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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양키스가 4년 연속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하였다. 그 상대는 1998년부터 메이저리그에 가담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였다. 한마디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제국(뉴욕 양키스)과 미래와 패기를 내세운 신흥 개발국(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었다. 창단 2년째인 1999년 지구 수위와 함께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였지만, 뉴욕 메츠에게 고배를 마셨던 다이아몬드백스가 창단 4년만에 월드시리즈에 모습을 드러냈다. 1997년 플로리다 말린스가 기록한 창단 5년만의 월드시리즈를 재패한 기록을 깰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양키스가 4연패에 성공할 것인지로 관심을 모았다.

양 팀의 시즌 성적

W - LBAHROBPSLGSBCSEARHRCGSVEDPPayroll
ARI92-70.267208.341.44271383.8719512138414885,082,999
NYY95-65.267203.334.435161534.0215879109132112,287,143

팀 기록만으로 본다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공수에 걸쳐서 양키스를 앞선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지나치게 소수의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었다. 반면에, 양키스는 큰 경기의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이 라인업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 장점인 동시에, 그들의 쇠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 약점이었다. 또한, 2001년 월드시리즈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강력한 원투펀치를 앞세운 다이아몬드백스가 평균 이상의 마운드를 형성하고 있는 양키스를 넘을 수 있을지도 큰 관심사 중의 하나였다. 물론 한국에서는 한국인 최초로 월드시리즈라는 큰 무대에 서게 된 김병현에 주목이 모아지기도 하였다.

양키스 - 월드시리즈에 진출하기까지의 과정

2000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3연패에 성공하였지만, 예전과 같은 강인함을 보여주지 못하였기에, 양키스는 오프시즌 동안 거물급 FA의 영입 등이 예상되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마이크 무시나가 새롭게 가세한 정도였다.

4월 2일 캔자스시티 로얄스와의 개막전에서 로저 클레멘스가 5탈삼진을 추가하면서, 개인 통산 3,509탈삼진으로, 월터 존슨이 기록하고 있던 아메리칸리그 게인 통산 최다 탈삼진 기록을 갈아치우는(메이저리그 개인 통산 최다 탈삼진 기록은 놀란 라이언의 5,714탈삼진이다) 등 산뜻한 출발을 보였다. 라이벌인 보스톤 레드삭스의 에이스인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부상으로 중도하차하면서, 어려움 없이 4년 연속 지구 수위를 차지하였다.

디비젼 상대는 전년도에 이어서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였다. 월드시리즈 4연패를 향한 힘찬 출발을 보이려고 한 양키스의 계획은 로저 클레멘스와 앤디 페티트가 등판한 1, 2차전에서 완패하면서, 디비젼 탈락의 위기에 몰렸다. 3차전에서 마이크 무시나와 마리아노 리베라의 호투로 단 2안타의 빈공 속에서 얻어낸 1점을 지켜내면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결국, 양키스는 4, 5차전에서도 승리를 거두면서, 2패 후의 3연승이라는 저력을 발휘하였다. 대역전극으로 리그 챔피언쉽에 진출하였지만, 예전과는 다른 모습의 양키스이기에, 월드시리즈 진출 자체를 의심하는 눈길도 많아졌다.

챔피언쉽 상대는 시즌에서 1906년 시카고 컵스가 기록한 메이저리그 역대 한시즌 최다승과 타이 기록인 116승을 거둔 시애틀 매리너스였다. 두 팀 다 디비젼에서 5차전까지 가는 혈전 끝에 올라왔고, 시즌 성적에서는 매리너스가 6승 3패로 압승을 거두었다. 과연 이치로를 앞세운 매리너스의 열풍이 챔피언쉽에서도 계속될 수 있을지, 아니면 양키스가 관록을 보일 것인지 등으로 관심을 모았다. 시리즈가 시작되기 전에는 매리너스가 약간 앞서거나 막상막하일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양키스의 일방적인 페이스 끝에 4승 1패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였다.

