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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 박태호 감독, "이기는 버릇을 심어주겠다"

배지헌의 Rubber게임 2012/02/01 09:03

영남대 야구장은 대학야구에서 최고 수준의 시설을 자랑한다. 박태호 감독도 "학교의 지원이 좋다"며 "성적으로 보여주는 것만 남았다"고 각오를 보였다. (사진=배지헌)
 

"초반부터 승부를 걸 겁니다. 기선을 제압해야죠. 처음부터 세게 밀어붙일 거에요."

올해 목표를 묻는 질문에 영남대 박태호 신임 감독은 단호하게 '초반 기선제압'을 이야기했다. 대부분 새로 팀을 맡은 감독들이 '올해는 지켜보는 해', '차근차근 전력을 만들어 가겠다'는 식으로 조심스럽게 말하는 것과는 전혀 달랐다. 영남대학교는 최근 몇 년 동안 대학야구에서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해 '약체'로 꼽히는 팀. 신임 감독의 과욕일까.

그건 아니다. 박 감독은 "초반에 성적을 내서 안정권에 진입해야 내가 원하는 야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초에 성적이 안 나고 하위권으로 쳐지면 이것도 저것도 아니게 됩니다. 특히 영남대는 최근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선수들이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에요. 일단 좋은 성적을 내서, 팀이 자리를 잡고 선수들이 의욕과 자신감을 찾는 게 중요해요."

초반 '러쉬'를 강조하는 건 단지 팀원들 때문만은 아니다. 다른 팀들이 영남대를 보는 시선도 바꾸는 게 목표다. "주위에서 영남대를 보는 눈이 바뀌게 하고 싶어요. 다른 팀은 못 잡아도 영남대와의 경기는 꼭 잡는다는 식으로, 우리 팀하고 할 때 다들 기를 쓰고 달려들면 쉽지가 않아요. 모두가 우리 팀을 까다롭게 생각하고, 이기기 어려운 상대라는 인식을 줘야 앞으로가 편해져요." 박태호 감독이 초반부터 전력투구를 생각하는 진짜 이유다.

내야수 출신의 박태호 감독은 대구고-영남대를 거쳐 지난 1987년 롯데에 입단, 1992년까지 프로 선수로 활약했다. 이후 1998년부터 대구고에 코치로 부임해 제자들을 지도하다 2000년부터는 감독으로 취임, 대구고 돌풍을 진두지휘했다. 박 감독 부임 전까지 대구고는 전통의 강호 상원고와 경북고의 틈에 끼어 기를 펴지 못했다. 대부분의 대회에서 예선 탈락 내지는 1회전 탈락이 일상이었다. 야구부 내부적으로도 잡음이 많아 선수들이 야구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박 감독이 부임한 2000년, 대구고는 확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나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만년 약체였던 팀이 청룡기와 봉황대기에서 8강까지 오르는 성적을 낸 것. 2001년과 2002년에는 봉황대기 1회전 통과 외에는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하며 '미풍'에 그치는듯 했지만, 2003년 열린 대통령배에서 야구부 창단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에이스 정대희와 권영진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영남대 박태호 감독은 고교야구에서 최고의 지도자로 꼽혔다. 침체된 대구고 지휘봉을 잡고 짧은 시간 만에 고교야구 대표적인 강팀으로 끌어 올렸다. 그 지도력이 올해부터는 대학야구 무대에서 발휘될 참이다. (사진=배지헌)

자신감을 얻은 대구고는 2005년 청룡기 대회 준우승, 2007년 봉황대기 8강 등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며 강호의 이미지를 굳혔다. 그리고 2008년, 대구고는 전국 정상에 섰다. 정인욱, 이재학, 김건우 등 강력한 투수진과 탄탄한 수비를 앞세워 청룡기와 봉황대기 우승, 황금사자기 8강에 드는 놀라운 위업을 달성한 것이다.

