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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를 보다가 보면, 스토브시즌 동안만이 아니라 시즌 중에도 활발하게 트레이드가 이루어지고 있다. 즉 메이저리그에서 트레이드는 언제던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언제던지 트레이드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메이저리그에는 트레이드 데드라인이 있다. 바로 7월 31일 이후부터 월드시리즈가 끝나는 날까지는 트레이드를 할 수 없다. 트레이드 데드라인이 없을 경우에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된 팀이 여기 저기에서 우수한 선수들을 마구잡이로 끌어모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8월 1일 - 트레이드 데드라인 이후로도 트레이드 자체가 원천봉쇄된 것은 아니다. 트레이드 데드라인은 Non-Waiver Trade Deadline이다. 즉 웨이버 공시를 하지 않고 트레이드를 할 수 있는 마감시한이라는 뜻이다. 이 말을 뒤집어서 생각하면, 데드라인이 끝난 후에도 웨이버 공시를 통한 트레이드가 가능하는 의미이다. 메이저리그에서 포스트시즌에 뛰기 위해서는 8월 31일까지 로스터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 결국 8월 31일까지는 웨이버 공시를 통한 최후의 트레이드가 가능하다.

트레이드 데드라인 이후로도 트레이드가 가능하다면, 구태여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7월 31일까지로 할 것이 아니라 8월 31일로 해도 상관없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논 웨이버 트레이드와 웨이버 트레이드는 큰 차이점이 있다. 위에서도 봤듯이 선수를 웨이버로 공시했을 때에는 48시간 안에 다른 팀이 클레임을 걸 수 있다. 만약에 보스톤 레드삭스와 뉴욕 메츠가 짝짜쿵이 맞아서 트레이드 데드라인 이후에 메츠가 카를로스 델가도를 웨이버 공시 후에 레드삭스로 보낼려고 한다고 가정해보자.

메츠의 카를로스 델가도가 레드삭스의 유니폼을 입기 위해서는 레드삭스 이외의 팀이 클레임을 걸어서는 안된다. 만약에 복수의 팀이 클레임을 걸 경우에는 웨이버 공시를 한 구단과 같은 리그의 팀에게 우선권이 주어지고, 그 다음으로는 작년의 성적이 낮은 팀에게 선수와 계약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카를로스 델가도와 같은 특급선수가 나왔을 경우에는 우선 많은 팀들이 오퍼를 낼 것은 뻔한 뻔자이다. 그리고, 카를로스 델가도 정도는 아니지만, 레드삭스가 뉴욕 양키스와의 지구다툼이나 포스트시즌을 위해서 부족한 부분 - 지금이라면, 좌완불펜투수를 웨이버 공시를 통한 트레이드로 영입하려고 할 경우에는 뉴욕 양키스나 레드삭스와 포스트시즌에서 경쟁을 펼칠 팀들도 클레임을 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양팀이 쿵짝만 맞어면 자유롭게 트레이드할 수 있는 논 웨이버 트레이드 기간 중에 무엇인가 일을 저지를려고 하는 것이다. 8월이 되기 전까지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한 팀은 화룡정점을 찍기 위해서 우수한 선수들을 영입하려고 하고, 반대로 포스트시즌이 물건너 간 팀은 페이롤의 압박을 줄이고, 또한 유망주를 획득해서 장기적으로 팀을 재편하려고 한다. 또한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자신들의 잠재적인 혹은 실제적인 라이벌 팀이 트레이드로 전력보강에 나설 경우에는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지는 않는다. 웨이버 공시를 통한 트레이드나 논 웨이버 트레이드나 자신들이 구태여 꼭 영입할 필요는 없지만, 자신들의 잠재적인 라이벌이 될 팀이 특급 선수를 영입할 가능성이 높을 경우에는 여지없이 트레이드 방해공작에 들어간다. 대표적인 경우가 1998년 있었던 시애틀 매리너스의 빅유닛 쟁탈전이었다.