결국, 양키스는 4년 연속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면서, 시리즈 4연패에 도전하였다.

다이아몬드백스 - 월드시리즈에 진출하기까지의 과정

전년도에 지구 2연패를 위해서 시즌 도중에 커트 실링을 트레이드로 영입하는 등 전력을 다했던 다이아몬드백스였지만, 자이언츠의 호조 속에 지구 3위로 시즌을 마감하였다. 오프시즌 동안 큰 변화를 보이지 않은 다이아몬드백스이지만, 벅 쇼월트를 해임하고, 대신에 밥 브렌리를 새로운 감독으로 영입하였다. 4월을 13승 12패로 다저스에 2경기 뒤진 지구 3위에 머물렀지만, 5월과 6월 36승 19패라는 호성적으로, 지구 수위를 달렸다. 하지만, 7월에는 11승 15패의 5할 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부진을 보이면서, 자이언츠에 수위를 내주기도 하였지만, 8월에 다시 한번 페이스를 끌어올리면서, 자이언츠를 2경기 차로 밀어내고 2번째 지구 수위를 차지하였다.

랜디 존슨과 커트 실링이라는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원투펀치와 57홈런을 기록한 루이스 곤잘레스의 활약이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매트 맨타이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클로저에 김병현이 등용되기도 하였다.

디비젼 상대는 짐 에드먼스와 알버트 푸홀스, J. D. 드류 등 강타선을 앞세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였다. 내셔널리그 다승 공동 1위를 기록한 커트 실링과 매트 모리스가 맞붙은 1차전에서는 커트 실링이 완봉승을 거두었지만, 2차전에 나선 랜디 존슨이 패배하면서, 승부는 원점이 되었다. 3차전에서 불펜에서 선발 로테이션으로 승격된 미겔 바티스타의 호투로 승리를 거두었다. 4차전에서 패배를 기록한 다이아몬드백스는 마지막 5차전에서 커트 실링이 1실점 완투승을 거두는 호투로, 팀 역사상 처음으로 리그 챔피언쉽에 진출할 수 있었다.

리그 챔피언쉽에서는 흔히들 1990년대를 대표하는 팀이라고 말하게 되는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 월드시리즈 진출을 다투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두팀다 원투펀치(랜디 존슨 - 커트 실링 vs 그렉 매덕스 - 톰 글래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팀 컬러를 보이고 있었다. 1차전에서 디비젼에서 부진했던 랜디 존슨이 완봉승을 거두면서 상쾌한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톰 글래빈이 등판한 2차전에서는 패배를 기록했지만, 커트 실링이 투입된 3차전에서는 1실점 완투승을 거두었다.

4차전에서도 그렉 매덕스를 난타하면서, 쾌승을 거둔 다이아몬드백스는 브레이브스를 벼랑 끝으로 몰아붙였다. 그리고, 5차전에서는 랜디 존슨과 김병현의 계투로 3 : 2 신승을 거두면서, 창단 4년만에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였다.


이번 월드시리즈의 최대 관심사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원투펀치를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였다. 정상적인 4인 로테이션으로 할 경우에는 원투펀치가 각각 2경기씩 투입할 수 있고, 아니면 3인 로테이션으로 할 경우에는 1차전 선발투수인 커트 실링이 1, 4, 7차전에 랜디 존슨은 2, 5차전과 6차전이나 7차전에는 릴리프로 기용할 수 있다. 어떤 조합을 만들어내던지 커트 실링과 랜디 존슨이 최소한 2경기씩은 등판할 수밖에 없다. 다이아몬드백스의 원투펀치에 대한 의존도는 거의 100%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관건은 양키스가 얼마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원투펀치를 공략할 수 있는지가 우승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예상되었다.

