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의 빈자리, 어떻게 메울 것인가
이응수의 피치아웃 2011/11/29 10:39 SK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한국무대 마지막 홈런포를 때려낸 이대호. 그의 공백을 누군가
가 메우기는 어려워 보인다. 문제는 어떻게 메우느냐다. 특정 선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짜
임새를 높이는 방향이 잘 맞아들어간다면 의외의 결과를 기대해 볼만도 하다. 야구는 단체운동
이기 때문이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부산의 모태신앙 롯데 자이언츠와 그 신앙의 토템 격인 이대호 간의 FA계약이 끝내 불발됐다. 롯데로서는 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중심타자를 잃었기에 내년 시즌 전력 구상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팬들 입장에서도 ‘이대호가 있어도 우승을 못 했는데 없으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들 법 하다. 사실상 이대호의 빈자리를 메운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3할을 훌쩍 뛰어넘는 타율과 20개 이상의 홈런, 100타점 이상을 기록할 수 있는 타자를 당장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유사한 무게감을 지닌 국가대표 3루수 김동주가 아직 FA시장에 남아있긴 하지만 롯데가 그를 잡을 확률은 그렇게 높지 않아 보인다. 즉, ‘누가’ 이대호의 빈자리를 메울 수는 없다. 문제는 ‘어떻게’ 그 빈자리를 메우는가 이다.
우선 수비. 롯데에는 수비가 뛰어난 1루수 박종윤이 있다. 따라서 수비력에는 큰 빈틈이 생기지 않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생각해야 할 점은 이로 인한 수비 포메이션의 연쇄적인 이동이다. 양승호 감독은 ‘박종윤은 워낙 성실해서 풀시즌을 뛴다면 2할 7,8푼은 쳐 줄 수 있는 선수’라며 기대하는 마음을 밝혔지만 풀시즌을 소화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따라서 양 감독은 ‘조성환도 1루수 미트를 낄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우선적으로는 상대투수나 타자 컨디션에 따른 플래툰 체제를 운영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렇다면 처음 1루를 보게 될 조성환의 시행착오가 걱정거리일 것이다. 통상적으로 2루보다 1루가 수행하기에 수월한 포지션인 것은 사실이지만 리그 내 좌타자의 급증으로 인해 3루 못지않게 까다로운 타구가 많이 날아오는 추세다. 그만큼 쉽게 볼 수 없는 자리라는 얘기다.
시행착오의 악몽은 올해에도 있었다. 시즌 초 전준우에게 3루 포지션을 맡긴 것이 대표적인 예다. 양승호 감독 이하 코치진 역시 전준우가 2009년까지만 하더라도 3루수를 봐왔기 때문에 큰 무리 없이 해낼 것이라 생각했다. 시범경기 때까지만 하더라도 맨손 캐치에 이은 러닝스로까지 보여주며 기대에 부응하는 듯 했지만 정규시즌은 달랐다. 불안한 수비는 물론이요 방망이까지 허공을 갈랐다. 이에 전준우는 빛의 속도로 중견수 자리로 돌아가야 했다. 이런 악몽이 재현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베테랑으로서 책임감과 성실함을 두루 갖췄지만 익숙지 않은 1루에 어떻게 적응할 지는 두고 볼 일이라는 말이다.
생각보다 자주 나오지 않는다. 반대로 수비와 작전, 투수의 중요성이 크게 높아진다. 롯데는 많은
대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서 패했다. 이것이 위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
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또한 양승호 감독은 홍성흔의 1루 기용 가능성을 그리 높지 않게 봤다. “올시즌(2011) 앞두고도 외야와 1루를 두고 면담을 했는데 자신이 외야가 더 편하다고 했다”며 “아기자기 하게 던지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외야에서 강하게 던지는 것은 되지만 (내야에서) 부드럽게 던지는 것이 어색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롯데의 내년 수비 포메이션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빅보이 이대호의 이탈로 인해 많은 변동이 있을 것이란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 변동에 따른 적응기간을 최소화해야만 이대호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문제의 핵심은 공격이다. 롯데는 2008년을 시작으로 공격의 팀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2008년 이후에는 기존의 이대호, 홍성흔, 강민호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에 손아섭, 전준우, 황재균 등이 합류하며 숨 쉴 틈 없는 타선을 완성한 것이다. 이는 불안한 롯데 불펜에 힘을 주는 것은 물론 ‘쳐서 이기는 게임’을 자주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4번 타자 이대호가 빠졌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 공백을 당장 한 사람이 메우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어떤 방법으로 메울지가 중요하다.
양승호 감독은 4번 타자 자리를 맡아줄 수 있는 선수로 세 명을 꼽았다. 2010년 괄목할 만한 장타력을 뽐낸 홍성흔과 안방마님 강민호 그리고 롯데의 미래로 손꼽히는 장타자 전준우가 그들이다. 우선 가장 유력한 후보는 홍성흔이다. 커리어하이 시즌이었던 작년만한 활약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하더라도 장타력과 찬스에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증명한 만큼 충분히 기대할 부분이 있는 것이다. 동갑내기인 나머지 두 선수에게는 부담감이 문제다. 강민호는 포수라는 포지션을 맡고 있는 만큼 체력적, 정신적 부담감이 크다. 그에게 4번 타자라는 공격적 부담감까지 지우는 것은 무리수일 가능성이 높다. 전준우 역시 마찬가지다. 주전으로 뛰기 시작한 지 겨우 2년째. 풀타임으로 시즌을 소화한 건 올해가 처음이었다. 비록 지난 플레이오프에서는 3번 타자로 기용돼서도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양승호 감독은 ‘전준우에게 너무 일찍 큰 짐을 지울 필요가 있는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즉, 해결사라는 멋진 자리인 만큼 책임감과 부담감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