빅 유닛이 양키스가 아닌 레드삭스의 유니폼을 입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1995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받았고, 또한 1997년에는 20승을 거둔 랜디 존슨이 매리너스와 장기계약을 둘러싼 이견으로 1998년에는 9승 10패의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랜디 존슨의 태업 등으로 시즌을 포기하게 된 매리너스는 빅유닛을 매물로 내놓았다. 랜디 존슨을 미끼로 매리너스가 처음에 접근한 구단은 3년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월드시리즈에서 2번이나 고배를 마신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였다. 당시 인디언스는 막강화력을 자랑하는 정말 이런 타선이 돈으로 끌어모은 것이 아니라 팜에서 성장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반면에 선발투수진은 백인의 로망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던 자렛 라이트와 바톨로 콜론이 성장을 보였지만, 특급에이스가 없는 약점이 있었다.

1998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주요 선수들의 성적
G GS W L CG SHO EAR IP HR SO BB WHIP
C. Nagy 33 33 15 10 2 0 5.22 210.3 34 120 66 1.50
J. Wright 32 32 12 10 1 1 4.72 192.6 22 140 87 1.53
D. Burba 32 31 15 10 0 0 4.11 203.6 30 132 69 1.37
B. Colon 31 31 14 9 6 2 3.71 204.0 15 158 79 1.39
D. Gooden 23 23 8 6 0 0 3.76 134.0 13 83 51 1.39

G BA AB R H 2B 3B HR RBI SO BB OBP SLG
S. Alomar (C) 117 .235 409 45 96 26 2 6 44 45 18 .270 .352
J. Thome (1B) 123 .293 440 89 129 34 2 30 85 141 89 .413 .584
D. Bell (2B) 107 .262 340 37 89 21 2 10 41 54 22 .306 .424
T. Fryman (3B) 146 .287 557 74 160 33 2 28 96 125 44 .340 .504
O. Vizquel (SS) 151 .288 576 86 166 30 6 2 50 64 62 .358 .372
B. Giles (LF) 112 .269 350 56 94 19 0 16 66 75 73 .396 .460
K. Lofton (CF) 154 .282 600 101 169 31 6 12 64 80 87 .371 .413
M. Ramirez (RF) 150 .294 571 108 168 35 2 45 145 121 76 .377 .599
D. Justice (DH) 146 .280 540 94 151 39 2 21 88 98 76 .363 .476
M. Whiten (OF) 87 .283 226 31 64 14 0 6 29 60 29 .372 .425
R. Sexson (OF) 49 .310 174 28 54 14 1 11 35 42 6 .344 .592

인디언스가 월드시리즈에 우승하기 위해서는 에이스의 확보가 필요한 시점이었고, 매리너스의 랜디 존슨은 인디언스의 2%를 채우고도 남을 만한 투수였다. 당연히 매리너스와 인디언스는 랜디 존슨의 트레이드를 위해서 물밑교섭에 들어갔고, 이것을 알게 된 뉴욕 양키스가 랜디 존슨 쟁탈전에 가담하였다. 월드시리즈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디언스를 넘어야만 하는 양키스였기에, 인디언스가 포스트시즌을 좌우할 수 있는 랜디 존슨을 영입하는 것을 절대적으로 저지할 필요가 있었다.

기존의 인디언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에 이어서 뉴욕 양키스도 쟁탈전에 참가함으로서 랜디 존슨의 시장가는 천정부지로 뛸 수밖에 없었다. 당시 뉴욕 양키스는 매리너스에게 랜디 존슨의 댓가로 이라부 히데키와 샤인 스펜서, 닉 존슨 등을 내걸었다. 양키스의 제안을 받은 매리너스는 쫄래 쫄래 인디언스에게 가서 양키스가 이런 넘들을 줄 수 있다는데 너네들은 누구 줄 수 있는데 ... ?라고 물었다. 그리고, 우리는 브라이언 자일스하고 엔리케 윌슨이랑 폴 슈이 등이 포함된 셋트를 받고 싶다고 덧붙였다.