반면에, 양키스로서는 에이스인 로저 클레멘스가 부상이 약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이아몬드백스의 원투펀치에 맞설 수 있는 양키스의 가장 강력한 카드인 로저 클레멘스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기에, 마이크 무시나와 앤디 페티트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2001년 월드시리즈의 우승팀을 결정할 키 포인트는 결국 원투펀치 - 그 중에서도 랜디 존슨이 쥐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이미 필리스 시절에 월드시리즈를 경험하였고, 게다가 디비젼과 챔피언쉽에서 호투한 커트 실링은 검증되었지만, 랜디 존슨은 첫 월드시리즈라는 점이 변수였다. 랜디 존슨이 포스트시즌에서 양키스를 상대한 적은 딱 한번 있었다. 시애틀 매리너스 시절인 1995년 디비젼에서 양키스를 상대로 2경기에 등판해서, 2승과 함께 방어율 2.70 등으로 매리너스가 양키스를 3승 2패로 꺽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다.

랜디 존슨이 시즌과 같은 압도적인 구위를 보일지, 아니면 1999년 뉴욕 메츠와의 디비젼처럼 처참하게 무너질지가 이번 시리즈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01.10.27. 제1차전 - 뱅크 원 볼 파크(ATT : 49,646)

시즌 73홈런으로 한시즌 최다홈런을 기록한 배리 본즈의 시구로 2001년 월드시리즈는 그 시작을 알렸다. 양팀의 선발투수는 커트 실링과 마이크 무시나였다. 커트 실링은 필라델피아 필리스 시절인 1993년에 월드시리즈에 등판해서, 1승 1패를 기록한 적이 있었다. 반면에,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9년 연속 두자리 수 승리를 거둔 양키스의 마이크 무시나는 디비젼과 챔피언쉽에 등판한 적은 있어도, 월드시리즈는 생애 처음이었다.


일찍이 커트 실링도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유니폼을 입은 적이 있기에, 오리올스 출신들간의 맞대결이라고 할 수 있었다. 디비젼과 챔피언쉽에서 두 선수 다 거의 완벽한 투구를 하였기에, 경기 전에는 피를 말리는 투수전이 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예상과는 달리 1회초 양키스는 데릭 지터의 히트 바이 피치드 볼에 이은 버니 윌리암스의 적시 2루타로 선취점을 올렸다. 하지만, 반격에 나선 다이아몬드백스는 1회말 브레이브스와의 챔피언쉽에서 맹타를 휘둘렀던 크레이그 카운셀의 솔로 홈런으로 동점을 만든 후, 3회에는 루이스 곤잘레스의 2점 홈런과 매트 윌리암스의 희생타로 3점을 추가하면서, 경기를 역전시켰다. 결국, 양키스의 마이크 무시나는 3이닝동안 6안타 5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왔고, 다이아몬드백스는 4회에도 2사 후에 스티브 핀리의 적시타와 상대의 실책 등을 묶어서 4득점하면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다이아몬드백스의 커트 실링은 1회에 1실점하면서, 불안한 출발을 보였지만, 이후 6이닝 동안 단 2안타만을 허용하는 완벽한 투구로 팀의 대승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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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Y100000000132
ARI10440000X9100

승리의 수훈갑은 7이닝 동안 3안타 1실점, 8탈삼진으로 승리투수가 된 커트 실링과 역전 2점홈런을 포함해서, 2안타를 친 주포 루이스 곤잘레스였다. 커트 실링에 이어서, 8회 마운드에 오른 만 42세의 마이크 모건은 메이저리그에서 21년 동안 12팀을 전전한 끝에 처음으로 월드시리즈에 서는 감격을 누리기도 하였다. 승리를 거둔 커트 실링은 포스트시즌에서 4승을 기록하면서, 1998년 양키스의 데이비드 웰스와 타이를 이루었다.

