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 선수와 야수가 강세를 보인 2012 신인 드래프트
배지헌의 Rubber게임 2011/08/26 09:19다. (사진=배지헌)
'대졸 강세, 야수 강세, 대졸 포수 초강세.'
이번 신인 드래프트 결과를 요약하는 세 마디다. 25일 오후 2시 서울 롯데호텔 크리스털볼룸에서 열린 '2012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신인선수 지명회의)는 예년과는 다른 양상 속에 치러졌다. 최근 몇 년 동안 주로 투수와 고졸 선수가 상위 지명을 독차지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대졸 선수와 포수를 포함한 타자들이 대거 상위 지명을 받은 것이다.
이는 올해 주말리그 시행으로 고교 선수들의 실전 경기수가 크게 줄어들면서, 연초에 대어급으로 지목된 선수들의 기량 향상이 기대보다 더뎠던 것이 큰 원인이다. 또한 올해 프로야구에서 드러난 심각한 포수난도 드래프트 판도를 바꾼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 밖에 외국인 선수 2명이 주로 투수로 채워지면서 야수쪽에 국내 선수 자원이 필요한 점, 각 구단이 지난 몇 해 동안 투수 지명이 치중하면서 올해는 야수 자원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도 관련이 있다. 다만 고졸 선수들의 재능이 적은 경기 수로 인해 실제보다 저평가된 면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올해의 고졸 신인 중에서 급성장하는 사례가 나올 가능성도 충분하다.
한화에 1라운드 전체 1번으로 지명된 하주석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배지헌)
한화가 지명한 1라운드 전체 1번의 영광은 예상대로 신일고의 대형 유격수 하주석이 차지했다. 하주석은 1학년 때부터 이영민 타격상을 수상하는 등 공수주 3박자를 모두 갖춘 특급 유망주로 주목을 받은 선수. 올해 중순까지도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러브콜을 받으면서 해외 진출을 고민했지만, 결국 국내 잔류를 선택했다. 하주석은 지명 소감을 묻자 "미리 어느정도 알고 있는데도 떨리고 긴장됐다"며 "첫 해부터 1군에서 뛰고 싶고 나중에는 한화를 대표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화는 하주석 이후 경북고 사이드암 임기영, 장충고의 우완 정통파 최우석, 동국대 외야수 양성우, 북일고 포수 엄태용 등을 지명하며 투수진은 물론 내외야와 포수진까지 거의 모든 자리를 충원했다. 특히 북일고와 세광고 선수를 여럿 지명하며 지역 배려에도 신경을 쓴 모습이다. 북일고 내야수 윤승렬은 대학행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연고팀 지명을 받은 만큼 프로로 방향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
스카우트 팀장의 부재 속에 1라운드 2번 지명권을 행사한 넥센은 고교야구 최고의 사이드암 투수인 한현희(경남고)를 선택했다. 한현희는 146km/h 강속구에 날카로운 제구력과 능수능란한 경기운영능력, 그리고 쾌활하고 긍정적인 성격이 돋보이는 투수. 지난해 지명한 같은 사이드암 이태양, 김대우와 달리 힘으로 타자를 압도하는 타입이다. 한현희는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기쁘다"며 "좋은 감독님과 코치님 밑에서 훈련해 신인왕과 10승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후 넥센은 대구고 좌완 박종윤, 덕수고 우완 권택형, 성균관대의 호타준족 외야수 박정음, 동의대 포수 지재옥, 대전고 포수 김재현, 부경고 투수 김동준, 야탑고 투수 신유원 등을 지명했다. 각자 신장이나 컨트롤, 배팅, 부상경력 등 약점이 뚜렷한 선수들이지만 그만큼 장점 또한 큰 선수들로 코칭스태프의 좋은 지도를 받으면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재목들이다. 다른 팀이 대체로 대졸 선수 지명에 주력한데 반해 고졸 선수 위주 지명을 한 점도 눈에 띈다.