졸지에 햄릿이 되어서 지르느냐? 아니면 참느냐?를 고민하던 인디언스의 GM인 존 하트는 지름신을 배신하고 그냥 참았다. 인디언스가 포기함으로서 양키스도 무리하게 출혈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랜디 존슨 쟁탈전에서 물러났다. 한순간에 매리너스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되었지만, 마당에는 아직까지 닭한마리가 남아 있었다. 바로 한번도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한 휴스턴 애스트로스였다. 애스트로스는 프레디 가르시아와 카를로스 기옌, 존 할라마를 주고서 랜디 존슨을 영입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렇다면 ... 여기에서 화룡정점인 랜디 존슨의 영입을 포기한 존 하트의 선택은 옳았던 것일까?

사실 존 하트는 이미 1997년에 있었던 2건의 트레이드 제안을 거부한 것 때문에 인터넷에서는 무능한 GM의 표상으로서 욕이란 욕은 다 먹고 있다. 하나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마크 맥과이어와 브라이언 자일스의 트레이드였고, 또 다른 하나는 몬트리올 엑스포스가 페드로 마르티네스와 자렛 라이트의 바꾸자는 제안을 존 하트는 거절하였다. 마크 맥과이어와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영입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려 먹은 존 하트의 선택은 욕먹을 행위일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전혀 욕먹을 이유가 없다.

당시 인디언스는 전체 페이롤에서 다섯 손가락안에 들어가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클리블랜드를 연고지로 한 인디언스의 재정상태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단지 1980년대 이후 철강산업이 반짝 호경기를 맞이하면서 인디언스의 재정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클리블랜드는 스몰마켓이었다. 즉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재정적으로 넉넉한 팀은 아니었다.

No.1 Payroll No.2 Payroll No.3 Payroll No.4 Payroll No.5 Payroll
1995 TOR 49,791,500 NYY 46,657,016 ATL 45,199,000 BAL 40,835,519 CHW 39,632,834
1996 NYY 52,189,370 BAL 48,726,832 ATL 47,930,000 CLE 45,317,914 CHW 41,940,000
1997 NYY 59,148,877 BAL 54,871,399 CHW 54,377,500 CLE 54,130,232 ATL 50,488,500
1998 BAL 70,408,134 NYY 63,159,898 ATL 59,536,000 CLE 59,033,499 TEX 54,704,595
1999 NYY 88,130,709 TEX 81,301,598 ATL 75,065,000 CLE 73,857,962 BOS 71,720,000
2000 NYY 92,938,260 LAD 90,375,953 BAL 83,141,198 ATL 82,732,500 BOS 81,210,333
2001 NYY 112,287,143 BOS 109,675,833 LAD 109,105,953 NYM 93,674,428 CLE 92,660,001
1995년에는 35,185,500(전체 9위), 2000년에는 76,508,334(전체 8위)였음.

위의 메이저리그의 연도별 페이롤 순위에서 볼 수 있듯이 인디언스는 선수들의 연봉으로 상당한 출혈을 감수하고 있었다. 2001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서 마지막 발악을 펼치기도 했지만, 그 이후로는 리빌딩에 들어갔다. 결국 1997년의 마크 맥과이어나 페드로 마르티네스, 1998년에는 랜디 존슨을 트레이드로 영입한다고 해도 바로 FA로 풀리는 그들을 잡을 여유가 인디언스에게는 없었다. 게다가 마크 맥과이어의 자리인 1루에는 40홈런을 치고 있던 짐 토미가 있었고, 지명타자에는 데이비드 저스티스가 있었다.