01.10.28. 제2차전 - 뱅크 원 볼 파크(ATT : 49,646)

이번 시즌 통산 사사구와 득점에서 메이저리그 기록을 갱신한 리키 헨더슨의 시구로 2차전은 시작되었다. 양팀의 선발투수는 좌완인 랜디 존슨과 앤디 페티트였다. 1차전에서 패배한 양키스로서는 2차전마저 패배할 경우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월드시리즈가 되기에, 반드시 승리할 필요가 있었다. 랜디 존슨을 공략하기 위해서, 양키스는 투수인 앤디 페티트를 제외한 전원을 오른손 타자로 라인업을 구성하였다. 반면에, 원투펀치 외에는 믿을 만한 투수가 없는 다이아몬드백스로서는 원투펀치가 등판한 경기에서는 반드시 승리할 필요가 있었다.


다이아몬드백스는 2회말 좌타잔인 스티브 핀리를 대신해서 선발 출장한 대니 바티스타의 적시 3루타로 선취점을 올렸다. 1 : 0의 불안한 리드를 지키고 있던 다이아몬드백스는 7회말 루이스 곤잘레스의 포볼과 대니 바티스타의 투수 강습 내야안타에 이은 매트 윌리암스의 홈런으로 3점을 추가하면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7이닝동안 5안타 8탈삼진으로 호투한 양키스의 앤디 페티트는 대니 바티스타와 매트 윌리암스의 한방에 패전의 멍에를 썼다.

반면에, 빅유닛 랜디 존슨은 3회까지 7탈삼진을 기록하는 등 7회까지 단 한번도 2루를 허용하지 않는 호투를 펼쳤다. 8회에 샤인 스펜서와 알폰소 소리아노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면서, 무사 1, 2루의 핀치를 맞기도 했지만, 스캇 브로셔스를 삼진으로 돌려 세운 후에, 루이스 소호를 병살로 처리하면서, 이 경기에서 유일한 위기를 손쉽게 벗어났다. 결국, 월드시리즈에 처음으로 마운드에 선 랜디 존슨은 3피안타 11탈삼진 완봉승으로 장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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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를 결정짓는 3점 홈런을 친 매트 윌리암스는 1989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1997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시절에 이어서 3팀의 유니폼을 입고서, 월드시리즈에서 홈런을 친 최초의 선수가 되었다.

01.10.30. 제3차전 - 양키스타디움(ATT : 55,820)

흰 건물에 사는 미국의 대표적인 원숭이가 시구를 하는 동물쇼와 함께 월드시리즈 3차전의 막이 올랐다. 양팀의 선발 투수는 브라이언 앤더슨과 로저 클레멘스였다. 2연패를 기록하고 있던 양키스로서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기에, 햄스트링 부상 후유증으로 디비젼에서 부진했던 로저 클레멘스를 마운드에 올렸다. 반면에 다이아몬드백스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시절인 1997년 불펜으로 월드시리즈에 3경기나 나선 적이 있던 브라이언 앤더슨을 투입하였다. 선발투수의 무게 중심은 완전히 양키스로 기울었기에, 얼마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1차전 1회 이후 18이닝 무득점 행진을 하고 있던 양키스는 2회말 호르헤 포사다의 솔로 홈런으로 그 종지부를 찍었다. 하지만, 다이아몬드백스는 4회초 1사 만루에서 매트 윌리암스의 희생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1 : 1 팽팽한 승부가 깨진 것은 6회였다. 매 이닝 주자를 출루시키면서도 좀처럼 득점을 하지 못하던 양키스는 6회말 2사 1, 2루에서 터진 스캇 브로셔스의 적시타로 1점을 리드하였다. 로저 클레멘스에 이어서 8회에 마운드에 오른 마리아노 리베라가 4탈삼진 등 완벽한 마무리로 1점 차이를 끝까지 지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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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I000100000133
NYY01000100X271

승리의 수훈갑은 샤인 스펜서였다. 스펜서는 1타수 무안타 1사사구의 공격력밖에 보이지 못했지만, 6회초 2사 1, 3루의 상황에서 터진 매트 윌리암스의 2루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역전을 허용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의 수비가 없었다면, 양키스는 3연패의 궁지에 몰렸을 것이다. 그 전까지 주전 좌익수로 기용되던 척 노블락이 지명타자로 나서면서, 출전 기회를 잡은 샤인 스펜서였기에, 아메리칸리그의 룰이 양키스에게 승리를 가져다 주었다고 할 수 있었다.