1라운드 3번 LG 트윈스는 예상보다 빠른 순번에서 올해 포수 최대어 조윤준을 지명했다. 조인성 이후의 포수 공백을 미리 대비한 지명으로, 조윤준을 노리고 있던 다른 팀들의 허를 찌르는 선택. 파워와 컨택트 능력, 수비력을 겸비한 포수로 평가받는 조윤준은 "예상보다 빨리 지명되어 얼떨떨하다"면서도 "좋은 팀에 지명되어 기쁘다.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외에도 LG는 컨트롤이 좋은 좌완투수 두 명(최성훈, 김웅)과 대구고 유격수 전호영, 동아대 투수 나규호, 서울고 에이스 신동훈, 동국대 내야수 이장희, 신일고 외야수 송상훈 등을 선택했다. 최성훈은 당초 1라운드 지명까지 거론된 선수고, 변화구와 경기운영능력이 좋은 김웅 역시 모든 팀이 탐을 내던 좌완 재목. 마지막 라운드에서 지명한 건국대 포수 서상우도 올해 부상 때문에 주로 지명타자로 나서긴 했지만, 장타력을 갖춘 포수로 가능성이 매우 큰 선수다. 팀에 꼭 필요한 부분을 보강한 성공적인 드래프트로 볼 수 있다. 일본에서 전학온 송상훈은 다시 일본으로 복귀한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이번에 지명을 받으면서 잔류할 것으로 보인다.
습이다. 대학 선수들은 하나같이 수트 차림으로 지명회의장에 나타났다. (사진=배지헌)
1라운드 4번 KIA 타이거즈는 최근 드래프트에서 보여준 경향 그대로 강속구의 우완 박지훈(단국대)을 먼저 택했다. 배영수를 쏙 빼닮은 박지훈은 최고 147km/h의 빠른 볼에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는 우완 정통파. 그외 경성대 좌완 임준섭, 한양대 사이드암 홍성민 등도 선발해 우-좌-언더의 구색을 완벽하게 갖췄다. 야탑고 장지환, 광주일고 전은석, 선린인터넷고 김경탁 등 고졸 내야수를 대거 선발한 점도 눈에 띈다. 4라운드에서 지명한 경북고 김윤동은 다소 느린 발을 제외하면 야구 재능이 매우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선수로, 향후 거포로의 성장 가능성이 있다.
1라운드 5번 롯데 자이언츠는 올해도 광주 출신 선수를 상위에서 지명했다. 동성고의 '다르빗슈 유' 김원중이 그 주인공. 지난해 140km/h 후반대의 강속구를 뿌리며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은 김원중은 큰 키와 훤칠한 외모에 야구 선수로서의 재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투수. 올해는 팔꿈치 부상으로 다소 부진했지만, 부상에서 회복한다면 A급 투수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는 선수다. 당초 김원중은 몸 상태 때문에 1라운드 이후에 뽑힐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지만, 롯데는 선수가 지닌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롯데는 안정된 수비력을 갖춘 동아대 유격수 신본기와 같은 학교 투수 김성호, 고려대 1루수 김상호, 성균관대 포수 윤여운 등 대학 무대에서 '즉시전력감'으로 평가받는 선수들을 지명했다. 반면 고졸 선수는 투수 겸 외야수로 부산공고를 이끈 박휘성과 세광고의 장신 좌완 윤정현 등을 뽑아 '성장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1라운드 6번 두산 베어스는 고려대 에이스 윤명준을 선택했다. 윤명준은 신장은 다소 작지만(177cm), 145km/h에 달하는 빠른 볼과 안정적인 컨트롤, 경기운영능력을 갖춘 투수. 프로에서도 중간계투로 즉시 투입이 가능한 선수다. 또 2라운드에서는 황금사자기 MVP인 사이드암 변진수를, 4라운드에서는 강한 어깨와 정교한 타격이 돋보이는 유격수 류지혁을 선택했다. 충암고 특유의 강한 근성과 야구 센스를 높이 사는 두산 스카우트팀의 기호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외에도 두산은 '정수근 닮은꼴'인 원광대 톱타자 겸 중견수 이규환, 포수와 내외야를 전부 오가는 고려대 박세혁, 경남대 에이스 박민정, 연세대 1루수 유민상, 탐라대의 발빠른 외야수 신동규, 우람한 체격을 자랑하는 건국대 장우람 등을 선택해 대학 선수 위주의 지명을 펼쳤다. 대부분 최소 대수비-대주자 내지는 백업 선수로라도 내년도에 1군에 선을 보일 수 있는 선수들. 지명 선수 중 두 명(박세혁, 유민상)이 '야구인 2세'인 것이 눈에 띈다.