포스트시즌을 위해서 혈안이 되어서 트레이드에 몰려드는 불나방과 같은 구단의 경우에는 2가지 부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수가 FA로 풀리더라도 잡을 수 있는 구단과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수와 장기계약이 어렵겠지만, 어떤 출혈이라도 감수할 정도로 월드시리즈의 우승 - 혹은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필요가 있는 팀으로 분류할 수 있다.

즉 보스톤이나 뉴욕, LA, 시카고 등 빅마켓을 연고지로 한 구단은 트레이드로 몸값이 폭등할 예비 FA 등을 영입하더라도, 특별한 경우가 아닌한 장기계약을 맺을 수 있다. 반면에 휴스턴 애스트로스처럼 한번도 월드시리즈를 밟아보지 못한 팀으로서는 어떤 댓가를 치러더라도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전력을 만드는 것이 장기적인 플랜보다도 더 중요할 때도 있는 것이다. 1948년 마지막으로 월드시리즈에 우승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로서는 한번쯤 우승이 필요한 시기였지만, 저주타령으로 매년 공포 호러물을 찍고 있던 레드삭스나 화이트삭스 등과 한번도 월드시리즈를 밟아보지 못한 애스트로스나 레인저스 등에 비해서 우승에 대한 절박감은 그렇게 강렬하지 않았다.

오히려 존 하트가 주력한 것은 당장의 우승보다는 장기적으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강팀으로 유지하는 것에 촛점을 맞추고 있었다. 계속해서 인디언스가 중부지구의 강자를 지켜나갈 경우에는 월드시리즈의 우승은 자동적으로 따라 올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즉 존 하트는 기존의 팀의 골격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에 주력하였다.

개인적으로도 존 하트가 브라이언 자일스의 댓가로 리카르도 링콘밖에 얻지를 못한 것은 실수였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자판 매니아들이 지껄이듯이 존 하트의 트레이드가 모두 다 닭짓은 아니었다. 자판 매니아들의 글을 보면, 존 하트가 션 케이시의 트레이드와 자렛 라이트를 통한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영입하지 않은 것 등을 이유로 존 하트는 무능하다고 지랄발광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1루요원인 션 케이시를 트레이드로 처리하지 않으면 어디다 쓸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니면, 션 케이시를 댓가로 누구를 얻어왔다면 찍소리도 못했을까?

션 케이시의 인디언스에서의 성적
G BA AB R H HR RBI SO BB OBP SLG
1995 Watertown (1A) 55 .329 207 26 68 2 37 21 18 .386 .444
1996 Kinston (1A) 92 .331 344 62 114 12 57 47 36 .398 .544
1997 Akron (2A)
Buffalo (3A)
CLE Indians
62
20
6
.386
.361
.200
241
72
10
38
12
1
93
26
2
10
5
0
66
18
1
34
11
2
23
9
1
.442
.435
.333
.598
.667
.200

1995년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전체 53순위)로 뽑은 션 케이시는 상당히 괜찮은 수치들을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불운하게도 인디언스의 1루에는 짐 토미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션 케이시의 자리를 위해서 원래 3루수였던 짐 토미를 3루로 원대복귀시킬 수도 있지만, 3루에는 트래비스 프라이맨이 있었다. 즉 션 케이시가 인디언스에 잔류할 경우에 할 수 있는 것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1루나 3루, 지명타자 등에 공백이 생길 때까지 대타나 하면서 벤치에 앉아 있거나 마이너리그에서 강태공이 되어서 방망이로 세월을 낚을 수밖에 없었다.

션 케이시와 트레이드되어서 인디언스의 유니폼을 입은 데이브 벌바는 1996년부터 선발로테이션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래도 트레이드되기 전까지 2년연속 11승을 기록하고 있었다. 벌바는 인디언스에서도 2002년 시즌도중에 트레이드되기 전까지 4년연속 10승 이상을 기록하면서 선발의 한축을 담당하였다. 방어율이나 WHIP의 수치에서 알 수 있듯이 그가 4년 연속으로 10승 이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막강한 타선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데이브 벌바는 4년동안 인디언스에서 선발투수로 꾸준히 활약하였다.