선발투수인 로저 클레멘스는 샤인 스펜서의 호수비 속에 7이닝 동안 3안타 1실점 9탈삼진을 기록하면서, 승리투수가 되었다. 반면에, 다이아몬드로서는 선발투수인 브라이언 앤더슨이 매이닝 주자를 출루시키면서도, 득점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4회와 6회 두번의 역전 찬스에서 동점과 상대 호수비에 막힌 것이 매우 아쉬운 장면이었다.

양키스로서는 2연패 후에 4연승한 1996년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의 월드시리즈를 재현할 수 있는 실마리를 잡은 경기가 되었다. 월드시리즈가 7차전으로 정착한 이래, 한번도 3연패한 팀이 4연승한 경우가 없기에, 샤인 스펜서의 호수비는 양키스를 살렸고, 앞으로 있을 드라마틱한 승부의 시작을 알렸다.

01.10.31. 제4차전 - 양키스타디움(ATT : 55,863)

원투펀치 외에는 승리를 자신할 수 없는 다이아몬드백스는 1차전에 나선 커트 실링을 3일 휴식 후에 투입하는 강수를 두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4승과 함께 방어율 0.79를 기록하고 있는 실링의 어깨에 다이아몬드백스의 우승이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반면에, 양키스는 예정대로 포스트시즌에서 9승 2패를 기록하고 있는 올랜도 에르난데스를 등판시켰다.

3회말 샤인 스펜서의 솔로 홈런으로 양키스가 선취점을 얻지만, 4회초 다이아몬드백스는 마크 그레이스의 솔로 홈런으로 응수하면서 동점을 만들었다. 다이아몬드백스의 커트 실링은 7이닝동안 3안타 1실점 9탈삼진으로, 휴식 부족의 우려를 말끔히 잠재우는 호투를 펼쳤다. 양키스의 올랜도 에르난데스도 1회초 1사 만루의 위기를 삼진과 3루 플라이로 모면하는 등 6과 1/3이닝동안 4안타 1실점 5탈삼진으로 팀의 기대에 부응하였다.

1 : 1 동점이 깨진 것은 8회였다. 다이아몬드백스는 7회초 1사 1, 2루의 위기 상황을 깔끔하게 처리한 마이크 스탠튼을 상대로 대니 바티스타가 적시 2루타로 동점의 균형을 깼고, 이어서 매트 윌리암스의 타구에 3루 대주자인 미드레 커밍스가 홈을 밟았다. 2점을 앞선 다이아몬드백스는 새로운 클로저로 떠오르던 킴병현을 8회부터 투입하였고, 그는 3타자를 연속 삼진 처리하였다. 하지만, 운명의 신은 김병현에게 너무나도 가혹한 고난을 주었다. 9회말 1사 후에 폴 오닐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버니 윌리암스에게 삼진을 뺏어면서, 다이아몬드백스의 승리가 확실시되었다. 그러나, 아웃 카운터 하나를 남겨두고서 등장한 티노 마르티네스가 극적인 홈런을 치면서, 양키스는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10회에는 2사 후에 데릭 지터가 김병현으로부터 끝내기 솔로 홈런을 치면서, 양키스가 대역전을 이루어냈다. 한국출신으로서는 처음으로 월드시리즈에 선 김병현은 2와 2/3이닝동안 5탈삼진을 기록했지만, 홈런 2방에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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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I0001000200360
NYY0010000021470

제4차전의 극적인 역전승으로 양팀은 2승 2패를 기록하게 되었지만, 4차전의 승패는 1승과 1패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원투펀치 외에는 승리를 자신할 수 없는 다이아몬드백스이기에, 커트 실링이 등판한 경기를 잡지 못한 것은 1패 이상일 수밖에 없었다. 양키스로서는 커트 실링을 공략하는데에는 실패하였지만, 결과적으로 그가 등판한 경기에서 승리함으로서 남은 경기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되었다.

