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29일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이번에 이야기할 내용과 연관이 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1회초 두산의 공격에서 2번타자인 임재철이 친 타구는 상당히 잘 맞았지만, 사실은 SK의 중견수인 박재홍이 타구판단을 잘못하는 바람에 3루타로 만들어주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리고, 3회초 두산의 공격에서는 임재철, 안경현, 홍성흔이 연이어서 잘 맞은 타구를 중견수방면으로 날렸지만, 중견수인 박재홍이 잡아내면서 3자범퇴로 끝났다.
여기에서 한가지 중요한 의문을 가져보자. 안타가 되거나 플라이아웃이 되는 것은 투수의 책임일까? 즉 1회초 임재철의 타구는 3루타가 되고, 반대로 3회초에 잘 맞은 3개의 타구는 아웃이 되었다. 타자가 친 타구가 안타가 되거나 아웃이 되는 것은 투수가 제어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배트에 맞은 볼이 안타가 될지 아웃이 될지는 운일 뿐이다
최근에 세이버매트릭스에 의해서 새롭게 투수의 평가기준으로 이야기되고 있는 DIPS(Defense Independent Pitching Statistics)는 투수의 성적을 [투수가 책임질 수 있는 부분]과 [투수가 책임질 수 없는 부분]으로 나누어서, [투수가 책임질 수 있는 부분]만으로 투수를 평가하고 있다. 도대체 투수가 책임질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이고, 책임질 수 없는 것은 뭔데라고 벌써부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분들을 위한 특별 서비스로 제니 핀치의 요염한 수영복 사진을 감상하고 가뿐히 본 쓰레기집합소를 빠져 나가기 바란다.

만약에 같은 타구더라도 상황 - 야수들의 수비능력이나 위치에 따라서는 안타가 되거나 아웃이 되거나 한다. 또한 잘맞은 타구가 야수정면으로 가서 아웃이 되거나 빚맞은 타구가 운좋게도 야수가 수비하기 어려운 위치에 떨어지면서 안타가 되기도 한다. 결국 안타라는 것은 투수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시카고에서 변호사 보조로 일하고 있던 보로스 맥크라켄은 심심풀이 땅콩으로 판타지베이스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판타지베이스볼의 성적을 좌우할 수 있는 좋은 선수를 찾기 위해서 여기 저기를 기웃거리던 맥크라켄의 눈에 [투수력과 수비력을 확실히 구별할 수 없다]는 글이 들어왔다. 즉 야구에서 어디까지 투수의 책임인지 아니면 야수의 책임인지 확실하게 구분할 수 없고, 또한 수비력에 대해서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없기에, 당연히 투수의 능력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는 말이었다.
투수의 능력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는 말에 자신이 직접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기로 마음을 먹은 맥크라켄은 먼저 투수의 성적 중에서 투수가 단독으로 관련된 부분(포볼, 데드볼, 탈삼진, 피홈런)과 야수의 수비와 연관이 있는 부분(피안타, 실점)을 구분하였다. 그리고, 1999년의 투수들 중에서 포볼, 데드볼, 탈삼진, 피홈런만으로 평가했을 때에 상위 5명은 랜디 존슨, 케빈 브라운, 페드로 마르티네스, 그렉 매덕스, 마이크 무시나였다.
그리고, 맥크라켄은 그렉 매덕스에 대해서 분석했을 때에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렉 매덕스의 피안타율이 매년 요동치고 있었던 것이다. 어떤 시즌에는 피안타율이 매우 낮았던 매덕스가 또 다른 해에는 완전히 바닥을 기고 있었다. 그렉 매덕스의 성적에서 안정된 수치들을 보이고 있었던 것은 오로지 포볼과 데드볼, 탈삼진, 피홈런 뿐이었다.
맥크라켄은 [홈런 이외의 페어볼은 안타가 되던 아웃이 되던 투수와는 관련이 없는 것이고, 또한 지금까지 투수의 책임으로 여겨졌던 부분들이 사실은 운에 불구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맥크라켄은 홈런 이외의 페어볼을 안타로 만들지 않는 능력은 메이저리그의 어느 투수들이나 별로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보로스 맥크라켄은 투수의 평가방법으로 야수의 수비와 관련된 요소들을 제외한 투수를 평가하는 DIPS를 고안해냈다.
즉 DIPS에서 투수가 책임질 수 있는 부분은 볼넷과 홈런, 데드볼, 탈삼진밖에 없다고 본다. 안타의 경우에는 완전히 투수가 책임질 수 없는 부분은 아니지만, 위에서 이야기하였듯이 상황에 따라서 안타가 되기도 범타가 되기도 하는 것은 투수가 제어할 수 없는 부분으로 간주한다. 안타의 경우에도 야수들의 수비능력 등을 수치화할 경우에는 충분히 고려의 대상에 넣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할 경우 지나치게 복잡한 계산이 될 수밖에 없고, 또한 야수들의 수비능력 등을 정확하게 수치로 나타낼 수 없기에 처음부터 속 편하게 무시하는 것으로 하고 있다.
