에서 기록한 홈런수는 259개였고, 원정 경기에서는 252홈런을 친 것을 생각하면 루스의 집이 베이브 루스에게 미친 영향은 미비하다고 할 수 있다.
전통과 역사를 소중하게 취급하고 있는 메이저리그
양키스의 팬만이 아니라 야구팬이라면 양키스타디움에 갈 일이 있으면 반드시 들리고 싶어 하는 곳이 모니멘트 파크이다. 여기에는 양키스에서 영구결번된 한 시대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들이나 명감독 등의 기념비와 릴리프 등이 조성되어 있다. 그 면면을 보면, 베이브 루스를 비롯해서, '아이언 호스'인 루 게릭, '역대 최고의 스위치 히터'인 미키 맨들, '56경기 연속 안타의 주인공'인 조 디마지오, '야구계의 걸어다니는 명언집'인 요기 베라, '루스의 한시즌 최다 홈런을 깬 장본인'인 로저 매리스, '양키스의 영원한 캡틴'인 서머 먼슨, '가을의 전설'인 레지 잭슨 등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전설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특히, 그 중심에는 3개의 큰 비석이 있는데, 좌측부터 루 게릭과 밀러 허긴스, 베이브 루스이다. 베이브 루스나 루 게릭은 설명이 필요없는 전설 중의 전설이고, 밀러 허긴스는 1920년대에 양키스를 6번 리그 우승(그 중에서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것은 3번)으로 이끈 명감독이다. 그런데, 사실 이 비석은 1976년에 대대적인 리모델링이 되기 전에는 필드 안 - 센터 방면의 펜스 바로 앞에 있었다. 요즘은 볼 수 없지만, 1980년대에는 한번씩 이 3명의 비석 뒤로 공이 들어가서 중견수가 난감해 하는 장면이 종종 TV에서 '메이저리그에서 벌어진 진풍경'의 하나로 소개되고는 했다.
야구가 골프도 아니고, 중견수의 키를 넘어가는 타구가 데굴데굴 굴러서, 3개의 비석 속으로 홀인원해버린 상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중견수가 얼마나 황당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 루상의 주자는 물론이고, 타자 주자까지 홈을 향하는데, 공은 찾을 수 없는 정말 난감한 상황이다. 이 때에 타자 주자가 홈을 밟으면, 베이브 루스를 기념하는 의미로 홈런으로 기록되었을까? 담쟁이 덩굴로 유명한 리글리필드에서 공이 그 덩굴 사이에 들어가서 찾기 어려운 경우에 2루타가 되는 그라운드 룰이 있듯이, 이 경우에는 양키스타디움의 그라운드 룰로 인정 2루타로 판정되었다.
사실 양키스타디움은 레드삭스의 펜웨이파크와 컵스의 리글리필드에 이어서 메이저리그의 홈구장 중에서 3번째로 오래된 볼파크이다. 그래서, 새로운 구장의 건설과 함께 양키스타디움이 해체되는 것에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1976년에 대대적인 증개축이 이루어진 관계로 그 역사적인 의미는 거의 퇴색한 것도 부정할 수 없다. 1976년에 리모델링될 때에도 이전의 구장의 장식물 등이 재사용되었던 것처럼 신 양키스타디움에도 양키스타디움의 각종 시설물들이 재활용될 예정이다.
즉, 신 양키스타디움이라고 해서 양키스타디움과 완전히 단절된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장소로 건설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신 양키스타디움뿐만이 아니라 이미 개장한 다른 구장들에서도 공통적으로 볼 수 있다. 어느 나라의 어느 도시처럼 야구의 성지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일은 메이저리그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추억이 깃든 역사는 유무형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를 빛낸 수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의 영혼이 깃든 양키스타디움과 작별의 인사를 나눌 시간도 이제는 얼마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이 자리를 빌어서, 미리 마지막 인사를 전한다. "그동안 수고 많았다. 이제 영원한 휴식을 취할 수밖에 없지만, 너의 모습은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언제까지나 소중하게 간직될 것이다."
이 글은 미디어다음 해외야구에 기고한 원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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