01.11.01. 제5차전 - 양키스타디움(ATT : 56,018)

NL(신시네티 레즈)과 AL(뉴욕 양키스)에서 무려 5번이나 우승 반지를 끼고 있는 양키스의 영원한 전사인 폴 오닐이 이번 시리즈를 끝으로 은퇴를 발표함으로서, 그가 양키스타디움에 등장하는 마지막 날이었다. 그래서, 양키의 팬들은 더욱 더 승리를, 또한 오닐에게 6번째 우승 반지가 함께 하기를 바랬다.

양팀의 선발 투수로는 양키스는 1차전에 나온 마이크 무시나가 나왔고, 다이아몬드백스는 미겔 바티스타가 등판하였다. 미겔 바티스타는 몬트리올 엑스포스 시절인 1999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면서, 8승을 올린 것이 최다승일 정도의 투수였다. 그런 그가 다이아몬드백스의 유니폼을 입은 2001년에는 불펜과 선발로 나서서 처음으로 두자리 수인 11승을 거두었고, 시즌 중반 이후로는 선발 로테이션의 한축을 담당하였다. 포스트시즌은 이번 시리즈가 처음으로, 디비젼과 챔피언쉽에서 4경기(선발 2경기)에 등판해서 1승 1패 방어율 4.15를 기록하고 있었다.

커트 실링이 등판한 4차전의 패배로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미겔 바티스타는 7과 2/3이닝동안 5안타를 허용하면서도 무실점으로 역투하였고, 5회초 스티브 핀리와 주전 포수인 데미언 밀러의 복통으로 출전 기회를 잡은 로드 바라하스의 솔로 홈런으로 2득점하면서, 경기를 리드하였다. 8회말 2사 1, 3루의 위기를 그레그 스윈델이 타노 마르티네스를 범타로 처리하면서, 다이아몬드백스의 승리가 거의 유력시되었다. 하지만, 전날에 이어서 또 한번 9회말 2아웃의 상황에서 경기는 또 한번 크게 요동쳤다.

밥 브렌리 감독은 정규이닝의 마지막인 9회에 전날 대역전극의 희생양이 된 김병현을 투입하였다. 아마도 브렌리 감독으로서는 젊은 선수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월드시리즈 뿐만이 아니라 앞으로의 미래가 창창한 선수에게 전날의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의도였을 것이다. 김병현은 선두 타자인 호르헤 포사다에게 2루타를 허용하면서, 전날의 악몽이 떠오르기 시작했지만, 후속 타자들을 땅볼과 삼진으로 돌려 세우면서 1아웃만 남겨 두었다.  


다음 타자인 스캇 브로셔스는 1볼에서 가운데로 몰린 김병현의 직구를 통타했고, 좌측 담장을 훌쩍 넘기면서, 양키스는 전날에 이어서 9회 2아웃 상황에서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다. 연이어서 아웃 카운터 하나를 채우지 못하고 동점을 허용한 김병현은 마운드에 주저 앉았다. 사실 개인적으로 어쩌면 그의 야구 인생이 이 장면으로 끝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1993년 월드시리즈에서 당시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마무리 투수인 미치 윌리암스가 6차전에서 조 카터에게 끝내기 3점 홈런을 맞은 후에 예전의 위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쓸쓸하게 유니폼을 벗은 것이 생각났다. 또한, 한국프로야구에서 역사적인 개막전과 한국시리즈에서 연거푸 만루 홈런을 허용한 이선희의 모습이 떠올랐다.

사실상 아메리카드림을 꿈꾼 한 선수의 생명이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콜로라도 로키스의 유니폼을 입고서 올시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미치 윌리암스가 되지 않은 김병현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앞으로 그가 어떤 궤적을 그릴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자신의 트라우마와 맞선 선수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가 이 월드시리즈 이후 보인 기인적인 행위들 - 대인공포증이나 손가락 욕 사건 등은 아마도 이 충격에 따른 후유증이라고 생각한다. 가끔은 그렇다. 사람들은 애정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는 법이다.