1라운드 7번 삼성 라이온즈의 선택은 광주일고 에이스 이현동이었다. 투수로는 148km/h 강속구를 던지고 타자로는 장타력을 과시하는 이현동은, 지난해 지명된 유창식-한승혁만큼은 아니지만 뛰어난 야구 재능을 인정받는 선수. 본인은 투수 쪽을 원하지만 야구 관계자 사이에는 장타력을 살려 타자로 전업하는 것이 낫다는 평도 있다. 그외에도 삼성은 대구고의 장신 3루수 구자욱, 울산공고 에이스 겸 유격수 김지훈, 상원고의 거포 외야수 이동훈, 북일고 투수 박상원 등 8라운드까지 전부 고졸 선수를 지명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이는 1-2군 로스터가 두터운 현재 삼성 선수구성상, 성장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는 고졸 선수에 치중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현동과 김지훈은 투수와 타자 어느 쪽으로든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들로 삼성의 탁월한 팜 시스템 하에서 빠른 성장세가 기대된다. 대구고와 상원고 등 지역 선수들을 안배한 점도 눈에 띈다.
지난해 우승팀으로 1라운드 8순위를 행사한 SK 와이번스는 고려대 강속구 투수 문승원을 선택했다. 문승원은올 하계리그에서 최고 149km/h 강속구를 뿌리며 지명 순위가 급상승한 선수로 경기 운영능력만 보강하면 큰 성장이 기대된다. 또 2라운드에서도 대학 정상급 포수 김민식(원광대)을 선발, 팀의 약점인 포수까지 보강하는 성과를 거뒀다. 박철영 스카우트는 "사실 문승원과 김민식은 앞의 팀들이 데려갈 줄 알았는데 의외로 우리까지 차례가 왔다"며 "다소 늦은 순번임을 감안하면 만족스러운 드래프트였다"고 자평했다. 여기에 상원고를 청룡기 우승으로 이끈 발빠른 유격수 박승욱, 빠른 볼의 위력이 돋보이는 포철공고 에이스 허건엽을 선택했고, 지난해까지 고려대 에이스였다 올해 부진을 보인 사이드암 임치영과 최정의 동생으로 알려진 유신고 최항도 지명했다. 9개 구단 중에서는 유일하게 2년제인 송원대학 중견수 최윤철을 선택한 것도 눈에 띈다. 지명 선수 중 대구고 김호은은 대학 진학 가능성도 있다.
신생 NC 다이노스 스카우트 팀이 지명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NC는 창단과 함께 스카우트팀을 대대적으로 구성하며 과거 신생 구단들이 스카우트 실패로 겪은 어려움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날 NC의 신인 지명은 대체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사진=배지헌)
이날 지명회의의 최대 관심사는 신생 구단 NC 다이노스의 신인 지명. 드래프트 이전 미리 노성호(동국대)와 이민호(부산고)를 우선지명 선수로 발표한 NC는 1라운드 9번으로 휘문고 내야수 박민우를 선택했다. 박민우는 올해 고교야구에서 도루 22개를 기록할 정도로 빠른 발과 야구 센스가 돋보이는 선수. 또한 2라운드 1번은 예상대로 연세대 에이스 나성범을 선택해 노성호와 함께 대학 최고 좌완 두 명을 모두 보유하게 됐다. 나성범은 1라운드 지명도 가능한 선수지만, '고교 때 프로팀의 지명을 받은 선수는 1라운드에서 지명할 수 없다'는 규약으로 인해 2라운드로 밀려났다.
그리고 2라운드까지 모든 지명이 끝난 뒤 NC의 특별지명 선수 5명이 발표됐다. NC의 선택은 수비력이 좋은 단국대 포수 김태우, 성균관대 내야수 노진혁, 빠른 발과 정교한 타격이 돋보이는 야탑고 중견수 강구성, 동산고 에이스 김태형, 화순고 에이스 이형범. 대학 포수 '빅 3' 중 하나로 평가되어 온 김태우는 향후 NC 안방을 이끄는 주력 포수로 성장해야 할 책임을 안게 됐다. 또한 노진혁과 강구성은 각각 유격수와 중견수로 NC의 센터라인을 책임지게 될 선수들. 투수 김태형과 이형범은 지명도는 다소 낮은 편이지만 기량과 잠재력만큼은 높게 평가받은 선수들로, 착실한 훈련과 관리를 받으면 1~2라운드 선수 못지 않은 성장이 기대된다.