데이브 벌바의 레즈와 인디언스에서의 성적
G GS W L CG SHO IP H HR SO BB EAR WHIP
1996 CIN 34 33 11 13 0 0 195.0 179 18 148 97 3.83 1.42
1997 CIN 30 27 11 10 2 0 160.0 157 22 131 73 4.72 1.44
1998 CLE 32 31 15 10 0 0 203.6 210 30 132 69 4.11 1.37
1999 CLE 34 34 15 9 1 0 220.0 211 30 174 96 4.25 1.40
2000 CLE 32 32 16 6 0 0 191.3 199 19 180 91 4.47 1.52
2001 CLE 32 27 10 10 1 0 150.6 188 16 118 54 6.21 1.61

션 케이시의 트레이드를 통해서 데이브 벌바를 획득한 존 하트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를 데리고 왔다면 만족할 수 있는 트레이드였을까? 메이저리그에서 검증되지 않은 션 케이시는 레즈에서 부동의 1루수로 자리를 잡은 션 케이시와는 전혀 다른 가치를 가질 수밖에 없다. 검증되지 않은 유망주로 에이스급의 선발투수를 데리고 온다는 것은 도둑넘 심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또한 션 케이시를 댓가로 유망주투수를 데리고 오는 편이 낫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당시 인디언스의 상황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

션 케이시가 트레이드될 때에 인디언스에는 유망주 중의 유망주라고 할 수 있는 자렛 라이트와 바톨로 콜론 등이 있었다. 즉 인디언스에게 필요한 것은 이 두명의 유망주가 자리를 잡기 전까지 선발로테이션을 지켜 줄 투수가 필요했다. 그래서 데이브 벌바를 데리고 왔고, 벌바는 에이스급 포스는 보이지 못했지만, 4년동안 충실히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였다.

자렛 라이트와 페드로 마르티네스의 트레이드건은 자렛 라이트가 당시 인디언스나 메이저리그에서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를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오랜 인디언스의 팬이라면, 아마도 결과를 떠나서 자렛 라이트를 페드로 마르티네스와 맞바꾼다는 것은 인디언스의 미래를 완전히 포기하는 것과 같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백인들의 로망인 강속구투수의 계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였던 자렛 라이트가 이후 부상으로 신음하였지만, 당시에 그가 지닌 가치는 지금의 컵스의 케리 우드나 마크 프라이어 이상이었다.

1991년부터 장기집권하고 있던 인디언스의 GM자리를 현재의 마크 샤피로에게 넘겨준 존 하트는 2002년부터는 텍사스 레인저스의 GM으로 명함을 바꾸었다. 레인저스의 GM이 된 존 하트는 몇 건의 FA영입과 트레이드로 인디언스에 이어서 욕을 졸라 먹고 있다. 대표적인 먹튀로 거론되고 있는 박찬호의 경우에도 당시에는 그만한 선발투수를 구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박찬호가 다저스시절만큼만 해줬다면, 존 하트의 레인저스도 상당히 성공적인 시즌들을 보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마 레인저스에서 존 하트의 최고의 닭짓은 트래비스 하프너의 트레이드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인디언스의 간판타자로 레드삭스의 슈렉 데이비드 오티스와 함께 대표적인 지명타자인 트래비스 하프너를 포수인 에이너 디아스와 2002년 12월 트레이드시켰다. 결과적으로는 레인저스의 팬들로부터 마크 테세이락 - 트래비스 하프너로 이어지는 강력한 3, 4번을 구성할 수 있었는데라는 아쉬운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트래비스 하프너가 레인저스에 남아 있었다면, 지금의 트래비스 하프너가 존재할 수 있었을까?