망연자실한 김병현을 대신해서 마이크 모건으로 9회를 마무리지은 다이아몬드백스는 연장 11회초 동점 상황을 깰 절대적인 기회를 잡는다. 제국의 수호신 마리아노 리베라를 상대로 연속 안타와 매트 윌리암스의 희생번트로 1사 2, 3루의 호기를 맞이한 것이다. 절대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양키스는 만루 작전을 펼쳤고, 1사 만루에서 리베라가 후속 두 타자를 범타로 처리하면서 동점 상황은 계속되었다.

승부가 결정난 것은 연장 12회말이었다. 양키스는 월드시리즈에 들어서 첫 안타를 친 척 노블락과 희생번트로 1사 2루의 끝내기 찬스를 맞이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나온 알폰소 소리아노의 우전 안타에 척 노블락이 홈을 밟으면서, 양키스는 2경기 연속 대역전승을 이루어냈다. 게다가,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앞서나가면서, 월드시리즈 4연패가 유력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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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전의 승리로 양키스는 월드시리즈에서 홈경기 10연승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1차전에서 난조를 보였던 마이크 무시나는 8이닝동안 5안타 2실점 10탈삼진으로 호투를 펼쳤고, 연장 12회에 등판한 스털링 히치콕은 월드시리즈 첫승을 기록하였다. 2경기 연속 9회 투아웃 상황에서 동점을 허용하면서, 역전패를 기록한 다이아몬드백스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애리조나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01.11.03. 제6차전 - 뱅크 원 볼 파크(ATT : 49,707)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다이아몬드백스는 2차전에서 3안타 완봉승을 거둔 랜디 존슨을 내세웠고, 양키스는 역시 2차전 선발 투수였던 앤디 페티트를 투입하였다. 결과적으로 배수의 진을 친 다이아몬득백스가 장단 22안타를 몰아치면서, 대승을 거두었다. 다이아몬드백스가 기록한 22안타는 1921년과 1946년 뉴욕 자이언츠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21안타를 깬 한 경기 최다안타 기록이었다.

1회말 토니 워맥의 2루타와 대니 바티스타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얻은 다이아몬드백스는 2회에도 1사 만루에서 토니 워맥과 대니 바티스타의 적시타로 3점을 추가하였다. 그리고, 3회에는 매트 윌리암스가 월드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한 이닝 2홈런을 기록하는 등 장단 9안타로 8득점하면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4회에도 3점을 추가한 다이아몬드백스는 선발 투수인 랜디 존슨을 포함해서 선발 전원 안타에 선발 전원 타점까지 기록하였다. 랜디 존슨은 자신의 캐리어 하이인 2타점을 기록하였고, 투수가 월드시리즈에서 한 경기에서 2타점을 올린 것은 1968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밥 깁슨이 4차전에서 기록한 이후 처음이었다.

또한, 마운드에서는 3회초 2사 만루의 위기를 맞기도 하였지만, 7이닝 동안 6안타 2실점 7탈삼진으로 시리즈 2승째를 챙겼다. 반면에 양키스의 앤디 페티트는 2이닝동안 7안타 6실점으로 난타를 당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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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백스로서는 벼랑 끝에서 탈출하면서, 승부를 7차전까지 끌고 갈 수 있었다. 그리고, 초반 대량 득점으로 랜디 존슨이 7이닝 동안 103개만을 던졌기에, 상황에 따라서는 7차전에도 구원으로 마운드에 설 수 있다는 것은 다할 나위 없는 최선의 결과였다. 반면에, 양키스로서는 랜디 존슨의 투구수를 늘리지 못함으로서, 다이아몬드백스의 원투펀치를 한 경기에서 다 상대해야만 하는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01.11.04. 제7차전 - 뱅크 원 볼 파크(ATT : 49,589)