투수가 책임질 부분 : 볼넷, 데드볼, 탈삼진, 홈런
투수가 책임질 수 없는 부분 : 승패, 방어율, 피안타, 자책점, 실점 등등
DIPS의 공식으로는 투수가 허용한 2루타나 3루타 등도 고려해야 하는지를 놓고서 백가제명식의 견해들이 표출되고 있다. DIPS의 기본적인 공식으로 자주 거론되고 있는 것은 아래와 같다.
DIPS1 = (볼넷 x 3 + 피홈런 x 13 - 탈삼진수 x 2) ÷ 투구이닝 + 3.2
DIPS2 = ((볼넷 + 데드볼) x 3 + 피홈런 x 13 - 탈삼진수 x 2) ÷ 투구이닝 + 3.2
그런데 DIPS는 안타를 투수가 책임질 수 없는 부분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당연히 땅볼 비율이 높은 투수들은 평가가 낮을 수밖에 없다. 위의 DIPS의 공식에서 볼 수 있듯이 많은 숫자의 탈삼진을 기록하는 파워피처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결점이 있다. 그래서 좀 더 개량된 - 이 말이 나온면 공식이 더욱 더 복잡하게 되었다를 의미한다. 쩝 .. 야구가 수학도 아니고 - 공식을 만들어 냈고, 현재에는 흔히들 DIPSera라고 불리고 있는 공식을 흔하게 접할 수 있다.
DIPSera = (D1 + D2 + D3 + D4 + D5 + D6 - D7) ÷ 투구이닝 x 9
D1 = (페어볼 중에 플라이로 아웃된 수 x 0.041)
D2 = (땅볼로 아웃된 수 x 0.05)
D3 = (파울플라이로 아웃된 수 x 0.251)
D4 = (라이너타구로 아웃된 수 x 0.224)
D5 = (포볼 x 0.316)
D6 = (데드볼 x 0.43)
D7 = (탈삼진수 x0.12)
DIPS의 공식 중에는 상당히 복잡한 것도 있다. 복잡한 가중치들과 구장효과나 리그에 따른 차이 등까지 고려한 공식들 앞에서는 조용히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사실 세이버매트릭스의 공식들의 대부분은 상당히 복잡하고, 또한 계산에 필요한 지표들을 쉽게 구할 수는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그러므로 일일이 뭔가 계산하기 보다는 espn이나 mlb.com 등과 같은 사이트에서 선수의 성적을 볼 때에 DIPS를 포함해서 앞서 설명한 통계들이 있을 때에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만 알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DIPS의 핵심은 안타는 투수가 제어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개념에 있다고 생각한다. 흔히들 방어율과 함께 투수를 평가할 때에 상당히 중요하게 취급하는 피안타율이라는 것도 사실은 투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DIPS의 안타에 대한 부분은 BABIP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BABIP는 Batting Average on Balls in Play의 약자로, 기본적으로 페어볼이 된 타구가 안타가 될 확률을 나타내고 있다.
위의 공식에서 빨간색인 SF(희생플라이)와 SH(희생번트)를 BABIP에 포함시킬지 아니면 뺄지에 대해서는 사람들에 따라서 다르다. 희생플라이라는 것도 결국 아웃이기에 포함시키는 쪽도 있고, 희생번트에 대해서도 페어볼 안의 아웃이라는 측면에서 포함시키는 사람들도 있다. 반면에 희생번트는 타자가 선택했다기 보다는 작전에 의한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에 BABIP를 산출할 때에 고려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어쨋든 위의 공식에서 볼 수 있듯이 BABIP는 투수가 책임질 수 있는 부분은 데드볼과 볼넷, 홈런, 삼진 밖에 없다는 DIPS의 영향을 받았다. 또한 BABIP는 페어볼만을 취급하고 있기에, 이것만으로 투수나 타자의 능력을 완벽하게 파악할 수는 없다. 그래서 BABIP는 타자의 경우에는 타율과 함께, 반면에 투수의 경우에는 DIPS와 비교해서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로는 BABIP가 다른 통계들 - 타율이나 DIPS 등과 연관성이 있다는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또한, DIPS와 BABIP를 비교하는 것으로 페어볼에 대한 운빨과 야수의 수비력 등을 평가할 수도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연관성이 있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 결국 DIPS나 BABIP나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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