그외에도 NC는 장타력을 갖춘 진흥고 외야수 김성욱, 올해 슬럼프에 시달렸지만 잠재력만큼은 여전히 뛰어난 강진성, 스카우트들 사이 평가가 아주 좋은 청주고 포수 박세웅, 용마고 에이스 박헌욱, 단국대의 'No.2' 신재영, 경희대 외야수 마낙길, 장충고의 내야수 황윤호 등을 지명하며 창단 첫 해 드래프트를 완료했다. 과거 신생팀들이 스카우트 노하우 부족으로 창단 첫 해 지명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한 것과 달리, 올해 NC는 팀에 꼭 필요한 선수들은 물론 재능에 비해 지명도가 떨어지는 '진흙 속의 진주'들도 대거 건져내면서 성공적인 드래프트를 했다는 평가다. NC는 지명회의가 끝난 뒤 따로 마련된 방에 선수들을 모아놓고 '환영행사'를 가졌다.
한편 이번 드래프트에는 총 777명의 선수가 참가해 그 중 95명이 지명을 받아, 12%의 지명률을 기록했다. 7라운드 이후에 지명된 고교 선수 중에는 대학행이 예정된 선수들도 있어서 실제 계약까지 이어지는 인원은 그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신인 드래프트 결과
한화 이글스
하주석(신일고, 유격수)/임기영(경북고, 투수)/최우석(장충고, 투수)/양성우(동국대, 외야수)/장철희(경희대, 유격수)/엄태용(북일고, 포수)/김원석(동의대, 투수)/김병근(세광고, 투수)/공민호(동아대, 외야수)/윤승렬(북일고, 1루수)
넥센 히어로즈
한현희(경남고, 투수)/박종윤(대구고, 투수)/권택형(덕수고, 투수)/박정음(성균관대, 외야수)/지재옥(동의대, 포수)/김규민(휘문고, 외야수)/길민세(북일고, 3루수)/김재현(대전고, 포수)/김동준(부경고, 투수)/신유원(야탑고, 투수)
LG 트윈스
조윤준(중앙대, 포수)/최성훈(경희대, 투수)/김웅(야탑고, 투수)/전호영(대구고, 유격수)/나규호(동아대, 투수)/신동훈(서울고, 투수)/이장희(동국대, 내야수)/송상훈(신일고, 외야수)/서상우(건국대, 포수)
KIA 타이거즈
박지훈(단국대, 투수)/임준섭(경성대, 투수)/장지환(야탑고, 유격수)/김윤동(경북고, 외야수)/전은석(광주일고, 내야수)/홍성민(한양대, 투수)/김경탁(선린인터넷고, 3루수)/황정립(고려대, 2루수)/한동훈(인창고, 포수)/윤완주(경성대, 유격수)
롯데 자이언츠
김원중(동성고, 투수)/신본기(동아대, 유격수)/김성호(동아대, 투수)/박휘성(부산공고, 투수-외야수)/유정민(원광대, 투수)/김준태(경남고, 포수)/김상호(고려대, 1루수)/윤정현(세광고, 투수)/윤여운(성균관대, 포수)
두산 베어스
윤명준(고려대, 투수)/변진수(충암고, 투수)/이규환(원광대, 외야수)/류지혁(충암고, 유격수)/박세혁(고려대, 포수-3루수)/박민정(경남대, 투수)/유민상(연세대, 1루수)/신동규(탐라대, 중견수)/장우람(건국대, 투수)
삼성 라이온즈
이현동(광주일고, 투수)/구자욱(대구고, 3루수)/김지훈(울산공고, 투수-유격수)/이동훈(상원고, 외야수)/박상원(북일고, 투수)/이준형(서울고, 투수)/한겸(인창고, 유격수)/신용승(대전고, 외야수)/노승현(영남대, 투수)/손형준(연세대, 중견수)
SK 와이번스
문승원(고려대, 투수)/김민식(원광대, 포수)/박승욱(상원고, 유격수)/허건엽(포철공고, 투수)/최정민(동아대, 2루수)/최윤철(송원대, 외야수)/임치영(고려대, 투수)/최항(유신고, 1루수)/한동민(경성대, 외야수)/김호은(대구고, 외야수)
NC 다이노스
박민우(휘문고, 2루수)/나성범(연세대, 투수)/ *김태우(단국대, 포수) 노진혁(성균관대, 유격수) 강구성(야탑고, 2루수-중견수) 김태형(동산고, 투수) 이형범(화순고, 투수)/김성욱(광주진흥고, 외야수)/강진성(경기고, 3루수)/박세웅(청주고, 포수)/윤문영(계명대, 포수)/박헌욱(마산용마고, 투수)/신재영(단국대, 투수)/마낙길(경희대, 외야수)/황윤호(장충고, 내야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