박태호 감독은 대구고를 비교적 짧은 시간 만에 약체에서 다크호스로, 그리고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강호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지난해를 끝으로 고교야구 무대를 떠나, 권영호 감독의 정년퇴임으로 공석이 된 모교 영남대 감독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처음 대구고 사령탑을 맡았을 때와 상황은 비슷하다. 어쩌면 더 좋지 않다. 대학야구, 특히 지방 대학 팀들을 둘러싼 상황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고교야구의 우수 선수들은 대부분 프로에 입단하거나, 서울권의 명문 대학으로 진학한다. 좋은 선수를 스카우트하기가 쉽지 않은 여건이다. 좋지 않은 성적과 선수 스카우트의 어려움이 서로 맞물려 한번 악순환이 시작되면 좀처럼 벗어나기 어렵다. 박태호 감독의 지도력이 대학야구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을까.

가능성은 지난해 부임 직후 충분히 보여줬다. 지휘봉을 잡자마자 치른 2011 전국 대학 야구 선수권대회에서 만만찮은 상대인 연세대와 홍익대를 연파하고 8강까지 진출했다. 고교야구 명장의 대학야구 성공 데뷔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영남대는 돌풍을 계속 이어가는데는 실패했다. 8강전에서 경남대를 상대로 경기 중반 급격히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며 1-8 콜드게임으로 패했다. 박 감독은 "선수들의 체력이 문제였다"고 진단한다.

"첫 경기, 두번째 경기까지는 잘 나갔습니다. 그런데 3번째 게임쯤 되니까 다들 체력이 방전되어서 다리가 제대로 안 움직이더군요." 이는 대회 초반에 조기 탈락하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대회 기간 동안 많은 경기를 소화하며 버틸 수 있는 체력과 요령이 없었다는 게 박태호 감독의 생각이다. "그래서 대구 지역에 트레이닝을 전문으로 하는 분을 초빙해서 선수들의 기초체력과 유연성, 밸런스 등을 강화하기 위해 강도높은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영남대 김성재 코치가 선수의 스윙 폼을 지도하고 있다. 김성재 코치는 오랜 기간 영남대에서 활동하며 선수들의 장단점에 대해 훤히 꿰뚫고 있다. (사진=배지헌)

박 감독은 선수들이 '이기는 버릇'을 들이고 승리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꾸 지는 경기를 하고 성적이 나지 않다 보면, 이기는 법을 잊어 버립니다. 이기고 있던 경기도 지는 쪽으로 흘러가게 되구요. 이기는 건 자꾸 이겨 버릇해야 '이렇게 하면 이기는구나' 하는 감이 생깁니다. 또 그러다 보면 저절로 기량이 늘게 되구요. 지금까지 힘들었던 건 그런 이유라고 보고 있어요."

사실 영남대학교는 학생 야구선수에게는 매우 좋은 조건을 갖춘 학교다. 학교측의 지원도 충실하고,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시설의 좋은 야구장을 보유했다. 훈련장과 숙소가 학교 내에 있어서 선수들 대부분은 학교 수업을 전부 들으면서 운동을 병행한다. "이런 지원과 시설 속에서 야구를 하는 만큼, 이제는 성적도 낼 수 있게 해야죠." 박 감독의 말이다.

문제는 학교 소재지가 지방이고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선수 수급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박 감독은 "선수 수가 많이 부족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입학 예정자들까지 다 같이 훈련을 소화하는데도 부족한 감이 있어요. 서울권에서 좋은 선수는 먼저 데려가고, 부산쪽 선수들은 부산에 있는 학교로 가다보니 스카우트가 어렵습니다. 영남대에 대한 인식을 많이 바꿔서 내년부터는 스카우트가 수월할 수 있도록 해야죠."

아직 강팀과는 거리가 있는 전력이지만, 영남대도 믿는 구석이 있다. 4학년이 되는 에이스 이성민과 3학년 포수 김민수다. 이성민은 팀내 투수 중 가장 좋은 구위와 많은 경기 경험을 가졌다. 올해 영남대를 대표하는 투수로 활약이 기대된다. "성민이에게 많은 기대를 하고 있지만, 투수 한 명만 갖고는 대회를 치르기는 어렵습니다. 겨우내 뒤를 받쳐주는 투수 1~2명을 더 발굴해 내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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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배지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