트래비스 하프너는 잘 알려진 것처럼 1996년 드래프트에서 무려 31라운드(전체 923순위)에 레인저스가 지명을 하였다. 레인저스에서 하프너가 지금과 같은 활약을 펼친다면, 아마도 진흙 속에서 건진 진주의 대명사로 이야기되겠지만, 현재에는 굴러 온 호박을 발로 뻥 차버린 예가 되고 있다.

트래비스 하프너의 트레이드되기 전까지의 성적
G BA AB R H HR RBI SO BB OBP SLG
1997 (20) GCL Rangers (R) 55 .286 189 38 54 5 24 45 24 .370 .439
1998 (21) Savannah (1A) 123 .237 405 62 96 16 84 139 68 .351 .412
1999 (22) Savannah (1A) 134 .292 480 94 140 28 111 151 67 .382 .546
2000 (23) Charlotte (1A) 122 .346 436 90 151 22 109 86 67 .447 .580
2001 (24) Tulsa (2A) 88 .262 323 59 91 20 74 82 59 .396 .545
2002 (25) Oklahoma (3A)
TEX Rangers
110
23
.342
.242
401
62
79
6
137
15
21
1
77
6
76
15
79
8
.463
.329
.559
.387

트래비스 하프너는 위의 성적에서도 볼 수 있듯이 1999년부터 성장하기 시작해서 2002년에는 OPS가 무려 1.022로 急유망주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불운하게도 트래비스 하프너는 현재 TV에서 볼 수 있듯이 1루 외에는 맡을 수 없는 몸이고, 또한 1루 수비 역시 그냥 거대한 쌀가마니가 하나 서있는 수준이었다. 결국 하프너가 메이저리그에서 잡을 수 있는 자리는 지명타자 밖에 없었다. 당시 레인저스의 지명타자는 마크 테세이락에게 밀려난 라파엘 팔메이로를 필두로 해서 후안 곤잘레스 등 넘칠만큼 있었다.

라파엘 팔메이로와 2003년을 끝으로 결별한 레인저스를 생각하면, 아마도 2004년부터는 트래비스 하프너에게도 충분히 기회는 있었을 것이다. 그 대신에 레인저스는 이반 로드리게스를 대신할 포수를 찾기 위해서 이 동네 저 동네를 기웃거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한 기회는 마크 테세이락과 같은 초 울트라특급 엘리트 유망주가 아닌 이상 기회가 왔을 때에 보여주지 못하면, 더 이상의 기회를 잡기는 어렵다. 바로 올시즌에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에서 뛰고 있는 에드리안 곤잘레스의 지난 날들이 말없이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트래비스 해프너의 트레이드로 메이저리그에서 10승을 기록한 라이언 드레스도 덤으로 데리고 올 수 있었던 것에서 해프너의 값어치는 충분히 했다고 할 수 있다. 아마도 레인저스의 팬들에게는 라이언 드레스가 아닌 클리프 리나 제이크 웨스트브룩 등을 받아오지 못한 것이 지랄맞겠지만 ... ... 구슬도 꿰어야지 보배가 되지 아무리 많은 구슬을 가지고 있어봤자 ... 똥밖에 안된다. 트레이드란, 기본적으로 서로 간의 필요한 부분을 채우는 것이다. 과잉 자원을 가지고 부족한 자원을 보충하는 것이 트레이드이다. 그런데도 ... 사람들은 먼 미래의 결과만을 가지고 평가를 한다. 이 짓은 닭짓이었니 ... 어쩌니 저쩌니로 ... 존 하트는 인디언스와 레인저스에서 우승반지는 차지하지 못했지만, GM으로서 충분한 역할을 다했다.

어떤 누군가가 장래에 어떤 포스를 실제로 보일지는 미아리의 점쟁이들도 모른다. 그리고, GM들은 점쟁이가 아니다. 단지 자신들의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용하는지가 중요할 뿐이다. 미래가 예측불가한 것이 스포츠의 매력이듯이 트레이드 역시 예측할 수는 없다. 단지 트레이드 당시에 그들에게는 그 선수가 필요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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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손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