양키스의 월드시리즈 4연패냐, 아니면 창단 4년만의 우승이라는 새로운 신화냐가 걸린 최후의 결전에 선발로 투입된 선수는 로저 클레멘스와 커트 실링이었다. 커트 실링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5번 선발 등판해서 4승과 함께 방어율 0.88을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리즈 4차전에 이어서 연속해서 3일 휴식만을 취한 상태였기에, 그의 체력이 얼마나 버티어 줄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반면에 양키스의 로저 클레멘스는 시즌에서 20승 3패를 기록했지만, 햄스트링 부상의 후유증으로 포스트 시즌에서는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3차전에서는 7이닝 동안 3안타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었기에, 양키스로서도 필승의 카드라고 할 수 있었다.

커트 실링과 같이 혼자서 월드시리즈에 3번 등판한 경우는 1991년 미네소타 트윈스의 잭 모리슨이후 10년만이었다. 실링은 1회 1사 후에 폴 오닐에게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허용했지만, 3루까지 달리던 오닐을 재빠른 중계플레이로 잡아낸 이후 6회까지 단 하나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다. 반면에, 매회 주자를 출루시키면서도 무실점으로 막고 있는 로저 클레멘스는 6회 대니 바티스타에게 적시 2루타를 허용하면서, 1실점했다. 하지만, 반격에 나선 양키스는 7회초 티노 마르티네스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든 후에, 8회에는 알폰소 소리아노의 솔로포로 역전에 성공하였다.


다이아몬드백스는 커트 실링(7과 1/3이닝)과 미겔 바티스타(1/3이닝)에 이어서 랜디 존슨을 투입하면서 더 이상 실점을 하지 않으면서, 마지막 공격에 나섰다. 양키스의 마운드에는 8회부터 모습을 드러낸 수호신 마리아노 리베라였다. 리베라를 상대로 선두타자인 마크 그레이스가 중전 안타를 치면서, 뱅크 원 볼 파크는 술렁거리기 시작하였다. 게다가, 데미언 밀러의 희생번트를 리베라가 2루에 악송구하면서, 무사 1, 2루로 변하였다. 하지만, 제이 벨의 번트를 리베라가 3루에 승부하였고, 포스 아웃이 되면서 1사 1, 2루가 되었다.

아웃 카운터가 하나 추가된 가운데 후속 타자인 토니 워맥이 우익선상을 흐르는 2루타를 날렸고, 대주자로 나간 미드레 커밍스가 홈을 밟으면서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서 크레이그 카운셀이 히트 바이 피치드 볼로 출루하면서, 1사 만루가 되었다. 3번타자인 다이아몬드백스의 핵심인 루이스 곤잘레스가 친 타구가 전진 수비를 펼치고 있던 유격수 뒤로 떨어지는 끝내기 안타가 되었다.


1997년부터 계속된 마리아노 리베라의 포스트시즌 23연속 세이브 성공에도, 팀의 월드시리즈 연속 우승에도 종지부가 찍혔다. 반면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1997년 플로리다 말린스가 기록한 최단 기간 월드시리즈 재패를 4년으로 앞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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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MVP에는 3경기에 선발로 나서서 호투를 펼친 커트 실링과 3승을 거둔 랜디 존슨이 공동 수상하였다. 2명 이상의 선수가 공동으로 시리즈 MVP를 받은 것은 1981년 LA 다저스의 론 세이, 페드로 게레로, 스티브 예거 이후 20년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12타수 7안타 타율 0.583, 7타점 등을 기록한 대니 바티스타도 MVP급 활약을 펼쳤다고 생각한다. 그의 맹타가 없었다면, 다이아몬드백스의 우승도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또한, 감독 취임 첫해에 월드시리즈를 재패한 경우는 1961년 양키스의 랄프 후크 이후 처음이었다. 다이아몬드백스의 백전노장들인 마크 그레이스, 랜디 존슨, 커트 실링, 마이크 모건 등은 마침내 우승반지를 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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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손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